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지배하는 곳에 자유란 없다!
이전에 읽었던 책들을 되돌아보면서 한병철의 [불안사회]와 조너선하이트의 [불안세대] 이 두 권이 다시 한번 눈에 들어왔다. 현사회의 불안을 각기 다른 각도로 다루고 있지만 우리 삶이 불안으로 가득 차 있음이 제목 만으로도 전달된다.
두 책에서는 다른 차원으로 불안을 다룬다.
한병철의 [불안사회]에서는 현대 사회의 철학적 구조에서 불안의 뿌리를 찾는다. 현대 자본주의가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 전환하면서, 개인이 '해야 한다'는 강요를 내면화하여 스스로를 무한히 착취하는 자기 착취를 불안의 근원으로 보면서 구조적, 철학적 차원으로 접근한다. 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현실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뒤집을 수 있는 사유의 전환을 촉구하며, 피로와 소진에 맞서서 회복할 수 있는 근원적인 성찰을 강조한다.
조너선 하이트의 [불안세대]는 기술과 양육 방식의 변화라는 구체적인 사회 현상에서 불안의 직접적인 원인을 찾아내고 이에 대한 실용적인 대책을 내놓는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의 보급이라는 기술적 변화를 사회심리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대적, 기술적 차원에서 진단함으로써 청소년 정신 건강 악화와 불안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한다. 조너선 하이트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행동 지침을 제시하면서 고등학교 이전 스마트폰 금지, 16세 미만 소셜 미디어 사용 금지와 같이 사회적 규범을 바꿔서 청소년의 발달 환경을 물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병철은 철학자의 관점으로 더 광범위한 차원에서의 불안을 다루고, 조너선 하이트는 현세대의 직접적인 불안을 실제적으로 다루면서 이미 불안이 만연한 사회 속을 살아가는 불안한 세대들의 실태와 나아갈 방향을 생각하게 한다.
이 두 저자가 각기 다른 차원에서의 불안을 얘기하지만 두 관점이 맞닿는 몇 가지 공통적인 요소들을 생각해 보았다. 두 차원의 불안 속에 공통적으로 포함되는 원인과 해결에 대한 접근이 우리에게 유용한 적용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다.
두 관점 모두 현대인이 자신의 가치를 외부에서 찾으려는 것이 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가시적인 성과, 프로필, 구독자수, 좋아요와 같은 외부의 기준에 의해 개인이 자기 가치를 증명해 보여야만 인정받는다는 압박이 불안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병철은 성과사회는 개인에게 끊임없이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주입하여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 개인이 스스로를 착취(자기 착취)하게 만들고 이 과정에서 불안은 소진(번아웃)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보았다.
조너선 하이트는 소셜 미디어는 청소년에게 끊임없는 사회적 비교와 '좋아요'라는 형태의 인정을 요구하면서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전시하고 관리해야 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지위에서 보여지는 외모나 완벽주의에 대한 불안이 심화된다고 주장한다.
두 학자 모두 사람과의 진정한 관계와 만남의 부재를 불안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현대 기술 사회의 특징인 과도한 연결성(Hyper-connectivity)이 실제로는 깊은 고립감을 낳는 역설적인 상황임을 공통적으로 강조한다. 그 어느 때 보다 잘 연결되어 있는 것 같으나 관계 맺기에 있어서 실재적인 접촉은 사라졌다. 소셜 네트워킹 시스템(SNS:Social Networking System)이 활성화되어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social(사회적)인가? 이것이 제대로 된 관계(Network)인가? 에 대한 의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진정한 연결과 접촉의 부재가 현대 사회의 특성인 성과주의와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 때문에 심화된다고 보았다.
성과사회는 타자(The Other)가 사라진 사회이며 모두가 '같은 자기'(Same) 안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경쟁하지만 진정한 관계와 소통이 부재하여 고독과 고립을 겪는다는 것이 한병철의 견해이다.
조너선 하이트는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는 물리적인 면대면 교류를 대체하고 있는 현상을 지적한다. 청소년들은 가상 세계에 항상 접속되어 있지만 정작 현실에서의 깊은 우정과 놀이를 상실하여 외로움과 사회적 기술 부족을 겪고 이것이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고 말한다.
한병철이 말하는 성과사회에서는 끊임없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과 불안이 결국 모든 실패의 원인을 자기 탓으로 돌리게 만들어 우울증과 무력감을 유발하고 있다고 본다. 또한 조너선 하이트는 현세대의 아이들이 현실 세계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감독받지 않는 놀이'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데 반해, 가상 세계에서는 비현실적인 기준과 비교에 노출되면서 현실 대처 능력이 취약한 상태가 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는 개인이 현실 세계를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능동적으로 통제하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문제해결능력, 자기 효능감)을 잃게 만든다는 부분을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두 저자(철학자/사회심리학자)는
'외부 인정을 향한 강요와 내적 압박',
'과도한 연결 속의 실질적 고립',
'주체적인 능력 상실로 인한 무력감'
과 같은 현대인의 불안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를 공유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불안의 요소들을 잘 다루고 통제할 수 있어야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외부에서 찾던 기준들을 스스로의 내면으로 돌리고,
과도한 연결을 조율하면서 대면하는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능동적으로 현실의 경험들을 늘려나가면서...
최첨단의 기술들을 사용하지만 조금은 아날로그적인 관계와 소통의 경험을 통해 개인의 내부에서의 안정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의 아이들은 온라인세상과 현실세상을 동시에 접하고 자라나기 때문에 이 불안의 요소들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고민과 통찰들을 통해 불안한 시대의 흐름에 흔들리지 않고, 단단한 주체성을 가진 아이들로 성장하길 바란다.
안정이 기본형이어야 하지만 불안이 기본인 시대.
불안이 기본값이 되어 버리면 불안을 없애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된다.
과연, 불안이 제거되면 안정한 것인가?
불안이 제거된 수준의 안정은 최소한의 그것일 뿐, 진정한 안정에는 자신의 삶을 향하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
외부로부터 자유할 뿐 아니라, 내적 압박을 조절할 수 있는 자신만의 안정을 구축해야만 위에서 언급한 불안의 요소들을 주체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된다.
"불안과 자유는 상호 배타적이다."(불안사회 p.17)
내 삶을 향한 자유를 품은 안정을 찾아내길 바란다.
불안이 지배하는 곳에 자유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