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건 전부 버릴 거야”
우리는 작은 여자가 딱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이 큰 봉투를 돈키호테에서 몇 개 사 왔다.
버리고 갈 짐들을 그 안에 하나하나 쌓다 보니 그 커 보이던 봉투도 하나둘씩 꽉 차기 시작했다.
“매트리스는 일단 스티커 붙여서 내놓으면 되는 거지?”
“응 무거우니까 같이 들고 내려가자.”
우리는 1인용 매트리스를 둘이서 분리수거장까지 옮겼다. 방 대부분을 차지하던 매트리스가 사라지니 좁아 보이기만 하던 방이 꽤 넓어 보였다.
“이제 쓰레기만 분리수거해서 버리면 끝이다!”
“고생했어!
B의 이민용 캐리어 하나와 여행용 캐리어, 그리고 내가 가져온 조금 큰 사이즈의 캐리어까지 총 3개
그 안에 약 일 년 반에 걸친 그녀의 오사카 생활이 담겨 있었다.
역에서 약 15분 떨어져 있고 고속도로가 근처에 있어서 창문을 열어두기 힘든 작은 맨션.
전등이 고장 나서 잘 켜지지 않는 현관 입구.
현관 입구 바로 옆에는 신발장이 붙어있어 그 안에는 B가 즐겨 신는 스니커와 부츠등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깨끗하게 관리된 세퍼레이트식 화장실, 그리고 그 반대편의 욕실.
하얀 카펫 위에 올라가 있는 조그마한 탁자. 그 위에서 우리는 항상 같이 식사를 했다. 그 탁자도 지금은 스티커가 붙여진 채로 분리수거장에서 수거를 기다리고 있다.
탁자 맞은 편의 TV책상은 그 위에 있던 TV를 먼저 보내고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TV책상도 빌트인 가구였기 때문에 방에 남겨두면 된다.
그리고 침대 프레임. 1인용 매트리스가 딱 맞는 사이즈.
우리 둘이 자기엔 조금 좁아서 항상 껴앉고 잤었다.
언제나 내가 벽 쪽에서 잤었고 나는 항상 벽에 딱 붙은 채 먼저 잠에서 깨어났다. 일어나 보면 B가 이불도 덮지 않은 채로 작은 침대 대부분을 점유하고 기분 좋게 자고 있었다.
“자 이제 우리 집으로 가자!”
나는 양손에 캐리어 하나씩 총 두 개, B는 한 손에 캐리어, 나머지 손에는 우산을 챙겨 역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캐리어가 무거워서 계단으로는 도저히 이동할 수 없었다.
우리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개찰구까지 왔다.
주말 정오 전철역에는 사람이 많이 붐비고 있었다.
전철을 갈아타기 위해 우메다역에 도착하였을 때는 친절한 외국인이 B에게 캐리어 옮기는 것을 도와줄지 물어봤지만 우리는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B가 작은 몸으로 짐이 꽉 차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있는 것이 안쓰러워 보였나 보다.
B의 집에서 출발해 갈아타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약 한 시간 10분 우리는 겨우 집 앞에 도착했다.
내 방은 B의 짐을 정리할 수 있게 미리 자리를 비워두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정리가 끝날 수 있었다.
나도 이참에 안 입고 조금 오래된 옷들을 처리했다.
아침 일찍부터 짐을 옮기고 정리하다 보니 벌써 저녁이었다. 편의점에서 사 온 에그샌그위치와 삼각김밥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에 긴장이 풀리니 허기가 몰려왔다.
“고생했는데 우리 스시나 먹으러 갈래?”
“그럼 스시로(회전초밥 체인점)에 가자! 오빠가 이사하는 거 도와주었으니까 오늘은 내가 살게 마음껏 먹어! “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오늘은 삼가지 않고 잔뜩 시켜 먹을게”
스시로까지 가는 길은 집에서 걸어서 약 10분, 가는 길은 너무나도 먼 것 같이 느껴졌지만 배부르게 식사를 하고 같이 돌아오는 길은 훨씬 짧게 느껴졌다.
동거 1일 차.
이제 항상 같은 집으로 돌아오겠구나 우리 둘.
A군과 B양이 이혼하기까지 앞으로, 2년 9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