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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연 May 06. 2020

책 <나의 칼이 되어줘>, 예리하지만 연민이 깃든 칼…



<나의 칼이 되어줘>
다비드 그로스만
웅진지식하우스
2018년 4월





난 당신에게 무언가 다른 식으로 편지를 쓰고 싶어요. 아니, 나 자신이 다른 어떤 식으로 편지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수많은 번잡스러운 말도 실은 아주 간단히 적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저 "당신, 어디가 아픈지 말해봐요"라든지요. 그래서 난 이제 눈을 질끈 감고 재빨리 써내려갈 거예요. 완전히 낯선 두 사람이 낯섦 그 자체를, 이질성이라는 강력하고 뿌리깊은 원칙을, 우리 영혼에 깊숙이 자리 잡은 모든 비대한 권력들을 극복하게 해달라고요. 우리는 진실의 혈청을 주사맞은 사람처럼 마침내 진실을 털어놓게 될 거예요. 난 스스로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해요. "난 그녀와 함께 진실을 피처럼 흘렸다"라고. 그래요, 내가 바라는 건 바로 그거예요. 나의 칼이 되어주세요. 그럼 맹세코 나도 당신의 칼이 되어줄게요. 예리하지만 연민이 깃든, 내 것이 아닌 당신의 단어들로요. 그토록 섬세하고 부드러운 어투와, 껍질마저 벗어버린 것 같은 말이 세상에 허락된 줄 난 미처 몰랐거든요.

(19-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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