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하기로 하고 매번 까먹는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아마 두 가지 이유 때문인 것 같다. 첫째, 당면한 일이 그리 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당장 하지 않아도 내 삶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거라 여기기 때문이다. 둘째, 그 목표가 너무 거대하다. 지금 아무리 노력해도 목표에 다가가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제만 해도 그랬다. 나의 목표를 위해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기로 마음먹었지만,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채 하루를 마무리했다. 잠들기 직전, 이대로는 마음이 편치 않아 부랴부랴 작은 결실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그렇게 등 떠밀리듯 해낸 것으로는 큰 위로는 되지 않았다.
‘급하지 않고 너무 거대해 닿는 느낌도 들지 않는 목표.’ 이런 기분이 드는 건, 목표 설정에 문제가 있다는 뜻일까?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그동안 그리던 꿈과 방향을 점검해 봤다. 이 목표는 정말 현실감이 없는 걸까? 그렇다면 어떤 목표를 세워야 할까. 나를 실제로 움직이게 할 목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을 주는 목표란 무엇일까?
내 꿈과 미래를 포기하는 건 이르다. 다만 당분간 조금 작은 목표를 세울 필요는 있겠다. 노력할수록 결실에 다다를 수 있는 목표, 조금 더 힘내면 가까워지는 느낌이 드는 목표를 세우는 거다. 그리고 그 목표는 결코 돈이 되어선 안되겠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돈 욕심을 포기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돈 그 자체를 목표로 두는 것 역시 너무 광범위하고 막연하므로, 행동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저 얼마를 더 벌어야겠다, 언제까지 얼마를 모으겠다 만으로는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그러니 몸도 쉽게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그보다는 무엇으로 돈을 벌지,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발견해, 거기에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목표를 찾는 일이 급선무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무력감에 어깨가 축 처진 오늘. 그래도 다행인 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내가 여전히 이런 고민을 할 수 있고, 또 해결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나는 남들이 흔히 겪는 퀀텀 점프 같은 건 어울리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그 지지부진한 과정을 통해 결국 정상에 오르는 그런 사람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