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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조바르 Oct 10. 2021

인문학에서 배우는 리더십과 삶의 지혜"리더의 말솜씨"

8. 부하를 충성하게 만드는 리더의 말솜씨

리더의 말솜씨를 보면 그 조직의 운명을 알 수 있다. 특히, 부하에게 하는 리더의 말은 부하들의 충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당신은 리더로서 어떤 말솜씨를 가졌는가?     


1. 부하에게 상처를 주고 조직을 망하게 하는 리더의 말솜씨, 오만함     


 주인인 내가 정확하게 알지, 머슴이 뭘 알겠습니까?”     


 1997년 국회 청문회, 한보그룹의 회장은 계열사 사장을 머슴에 비유하는 발언을 했다. 계열사 사장도 머슴에 불과하다는 한국 재벌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말이었다. 이후 재계 14위의 한보그룹은 수많은 비리와 외환위기를 초래한 대가로 공중분해됐다.

 조직의 흥망성쇠(興亡盛衰)와 리더의 말솜씨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동서고금(東西古今) 리더들의 말에서 그 답을 찾아봤다.   


        

2. 부하에게 감동을 주고 충성하게 만드는 리더의 말솜씨, 겸손함       

                                   

2011. 5. 1, 미 백악관 상황실 (출처. 중앙일보)

 위 사진은 2011년 5월 1일, 미 백악관 상황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조 바이든 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 윌리엄 데일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함께 미 해군 특수부대의 ‘오사마 빈 라덴 급습 작전 실황’을 지켜보고 있는 장면이다.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혹자는 이것이 ‘미국의 힘’이라는 말까지 했다.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실의 중앙에 대통령이 앉아 있는 게 아니라 마셜 웹 연합 특수전사령부 부사령관(준장)이 앉아 있다. 기자들이 이 장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질문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상황을 통제하는 실질적인 책임자는 마셜 웹 부사령관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진은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명장면으로 기록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겸손과 소통, 공감의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특히, 겸손한 그의 말솜씨는 부하가 리더에게 충성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었다. 리더가 겸손함을 잃으면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하수에 불과하다. 겸손함을 잃은 리더는 오래 못 간다. 리더뿐만 아니라 조직까지도 위태롭게 된다.     


 《한비자》에 보면 부하를 친구이자 스승으로 모신 주나라 문왕의 일화가 있다. 부하들을 충성하게 만드는 리더의 말솜씨가 잘 보이는 이야기다.      

 주나라 문왕이 숭나라를 치고 봉황의 언덕에 이르렀을 때 신발 끈이 풀어졌다. 그는 직접 허리를 굽혀 끈을 묶었다. 이 모습을 보던 태공망 여상(강태공)이 물었다.     


 “폐하, 시킬 신하가 없습니까?”

그러자 문왕이 대답했다.


 최고의 군주 밑에 있는 신하는 모두 스승이요. 중간의 군주 밑에 있는 신하는 모두 친구요. 하급 군주 밑에 있는 신하는 모두 시종입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신하들은 모두 선왕 때부터 있던 신하들이므로 이 일을 시킬 사람이 없소.”     


주나라 문왕은 풀어진 신발 끈을 직접 묶으면서 그 이유를 겸손하게 설명했다. 이에 주변에 있던 모든 신하가 감동했다. 부하를 친구이자 스승으로 모시는 군주에게 어느 신하가 충성을 다하지 않겠는가?     

 리더가 오만한 말을 하는지, 겸손한 말을 하는지는 그 사람의 기질에서 나온다. 한번 형성된 기질은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리더의 위치에 오르기 전에 부단한 연습을 해야 한다. 리더가 사용하는 겸손한 말솜씨 속에는 조직과 부하를 움직이는 힘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3. 부하의 능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리더의 말솜씨, 진정성

     

 맹자가 제나라 선왕에게 한 말에 보면 리더가 부하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나와 있다.     


 임금이 신하를 손과 발처럼 보면 신하는 군주를 배와 심장처럼 중시합니다. 군주가 신하를 개나 말로 보면 신하는 군주를 평범한 사람처럼 봅니다. 군주가 신하를 흙이나 먼지처럼 보면 신하는 군주를 도적이나 원수처럼 봅니다.”      


서양에서도 이와 유사한 명언이 있다. 바로 괴테가 한 말이다.     


 현재 보이는 모습만을 보고 대하면 그는 지금의 상태로 머물러 버린다. 그러나 숨겨진 잠재력을 다 발휘한 사람처럼 대하면 종래에는 그렇게 만들 수 있다.”      


 부하는 자신이 가치 있고 존중받는 존재로 인식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리더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자신과 연관 지어 생각한다. 존중받는다고 느끼면 최상의 능력을 발휘하고,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껴지면 핑곗거리를 찾는데 에너지를 소모한다.      


 한보그룹 회장의 ‘오만한 말솜씨’처럼 부하를 ‘머슴’으로 대하면 부하는 리더를 ‘도적’으로 생각한다. 그런 조직은 오래가지 못한다. 진정한 리더는 부하를 친구이자 스승으로 모시는 겸손한 사람이다. 그래야 위기의 순간이 닥쳤을 때 그들은 온 힘을 다해 조직을 지키려 할 것이다. 리더가 진정성을 담아 부하를 존중할 때 부하는 자신의 능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려, 목숨을 바친다는 각오로 충성을 다할 것이다.      


 리더가 하는 말은 단순히 한 사람의 가벼운 표현으로 그치지 않는다. 리더는 말 한마디의 충격파가 얼마나 크게 울려 퍼질지 생각해야 한다. 조직의 흥망성쇠(興亡盛衰)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리더에게 겸손하고 진정성 있는 말솜씨가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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