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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층, 이웃사촌 현황

by 오제이



우리 집 옆집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산다.

견종에 대해 까막눈인 내가 보기에도 시고르자브종이 확실한 녀석이다.

추억의 만화 마스크에 나오는 마일로와 닮았는데

묘하게 안 닮은 부분이 더 많다.


우리는 가끔 복도에서 마주치고

어떤 날에는 길에서 마주친다.

그 녀석은 하루에도 몇 번이나 아파트 주위를 산책한다.

아무래도 집 밖에서만 용변을 보는 예민한 장을 지닌 듯하다.


복도에서 마주칠 때는 아주 사나운 맹수처럼 굴지만,

길에서 마주칠 때는 도비처럼 한없이 웅크린다.

나를 못 알아보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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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옆 옆집에는 어린이 한 명이 산다.

5세 정도 남자아이인데,

어쩌면 여자아이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애들은 겉 다르고 속 다른 듯하다.

이 녀석은 매주 일요일마다 소리를 지른다.

8시 30분에서 9시만 되면 복도에서 괴성이 들려온다.

다다다닥 뜀박질하는 소리도 들리고

신나서 돌고래 소리 같은 걸 내기도 한다.

어떻게 매주 그렇게 신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추측건대 그 녀석은 교회에 가는 것 같다.

매번 오전에 나가서 1시 정도에 들어오는 걸 보면

내 추리가 맞지 않을까.


우리는 가끔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인사를 주고받는다.

옆집 강아지보다 사교성이 높은 친구다.

그런데 이 어린 친구도 옆집 강아지처럼 예민한 장을 지닌 모양이다.

가끔 급덩이 찾아온 녀석을 들쳐업고 달리는 아버지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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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층 반대편 라인에는 쏘 카인드 한 그랜마덜이 산다.

머리카락이 온통 하얗게 변하셔서 마치 은발 느낌이 나신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그분을 '화이트 그랜마'라고 부른다.


어림잡아 80대로 보이시는데 무척 정정하시고

특히 인사성이 대단하신 분이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고맙습니다~~"

1층 버튼을 누를 때도 "고맙습니다~~"

내려서 각자 갈 길을 갈 때도 "고맙습니다. 좋~~~~ 은 하루 보내세요~~~"

염소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연신 감사 인사를 전하신다.


처음에는 치매 증세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정말 정말 친절한 거였다.

같이 계시던 할아버지가 그만 좀 하라고 역정 내실 정도.

못 말리는 친절 맘이신 듯하다.



이 세 이웃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역시 귀엽고 친절한게 최고다.


그래서 이들을 하루만에 모두 보는 날은 로또라도 살 작정인데,

아직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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