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서 배우는 리더십과 삶의 지혜"우유부단한리더"
7. 감정적이고 우유부단한 리더에게 새로운 눈을 가지게 하는 조언
리더가 감정적으로 일을 그르칠 때 다른 곳을 쳐서 조언한 안자(晏子)
“본의 아니게 여러 이유로 과격한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잘 인내하면 차후에 배려해 주신다.”
위 문장은 모 기업의 운전기사에 대한 ‘업무수행 운전 지식 및 요령’에 있는 내용 중 하나다. 운전기사에 대한 재벌의 갑질은 잊을만하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런 리더의 부하들은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고전(古典)에서 답을 찾아봤다.
“감히 내 말(馬)을 죽게 만들다니 당장 이자의 목을 쳐라”
제나라 왕 경공의 말(馬)이 병들어 죽자 경공이 노하여 말을 관리하는 이를 죽이려고 했다. 그러자 안자(晏子, 제나라 재상, 뛰어난 언변과 지혜로 춘추시대 대표 명재상)가 나서며 말했다.
“이 자는 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도 모르고 죽는 것이니, 제가 왕을 위해 따져 그가 스스로 자신의 죄를 깨닫도록 하겠습니다.”
왕이 허락하자 안자는 왕이 들을 수 있도록 크게 말했다.
“너의 죄는 세 가지다. 왕의 말(馬)을 기르는 임무를 지키지 못한 것이 첫 번째다. 또 왕이 가장 아끼는 말(馬)을 죽게 한 것이 두 번째 죄다. 말(馬) 한 마리 때문에 왕이 사람을 죽이게 했으니 백성들은 반드시 왕을 원망할 것이고, 이웃 나라에는 왕의 위엄이 떨어지게 될 것이니 이것이 세 번째 죄다.”
이 이야기는 《안자춘추》에 나오는 일화다. 안자는 잘못을 저질러 죽게 된 하급관리를 살리고 일시적인 분노로 인해 하급관리를 죽여 자신의 명예와 위엄을 추락시킬 뻔했던 왕을 지켜냈다. 왕을 직접 설득하기보다는 잘못을 저지른 관리를 꾸짖으면서 왕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람은 권력과 명예가 커질수록 자신의 직관에 대한 믿음도 커져서 기분과 감정에 좌우되는 판단을 내리기 쉽다. 이럴 때 리더를 설득하는 지혜로운 대화법이 필요하다. 만약 안자가 왕의 올바른 자세와 치세의 도를 내세우면서 설득했다면 본의 아니게 왕의 권위를 손상했을 것이다. 안자는 다른 곳을 두드려 왕이 스스로 깨닫게 했다. 왕의 권위를 살리면서 의도했던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리더는 자신의 결함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어렵다. 리더의 결함을 보고도 심기를 그르칠까 두려워 방관한다면 제대로 된 부하가 아니다. 리더와 조직을 살리는 부하는 리더가 새로운 눈을 가지도록 조언하는 부하다. 좋은 조직은 직언하는 부하와 그것을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리더가 함께 만드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리더가 우유부단할 때 비유법으로 일침을 가한 번쾌(樊噲)
“그렇게 하는 게 맞아? 내 생각에는 잘 될 것 같지 않은데?”
구체적인 분석 없이 모호하게 말하는 리더가 있다. 잘 되면 은근슬쩍 넘어가고, 잘못되면 ‘그 봐라, 내가 뭐라고 했냐?’라며 책임을 미루는 심리다. 즉, 희생양을 만들어서 자신을 보호하는 사람이다. 이런 리더는 큰 결정을 두려워해서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반면에 작은 결정은 자기가 다 하려고 한다. 우유부단한 리더의 전형이다. 이런 리더에게 직언하기란 쉽지 않다. 현명한 부하라면 어떻게 직언해야 할까? 사마천의 사기(史記)에서 답을 찾았다.
유방과 항우가 다투던 시절 유방은 항우의 계략에 말려 죽게 될 상황에 부닥쳤다. 항우가 초대한 ‘홍문의 연회장’은 유방의 사지(死地)였다. 뒤늦게 깨달은 유방은 연회 중에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를 대고 간신히 항우의 면전에서 벗어났다. 이때 유방의 신하 번쾌(樊噲, 한 고조 유방의 참모)가 말했다.
“빨리 도망가십시오”
그러자 유방은 재빨리 도망가지 못하고 망설이면서 말했다.
“항우에게 인사를 하지 못하고 나왔다. 내가 도망간 줄 알면 나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그러자 번쾌는 유방을 크게 다그치듯 말했다.
“큰일을 할 때는 사소한 예의를 따지지 않고, 큰 예의를 행할 때는 사소한 허물을 마다하지 않는 법입니다. 지금 저들은 칼과 도마이고 우리는 그 위에 놓인 물고기 신세인데 무슨 인사를 한다고 합니까?”
번쾌는 우유부단한 유방을 다그치며 단호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회사나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 작은 예의나 사소한 이해득실을 따져서 우유부단하게 행동하는 리더가 있다. 이런 리더에게 눈치만 보고 아무런 말도 못 하는 부하는 성장할 수 없다. 같이 망하는 길로 가게 된다. 번쾌가 자신들을 죽이려는 항우 일당을 칼과 도마로, 자신들은 그 위에 놓인 물고기로 비유했을 때 유방은 정신이 번쩍 들었을 것이다. 여기서 죽으면 그동안 꿈꿨던 천하통일은커녕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패배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느꼈을 것이다.
평상시에는 당연히 예의를 갖추고 상하관계를 유지해야 하겠지만 위기의 순간에는 작은 예의에 연연하지 않고 통렬한 충언을 할 수 있는 과단성이 있어야 한다. 특히, 우유부단한 리더에게는 비유법으로 일침을 가하는 대화법이 필요하다. 그게 더 큰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최고의 방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기(사기)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큰일을 할 때는 사소한 이해득실을 고려하지 않고, 대의를 행할 때는 작은 질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만약 세세하게 따지고 곳곳에서 칭송받는 사람이 되려고만 한다면, 결국 속 좁은 인(仁)만 갖게 되어서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우유부단한 리더에게는 번쾌와 같이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충격 비유법이 새로운 눈을 가지게 만드는 명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