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중심적 사고의 필요성
수업에서 아이들에게 선생인 내가 듣기 싫은 말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 첫 번째가 무언가를 해보기도 전에 쉽겠다, 어렵겠다 판단하는 말이다.
이런 표현을 습관적으로 내뱉는 아이들은 결과중심적이어서 틀릴 것을 두려워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유형의 아이들은 의존적이고 자기감정에 대한 조절능력(멘털 또는 회복탄력성)이 약한 경우가 많으며 종종 머리가 좋거나 완벽주의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쉽게 말해, 생각의 과정을 통한 결과도출이 아닌 정답 찾기가 우선인 아이들이다.
나는 이런 아이들에게 이 말을 금지시킨다. '쉽다', '어렵다' 혼자 생각은 하더라도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하게 한다.
'보자마자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생각이 쉽거나 어렵거나 두 가지만 있어?'
쉽다는 선판단은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심리적 위축으로 사고를 경직시키므로 헤쳐나갈 때 걸림돌로 작용하고, 어렵다는 선판단은 이미 심리와 뇌기능을 통제하여 집중을 방해하고 사고의 확장에 방해요소가 된다.
어렵겠다는 선판단으로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할 동력을 얻지 못하는 경험이 누적되면 회피라는 방어기제를 채택하게 된다. 어렵겠다 싶으면 쉬울 것 같은 것을 찾기에 급급하고, 생각이 필요한 난이도가 있는 문제들을 외면하게 되면서 지구력 과제인내력이 제로인 상태로 성장해 간다.
'그냥 일단 해봐!'
'재밌겠다~~ 하고 시작해 봐!'
쉬워도 어려워도 재미는 있을 수 있다.
'재밌겠다! 어디 한 번 해볼까?'
이런 말들은 마음과 생각에 새로운 문제해결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면서 뇌를 활성화시킨다.
'쉽다', '어렵다'의 판단은 경험 후에 내려지는 평가이다.
일단 호기심과 기대를 가지고 부딪혀 보고 나서
쉬웠으니 제대로 정확하게 처리했는지,
어려웠지만 도전해 볼 만했는지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어려우니 멈춰서 문제상황을 정리하며 실마리를 찾고,
뭔가 잘못된 걸 알았을 땐 멈춰서 어디부터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 고민하고,
틀렸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았을 땐 멈춰서 지금 한 것과는 다른 방법을 찾아 나가는
진정한 사고의 과정을 배워야 한다.
앞서 얘기했던 선판단이 습관이 된 아이들은 잘못되고 틀렸다는 것을 인지한 중요한 순간에 이제까지 해왔던 과정들을 모두 다 지워버리고 초기화해버리는 특징을 보인다.
틀린 상태 그대로 직면하여 바라보면서 잘못된 부분을 찾아나가는 진짜 생각의 과정을 이어가지 못한 채, 모조리 다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여 정답이 얻어걸리길 바라는 무모한 방법을 선택한다.
이러한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문제를 오래동안, 깊이있게 생각해 보는 과정중심적 사고의 기회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선생으로서 학생에게 "어려웠지만 꽤 재밌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흐뭇하다.
'쉽다', ' 어렵다' 이분법적으로 선택되는 정답 찾기가 아닌, 자기만의 사고과정에서 도출되는 다양한 생각의 재미를 우리의 아이들이 알기 바란다.
그래서 이 험한 인생에 펼쳐질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쉽다 어렵다의 단편적인 기준이 아닌, 새로움과 도전의 즐거움을 기준으로 자신의 인생을 채워 나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