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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일만 Sep 21. 2022

망각의 강 레테 9


봉암사 결사    

 

1945년 해방을 맞았으나 한국 불교는 여전히 왜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성철은 스님이 되기 전 속가시절에 이미 동정일여의 경지를 체험했다. 무(無)자 화두를 들자마자 곧바로 선정에 들었다. 

28살이던 1940년 대구 동화사 금당선원에서 ‘억겁의 어둠에 싸인 동굴에 촛불을 밝히듯, 일시에 어둠을 몰아내고 무심을 증득하여 오도송을 읊었다.’ -원택 지음 ‘성철스님 시붕이야기’     


황하수 곤륜산 정상으로 거꾸로 흐르니

해와 달은 빛을 잃고 땅은 꺼지는도다.

문득 한 번 웃고 머리를 돌려 서니

청산은 예대로 흰 구름 속에 있네.    

  

성철이 지은 오도송이다.      

성철은 금강산 마하연 등을 거쳐 순천 송광사 삼일암에서 보조국사 지눌의 장삼을 보았다. 나중에 성철은 ‘봉암사 결사’를 주도하면서 의복(승복)을 바로잡는 일부터 착수했다. 

1947년 가을 성철은 문경 희양산 봉암사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청담, 향곡, 보문, 자운, 우봉, 법전 등 도반들과 함께 지눌의 ‘정혜결사’ 이후 불교계에 새 바람을 일으킨 ‘봉암사 결사’를 주창했다. 비로소 한국 불교를 바로세우기 위한 초석이 놓여졌다. 

성철은 한국 불교에 뿌리내린 칠성당, 산신각 등 무속(巫俗)과 기복 요소들을 싹 다 없앴다. 신도들에 의지하던 살림살이를 멀리하고 부처가 행했던 탁발로 최소한의 양식만 구했다. 

비단으로 붉게 꾸민 스님들의 가사도 모두 치워버리고 한국불교 전통의 괴색 승려 옷을 되살렸다. 아침에는 죽을 먹었고, 저녁엔 최소한의 소식만 했다. 참선할 기운이 남아 있을 정도로만 먹었다. 백장의 청규대로 필요한 것은 스스로 마련했다. 

봉암사 결사에 모인 승려들은 모든 것을 ‘부처님 가르침대로’ 따랐다. ‘성철스님 시붕이야기’는 봉암사 시절 성철이 생식한 얘기를 전한다. 

‘쌀 두 홉을 물에 담가두었다가 일절 간도 안 하고 찬도 없이 씹어 먹었다. 그리고 이불을 펴거나 목침을 베고 잠을 청하는 일도 전혀 없었다.’ -성철스님 시붕이야기

성철은 이 무렵부터 ‘장좌불와’를 시작했다. 말 그대로 눕지 않은 채 오로지 좌선만 한다는 의미다. 이는 초절정의 고수들만 할 수 있는 수행법이다. 자칫 이를 흉내내려다간 치아가 모두 빠지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기도 한다. 웬만한 고승들도 견디기 힘든 극렬한 몰입 방식이다.  

낮에는 밭에서 일을 하거나 나무를 하고 탁발까지 다녔다. 밤에는 잠을 잊은 채 참선에 몰입했다. 방안에서는 오로지 좌선만하고 잡담은 일체 금지됐다. 

봉암사 결사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중단됐다. 봉암사 경내까지 빨치산들이 들어 왔다. 승려들은 뿔뿔이 흩어져 훗날을 기약해야 했다. 전쟁으로 인해 중단됐지만 봉암사 결사는 단숨에 한국불교를 바꾸어 놓았다. 이곳에서 청담, 성철, 혜암, 지관, 법전 등 다섯 종정이 배출됐다. 

지금도 봉암사 승려들은 선(禪)의 최전선에서 오로지 좌복 위에 앉아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봉암사는 일 년에 딱 하루 4월 초파일에만 신도들의 방문을 허락한다.      

불교의 근본 목적은 ‘이고득락(離苦得樂)’이다. 삶이라는 고해의 바다에서 벗어나 영원한 즐거움을 누리자는데 있다. 태어남은 곧 고통의 시작을 의미한다. 모든 생명은 죽어서도 윤회라는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산 생명은 거대한 원 안에 갇힌 채 무한 되돌이표를 거듭하고 있다. 니체의 영겁회귀는 이런 불교 교리에서 차용한 것이다. 그런 인간에게 번뇌는 숙명이다. 

번뇌(煩惱)는 머리(頁)에 불(火)이 붙은 것을 의미한다. 머리에 불이 났으니 마음(⺖)이나 뇌(�)가 얼마나 괴롭겠나. 

선불교는 번뇌를 반박에 끊어낼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하지만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있으나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문은 없다. 그 언덕에 이르기 위해 한국의 2천 여 선승들은 오늘도 저 산 깊숙한 곳 좌복 위에 앉아 있다.        


