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조바르 Mar 18. 2024

좋은 시간, 나쁜 여자(17)

17. 여자의 나쁜 짓 - 이지영

현경은 밤낮없이 공부했다. 하루 수면시간 4시간. 그 외에는 공부에 몰입했다. 그 결과 Y대 경영학과에 합격했다. 현경은 합격을 확인하자마자 정호에게 전화했다.

“아저씨. 나, 합격했어. Y대 경영학과. SK대 국문학과도 합격이야. 난 Y대로 가고 싶어.”

“어, 그래. 정말? 잘했구나. Y대로 가고 싶다고?”

“응. Y대.”

합격의 기쁨도 잠시, 정호는 자기 아들이 Y대 경영학과 1학년 마치고 휴학 후 군대 갔다는 걸 말하지 않았다. 그냥 묘한 기분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들이 제대하고 복학하면 같은 2학년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둘은 어쩔 수 없이 한 강의실에서 같이 생활을 할 것이다.

“현경아, SK대는 싫으니?”

“아저씨, 나는 Y대가 좋아. 과도 마음에 들고.”

“그래. 알았다. 첫 등록금은 아저씨가 내줄게. 그다음 부터는 알지? 너도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정호는 아들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굳이 말을 해서 선입관을 가지고 생활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현경은 오피스텔에서 합격 축하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파티를 준비하는 그녀의 모습은 지금까지 공부만 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탐정이 설치해 놓은 카메라에 녹화된 그녀는 음식을 툭탁툭탁 만들어내고 이것저것 꾸며내는 데 능숙했다. 음식준비가 끝나자 은색 촛대를 가져와서 초를 꽂은 다음 불을 붙였다. 조명은 모두 껐다. 은은한 촛불 사이로 와인잔을 놓고 레드와인을 따르는 시늉을 했다. 식탁 가운데에 물을 삼 분의 이 정도 채운 투명 유리컵 두 개를 놓았다. 그리고 작은 양파 두 개를 가지고 와서 뿌리를 아래로 향하게 물컵에 담갔다. 기이한 그녀의 행동에 탐정들은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현경은 흐뭇하게 웃으며 옷을 벗었다. 실오라기 하나 없는 그녀의 몸매에 침이 꼴딱 넘어갔다. 후배 탐정의 침 넘어가는 소리에 선배 탐정이 쳐다봤다. 후배 탐정과 눈이 마주치자 선배 탐정이 말했다.

“사사로운 감정에 휩쓸리지 마라. 우리는 지금 일하는 중이야.”

후배 탐정은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화면 속 현경의 행동에 집중했다.     

현경은 옷을 다 벗은 다음 거실 공간을 발레를 하듯이 뛰어오르기를 반복했다. 뛰어올랐다가 착지할 때마다 탱탱한 젖가슴이 출렁거렸다. 엉덩이는 한참 물이 올라 힙업이 되어있어서 잘록한 허리와 함께 다리가 길어 보였다. 그녀는 오늘 정호를 삼킬 것만 같았다. <전설의 고향>에서 나오는 천년 묵은 구렁이가 처녀로 변신해서 먹잇감 나무꾼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혼자 웃다가 뛰어올랐다가 반복하더니 화장실로 들어갔다. 곧이어 샤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오피스텔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현관문이 열리고 정호가 들어왔다. 그는 불 꺼진 오피스텔에 잘 차려진 식탁과 촛불, 그리고 현경이가 샤워하는 소리를 듣고 어찌할 줄 몰랐다. 선물로 산 노트북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그리고 식탁 위에 놓여 있는 양파 두 개를 봤다. 갑자기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20년 전 울릉도에서 지영이와 함께 밤을 지새우던 날 모텔 방 창틀에 놓여 있었던 물컵 속에 뿌리내린 양파 두 개. 정호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야.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현경이는 화장실에서 샤워하며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설마 다 벗고 나오진 않겠지? 아니 그럴 수도 있으니까 내가 왔다고 말해줘야겠다.’ 정호는 화장실 문 앞에서 노크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

“현경아, 나 왔다. 샤워 중이면 아저씨가 30분 후에 다시 올게.”

“아니야. 옷 입고 나갈 거니까 기다려. 나가지 말고.”

현경은 샤워기 물을 잠그고 큰 소리로 말했다. 정호는 알았다며 다시 식탁으로 가서 앉았다.

‘하하하, 이 녀석 봐라. 이제 성인이다 이거지? 와인까지 준비했네.’

