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는 뭘 하며 시간을 보낼까?
지난 3월 갑작스럽게 퇴사를 결정했다. 병원에서 의료보조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근무 시간을 조정하며 매니저와의 의견이 잘 조율되지 않았고, 약속을 수차례 지키지 않고 번복하는 탓에 시원하게 그만둬버렸다. 어찌 보면 실수인 듯,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그렇게 나는 백수가 되었다. 갑자기 하루에 12시간이 덜컥 생겨버렸다. 바로 다음 일자리를 찾아볼까 면접도 몇 번 봤지만, 11월 말에 한국으로 들어갈 예정이라 애매한 공백기가 생겨버렸다. 일 하는 기간을 속이고 취업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싸리 포기해 버렸다.
처음 한 달은 갓 얻은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마침 집 계약 기간이 끝나가는 차라 새로운 집을 찾는데 몰두했더니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다음 달은 (드디어!) 남편이 졸업을 맞이하며 무진장 뒹굴댔다. 집밖으로 나간 일 수가 손에 꼽을 만큼. 세 달 째에는 이사를 하게 되어 또 바빠졌다. 풀옵션으로 살다가 텅 빈 집에 아무런 가구도 없이 옷가지만 싸들고 들어갔기에 준비해야 할 것이 예상외로 많았다.
이것이 나의 변명. 하지만 실상은 그저 놀고먹기 바빴던 것이 맞다. 그리고 이제 4개월 차, 게으르게 살던 날들을 청산할 때가 왔다. 이 정도면 많이 놀았다. 더 이상 비생산적으로 노는 짓은 그만두고 생산적으로 놀 것이다! (안 논다고는 안 했다!) 해보고 싶은 것들은 항상 많기에, 이 기회에 하나씩 다 해보려고 한다.
이 브런치북은 백수가 된 나의 일상을 함께해 줄 것이다. 백수가 되고 나서 생각보다 급속도로 자존감과 자신감이 떨어지더라. 적은 액수여도 돈을 벌다가 못 버니 이상하게 나의 가치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돈이 안 돼도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언제부턴가 나 스스로를 조금씩 잃어버리는 것 같았다.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어떠한 사소한 것이라도 해야 본래의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돈이 너무나도 중요해진 세상에 돈벌이를 못하는 저 사람은 무얼 하고 있을까? 지금부터 하나씩 보여드리고 싶다.
7월 28일부터, 매주 일요일에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