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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연 Dec 06. 2019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여수를 떠난다.

아린 마음은 부서지는 포말에 실어 보내며…







여수라는 도시가 가진 특별한 주파수, 애수에 물든 노을은 섬 너머로 저물고 있었다. 이 쪽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 저 건너편 육지에서는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가 까마득하게 들려왔다. 몇 번이고 들이친 파도에 판판하게 다져진 모래사장이 꾹 팰 만큼, 옹골진 발로 흙을 디디며 놀 아이들의 모습이 눈앞에 비치는 듯했다. 아무도 없는 이 쪽 편의 외로움은 아랑곳 않는 해맑음에 왜인지 모르게 마음이 아렸다.



파도가 들이쳐 모래가 젖는 경계선에 쪼그리고 앉았다. 발끝까지 밀려든 파도는 포말이 되어 하얗게 부서졌다. 불에 탄 듯 달아오르던 노을이 잦아들고 하늘 저 너머가 가뭇해질 때까지 그곳에 앉아 파도를 바라봤다. 파도는 지치지도 않았다. 여전히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는 물결치는 소리가 선명했다. 육지에 닿기 위해 서로 앞다투어 어깨를 스치는 물결의, 파도의 움직임이 별안간 사투처럼 느껴졌다. 덮쳐오는 쓸쓸함에 코끝이 싸했다. 세찬 바람에 시려오는 눈시울을 핑계 삼아 눈물을 숨기지 않았다. 이토록 외로운 바다 앞에서는 나만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울고야 말았을 거였다.



여수로 오는 발걸음이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었다. 몸을 실은 기차가 역 하나만큼 여수에 가까워질 때마다 달아나고 싶은 마음은 두 배씩, 세 배씩 커졌더랬다. 도망하고 싶었지만 여정을 끝맺지 않고 도중에 발길을 돌릴 결심을 가진 위인은 못되어 나는 기어이 이 바다에 있었다. 사무치는 감정을 한 아름 안고 이 외로운 바다에 홀로였다. 추슬러질 마음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조각난 심사心思를 그러모았다. 마음은 형편없는 누더기와 같았지만, 볼품없었지만 문득 버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갓 지어낸 비단 같이 흠 없는 마음만을 안고 살아가는 이 어디 있을까….



나는 누가 부르기라도 한 것처럼 벌떡 일어나 포말의 흔적이 말라붙은 구두의 앞코를 털었다. 무심함은 흐르는 물결에 쓸려가도록 묻어두고, 다정함만 가지고 떠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이만큼을 끌고 온 것이니 이 복잡한 심사의 책임은 내게 있음이 온당했다. 이 감정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그리 작정을 해야 했다. 나는 그렇게 알고 여수를 떠났다.



(2019. 0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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