정호는 아래 뭉치가 묵직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자기도 모르게 피가 집중되면서 팽창하고 있었다. 얼른 주먹으로 솟아오르는 불기둥을 내리쳤다. 통증이 느껴졌다. 덕분에 다시 수그러들었지만, 완전히 죽지는 않았다. 입학 선물로 사 온 노트북을 펼쳐서 작동법, 프로그램 설치 등을 살펴봤다. 현경이 좋아할 걸 생각하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때였다. 부드러운 두 손이 자신의 어깨에 올려지더니 겨드랑이 사이로 팔이 쑥 들어왔다. 현경이 그를 뒤에서 안은 것이다. 현경의 손이 정호의 가슴을 가볍게 쥐며 끌어당겼다. 정호의 날갯죽지에 탱탱하면서 물컹한 현경의 가슴이 밀착되었다. 정호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온몸이 경직되었다. 현경의 손놀림은 요염하게 익은 중년 여성의 능숙함 그 자체였다.

“혀, 현경아, 이러지 마.”

정호는 차마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목소리마저 떨었다. 그러자 현경이 정호의 오른쪽 목덜미를 가볍게 깨물었다. 정호가 놀라자 이번에는 혀끝으로 부드럽게 핥았다. 정호는 꼼짝도 하지 못했지만 아래 뭉치는 점점 부풀어 올랐고 단단해졌다. 당장이라도 거부하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정호 씨, 사랑해.”

낮은 톤으로 속삭이는 현경의 말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투였다. 현경은 정호의 셔츠 단추를 위에서 아래로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이제 정호도 포기한 듯 현경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현경은 정호의 셔츠를 모두 벗기고 난 후 커튼 매듭 천으로 정호의 눈을 가렸다.

“정호 씨, 현경이라고 생각하지마. 20년 전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생각해.”

‘이럴 수가! 양파 두 개, 낮은 톤으로 속삭이듯 말하는 말투, 20년 전 사랑, 응급실에서 이지영이라고 말했던 일, 영혼이 바뀌었다는 무당의 말까지…. 그렇다면 진짜 지영이?’

정호는 눈이 가려진 채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이미 그의 육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몸을 애무하는 여인은 현경이가 아니라 지영이라고 생각했다. 몸이 기억하고 있었던 걸까?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랑 세포에 새겨진 황홀한 DNA는 금방 그녀를 알아봤던 것일까? 정호의 몸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현경이 정호의 바지를 벗기고 팬티 속에 불끈 솟아오른 기둥을 두 손으로 감싸며 쓰다듬었다. 혀로 가볍게 문지르다가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정호가 ‘헉’하며 숨을 내쉬자 다시 밖으로 꺼내놓았다. 바짝 약이 오른 기둥은 배꼽을 향해 튕기듯이 솟아올랐다. 그러자 현경은 의자에 앉은 정호의 허벅지 위로 두 발을 올리고 엉덩이를 앞으로 밀착했다. 정호는 눈이 가려진 채 반사적으로 현경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현경이 안정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끌어당겼다. 잘록한 허리, 물컹한 가슴, 탱탱한 엉덩이, 신비로운 동굴이 그의 몸에 닿자 정호의 물건이 더 빳빳하게 세워졌다. 현경의 그곳에 바로 들어갈 기세였다. 하지만 조준은 그녀의 몫이었다. 20년 전에도 정호는 지금과 똑같은 자세로 지영이가 주도하도록 배려했었다. 지금도 그때와 같이 그저 따를 뿐이었다.

“정호 씨, 급하게 말고 천천히…. 가슴부터….”

“그, 그래. 지영아.”

정호는 지금 현경이가 아니라 지영이와 사랑을 나눈다고 생각했다. 몸이 먼저 알아봤고 이제는 생각마저 그녀라고 믿었다. 정호의 혀가 그녀의 가슴으로 가서 젖꼭지를 혀끝으로 돌리면서 애무했다. 현경의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정호의 아래 뭉치 부근에는 벌써 현경의 물이 촉촉이 배어 나와 적시고 있었다. 현경의 엉덩이가 조금씩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울릉도에서 지영과 밤을 보내던 그때도 지영이는 흥분하면서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리듬을 탔었다. 그리고 다음 동작에 지영이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정호의 물건이 현경의 그곳에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저절로 합체가 된 것이다. 정호의 다음 동작은 정해져 있었다. 삽입된 상태로 그녀를 들어서 침대로 가는 것이다. 가는 동안 거친 숨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딥키스를 했다. 정호의 혀가 그녀의 입속으로 들어가자마자 여자의 숨소리는 위와 아래에서 느껴지는 강한 자극으로 심장이 두 배로 빨리 뛰기 시작했다. 정호는 그녀의 몸을 안은 채 침대 위에 눕혔다. 그리고 자신의 눈을 감싸고 있던 천을 풀어서 그녀의 두 손을 침대 기둥에 묶었다. 현경은 두 팔이 위로 향해 묶였고 다리를 벌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정호는 다른 커튼 매듭 천으로 이번에는 현경의 눈을 감겼다. 현경의 가슴에 땀방울이 솟아났다. 귀 아래도 흠뻑 젖어 머리카락 끝에도 땀으로 적셔졌다. 정호는 현경을 뒤로 돌렸다. 그녀는 그가 뭘 원하는지 알고 무릎을 침대에 대고 엉덩이를 세웠다. 정호는 그녀의 탐스럽게 봉긋 솟은 엉덩이를 두 손으로 문질렀다. 손바닥이 허리를 거쳐 아래로 내려가서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오른손으로 다시 그녀의 깊은 골짜기를 부드럽게 벌리고 불기둥을 밀어 넣었다. 천천히, 부드럽게. 현경은 신음을 참을 수 없었다.