  큰 도를 깨닫는 문은 따로 없지만(大道無門)

 그 문은 어떤 길과도 통하니(千差有路)

 이 문 없는 문을 통과하면 (透得此關)

 천지를 활보하며 자유자재하리라 (乾坤獨步     

-무문 혜계선사 

           

무함마드와 이슬람교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십자군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선과 악의 이분법이다. 십자군 전쟁(1095~1291년)이 과연 선과 악의 대결이었을까. 

그렇다면 선은 어느 편이고, 악은 또 어느 편일까. 부시 대통령의 말에는 ‘우리 편이 선이고 너희는 악한 무리’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우리는 기독교, 너희는 이슬람교 세력을 말한다. 

이슬람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지하드(성전)’와 테러다. 서방 언론이 은연  중에 심어 논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작하여 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네이버 지식 백과)’ 탓이다. 이슬람은 과연 악일까?     

이슬람교의 경전은 코란이다. 유일신 알라가 선지자 무함마드에게 내린 계시를 기록해두었다. 코란은 동사 ‘읽다’의 명사형이다. 동굴에서 명상을 하던 무함마드에게 천사가 나타나 ‘읽어라’고 명령했다.

무함마드는 문맹이었다. 그런데도 무턱대고 ‘읽어라’고 했다. 읽지 못한다고 항변했으나 소용없었다. 이후 20년 동안 무함마드는 천사로부터 수많은 계시를 받았다. 그것들을 빠짐없이 기록해둔 경전이 코란이다. 

1981년 처음 한글로 된 코란이 발행됐다. 코란이 신의 계시를 적어놓은 경전이라면 ‘하디스’는 무함마드의 언행을 기록해둔 책이다.  ‘하디스’는 경전을 보완하고 있다. 이슬람에서 무함마드의 역할은 곧 신의 대리인이다.

코란과 하디스가 주장하는 근본 교리는 “알라 이외에 다른 신은 없고, 무함마드는 알라의 사도이다”로 요약된다. 알라(Al Lah)는 정관사 Al과 신(Lah)의 합성어다. 즉 알라는 하나 뿐인 유일신을 의미한다. 

무슬림에게는 누구나 지켜야할 ‘6신(信) 5행(行)’이 있다. ‘6신 5행’이란 모든 무슬림이 지켜야할 6가지 믿음과 5가지 의무를 말한다.  6가지 믿음은 알라와 천사, 코란, 예언자, 최후의 심판, 정명을 의미한다. 5가지 의무는 신앙증언, 하루 5번의 예배, 자선, 라마단 금식, 성지 순례 등이다.

5가지 의무는 이슬람을 떠받치는 다섯 개의 기둥이다. 첫째 샤하다는 “알라 외에 다른 신이 없고, 무함마드는 알라의 사도임을 증언한다”는 신앙고백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기에는 칼과 함께 아랍어로 이 말이 적혀 있다. 

무슬림은 하루 5차례 메카의 카바 사원을 향해 예배를 드려야 한다. 카바 사원은 여러 군데 있으나 단 한 곳만을 얘기할 때는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사원을 지칭한다. 정사각형을 뜻하는 카바 사원의 가운데에는 검은 운석이 놓여 있다. 

이슬람의 전승에 따르면 아브라함이 아들 이스마일과 함께 카바 사원을 지었다고 한다. 이슬람 이전에는 헤브론에 위치한 아브라함 사원이 아랍인들의 대표적 순례지였다.

기독교를 공인한 로마 콘스탄티누스는 아브라함 사원을 없애고 그 자리에 교회를 세웠다. 사원은 메카로 옮겨졌다. 메카의 카바 사원에는 당시 300여 개의 신상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는 기독교 성물도 포함되어 있었다. 

다양한 신상들은 많은 순례자와 관광객을 끌어 모았다. 메카의 상인들은 순례를 위해 카바 사원을 찾는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해왔다. 무함마드가 신상들을 모두 없애려고 하자 메카 상인들이 발끈한 이유다. 무함마드는 상인들에 의해 메카에서 쫓겨났으나 다시 돌아와 결국 신상들을 모두 없앴다.

둘째 살라트는 매일 다섯 차례 올리는 기도다. 이마를 땅에 대며 알라에 대한 최대한 복종을 표시해야 한다. 셋째, 소득과 재산의 일정 부분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줘야 한다. 

넷째, 아랍어로 ‘더운 달’을 의미하는 이슬람력 9월엔 해 뜬 후부터 해지기 전까지 금식하는 라마단을 지켜야 한다. 해가 떠 있는 동안 음식을 먹지 못한 무슬림들은 저녁에 폭식하는 경향이 있다. 다섯 번째로 일생에 꼭 한 번은 메카의 카바 사원 순례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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