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힘을 빼면 파도를 탈 수 있는 법

인간으로 살아가는 건 처음 해보는 거라서 - "모든 시작은 서툴다"

by 김은규

보이는 공간에 글을 쓰게 되면, 나도 모르게 힘이 잔뜩 들어가게 된다. 멋진 미사여구로 글을 장식하고, 어디서 들어봄직 한데 잘 쓰지 않아 참신함이 느껴지는(?) 어휘를 적재적소에 박아 넣어야, 어디 가서 취미 얘기 할 때 글짓기로 운이라도 띄울 수 있지 않겠나. 그렇게 해서 찍히는 글들은 마치 나물반찬 집밥 먹는 소박한 가족 저녁식사 자리에 턱시도와 행거치프를 한 채로 나타나는 느낌이다. 한 마디로 좀 재수가 없다. 그래서 오늘의 서평은 가볍고, 투박하게 해 볼까 한다.


어니스트 레빗 작가님의 "모든 시작은 서툴다"를 본다.



"커피는 씁니다. 본디, 인생도 씁니다." - 작가의 말

모든 시작은 서툴다.jpg 어니스트 레빗 - 모든 시작은 서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던 것들에 대해, 그 스스로의 경험과 생각을 담아낸 책이다. 생각 많아질 때, 두고두고 열어볼 것 같은, 다정한 참고서 같은 책. 작가의 말에 적혀있는 저 문구가 "응, 그거 원래 힘든 거 맞아~"라고 나긋하게, 부드럽게 다가온다. 울림이 되었던 글 가져와보았다.


KakaoTalk_20240223_013730186_01.jpg
KakaoTalk_20240227_150122793.jpg
우측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 'official_timespace'


SNS을 내리다 '아무 걱정도 없고 행복했던 2014년도 봄'이라는 게시물을 봤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종이 뽑기, 두 명씩 짝지어서 책상을 바라봐야 했던 교실. 당시 학창 시절을 보냈던 많은 사람들의 추억들이 담긴 댓글들을 보면서, 돌아갈 수 없는 유년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조금은 들었었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할지 모르는 그 당시가 정말로 아무 걱정도 없지는 않았다. 아니, 그때도 꽤나 두렵고 낯설었던 것 같다. 정말 사소한 것부터 말이다. 이를테면, 처음 이사 간 곳의 초등학교에서 새 친구를 사귈 수 있을지, 부모님 없이 처음 간 스키캠프가 너무 걱정돼서 전날 두 손 꼭 모아 기도했던 것. 불안하고, 초조한 상황들은 늘 삶 전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것이 당연해질 때까지 성장했을 뿐이다. 성장의 순간은 늘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순간이었고, 그럴 때마다 매 순간 나의 서툶을 마주했다.


서투른 나를 마주하는 순간은 늘 힘겹다.

이겨내는 것은 순전히 나의 몫이다. 처음 마주하는 당혹스러운 상황과 문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사력을 다해 넘어가는 것이니까. 불안정함으로 인해 까칠해지고, 괜스레 가시가 돋아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 상황을 넘어서 되돌어 보았을 때 당시의 미성숙함으로 끙끙대던 나와, 주변인들에게 끼친 많은 실례. 그 과정을 되돌아보는 것도 곤욕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서툶이 하루빨리 내일의 성숙함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삶을 지탱해 내는 깊은 뿌리가 되어, 보다 굳센 사람이 될 수 있길.



”해당 도서는 독립출판물 온라인 서점 인디펍으로부터 서평 작성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 받았습니다.”

https://indiepub.kr/product/모든-시작은-서툴다개정판/1866/category/30/display/1/

#인디펍, #독립출판, #독립출판물, #독립서점, #동네서점, #독립출판서포터즈, #인디펍서포터즈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음을 찍어내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