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머리 앤을 꿈꾸며
어릴 적 엄마와 함께 옛날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았다. <달려라, 하니> 나 <캔디>의 주제가를 오늘날까지 외우고 다니는 것도 아마 그 영향일 것이다. <빨강 머리 앤>은 내가 가장 좋아하던 애니메이션 중 하나였다. 초록 지붕 아래 소소히 살아가는 사랑스럽고도 당돌한 여자아이의 이야기는 어린 나의 로망을 건드렸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앤과 그녀의 단짝인 다이애나가 여느 때처럼 호숫가 옆 푸른 잔디밭에 앉아 아주머니 몰래 가져온 예쁜 찻잔과 접시를 두고 티타임을 가진다. 조심히 들고 왔지만 조금은 가벼워진 주전자에서 미지근해진 차를 붓는다. 다이애나는 품 속에서 하얀 손수건에 감추어둔 쿠키를 꺼내놓는다. 둘은 어른 흉내를 내며 꽤나 고상한 척 차를 홀짝이며 우스꽝스럽게 아주머니들의 대화를 묘사한다.
처음으로 소개할 백수의 취미 생활은 바로 베이킹 - 쿠키 편이다. 오늘 구운 쿠키는 꼭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로망이 살아있는 귀여운 쿠키다. 조금 번거롭지만 상상한 대로 완성이 되면 꽤 뿌듯하다!
녹차맛과 코코아맛 두 가지 다 만들어보았다. 네모 반듯한 체크무늬의 쿠키 모양이 너무 귀엽다!
유튜브를 보고 따라 만들었다. 레시피를 공유해 주신 금손 분께 감사! 원래 레시피를 새롭게 창조해 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나름 열심히 따라 만들었다.
조금 차이를 둔 것이 있다면 녹차 가루와 코코아 가루 비율을 많이 높인 것.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맛도 더 진해지고 밀가루향이 안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번이 두 번째 만들어보는 것인데, 처음 만들었을 때는 기본 반죽에 바닐라 익스트랙을 첨가했었다. 나는 넣은 게 더 맛있었다! 다음번에 만들 때는 넣을 생각이다. 취향 차이인 듯! 코코아 가루는 기본 베이킹용을 사용했지만 녹차 가루는 음료용을 사용했다. 우유분말 등이 섞여있어 더 부드럽고 달아 맛있었다. 예쁜 건 코코아맛이 더 예쁜데, 맛은 녹차맛이 더 입맛에 맞았다. 남편도 좋아해 줘서 기분 좋다.
베이킹은 마음의 여유가 생겨야지만 간간히 하게 되는 것 같다. 자꾸 부족한 인내심을 시험케 한다. 앞으로도 도전해보고 싶은 게 많으니 하나씩 다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