하악, 악

그것은 강렬하게 넣어달라는 그녀의 신호였다. 정호는 지영과 섹스할 때 늘 그녀의 신호를 잘 알고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었다. 그녀가 절정에 오를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였다. 곧이어 강하게 두 번 부드럽게 한번을 반복했다.

“하악, 바로 그거야! 사랑해, 사랑해.”

그녀는 신음으로 괴성을 지르다가도 정확한 자신의 상태를 표현했다. 그 소리에 정호도 맞장구를 치곤 했다.

“그래. 사랑해. 지영아, 나도 사랑해.”

뜨겁게 불타오른 후 땀에 젖어 기진맥진한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며 끝없이 얼굴을 비볐다. 정호는 지영이와 할 때와 수정이와 할 때의 가장 큰 차이점이 하나 있었다. 섹스 후에도 계속 사랑을 표현하는 지영이와 달리 수정이와 한 후에는 바로 샤워를 하러 가는 것이었다.     

정호는 지금 자신의 품속에 있는 여자가 현경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영이의 영혼이 어쩌다가 현경의 몸속에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한참 동안 호흡을 고른 후에 정호가 말했다.

“지영아,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현경이의 몸속에 들어올 수가 있어?”

지영이는 정호의 눈을 한참 바라보며 생각했다. ‘현경이가 우리 딸이란 걸 몰라야 해. 만약 정호 씨가 알게 된다면 미쳐버릴 거야. 현경이 영혼은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 난 현경이 몸을 빌려서 정호 씨와 다시 살 수 있어. 언제까지 내 빛이 이승이 머물지는 모르지만 지금 이 행복한 시간을, 내가 갖지 못했던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어쩌면 현경이가 나에게 준 마지막 선물일지도 몰라.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 지영이는 정호에게 가볍게 키스하며 말했다.

“놀라지 마. 사실은 말이야. 교통사고로 세 명이 한꺼번에 아산병원 응급실로 갔었어. 내 신체는 사고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였어. 갑자기 내가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부서진 내 육체를 바라보고 있는 거야. 다시 들어갈 수 없는 육체였어. 그런데 옆 침대에 누워있는 젊은 아가씨를 보니까 육체는 멀쩡한데 영혼이 나갔더라고. 그래서 얼른 그 육체로 들어갔어. 곧이어 젊은 아가씨 영혼이 다시 육체로 들어왔는데 내가 있으니까 기절해버리더라고. 그리고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한쪽에 웅크리고 있어. 만약 내가 시간이 다 되어서 이 육체를 떠난다면 내 힘으로 그녀를 깨울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안 깨울래. 정호 씨랑 행복한 시간을 더 가지고 싶어. 내가 현경의 몸속에서 눈을 떴을 때 당신이 내 앞에 있는 걸 보고 얼마나 신기하고 눈물이 나던지. 이렇게라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해.”

지영은 딸의 몸을 빌려 현실의 못다 한 사랑을 이루려고 하는 자신을 저주했다. 하지만 이미 나쁜 짓이 시작되었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승을 떠도는 영혼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현경의 몸속에 있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저승으로 가면 지옥에 떨어지더라도 이승에서 정호 씨와 행복한 시간을 하루라도 보낼 수 있으면 그렇게 선택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랬구나. 당신이 얼마나 나를 사랑했으면 저승으로 가지도 못하고…. 현경의 몸을 빌렸지만 넌 지영이라고 생각해. 다시 내게로 와줘서 고마워 지영아.”

지영은 정호의 키스를 받으며 정호의 품에 꼭 안겼다. ‘절대 알아서는 안 돼. 현경이가 우리 딸이라는 걸.’

작가의 이전글 좋은 시간, 나쁜 여자(1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