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원래 예정일보다 2주 늦어진 거야? “
“…응.”
B는 내 반응을 기다리며 걱정이 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는 덧붙이며 말을 이었다.
“평소에도 예정일보다 늦어지는 날은 많은데, 이번처럼 2주 넘게 늦어지는 건 처음이어서… 우리 최근에는 체외피임만 했는데 혹시 그거 때문에 생리 늦어지는 건 아닐까 해서..”
“그렇지… 그래도 제대로 안에 한 적은 한 번도 없긴 한데..”
나는 일단 말을 끌면서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B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임신의 가능성은 있다.
물론 임신이 아닐 확률이 조금 더 높다고 생각한다.
어느 쪽이든 내가 무슨 말을 하던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임신이 아니라면 그냥 이상하게 평소보다 생리가 늦어졌네! 하고 넘어가면 되는 것이고 정말로 임신한 것이라면…
“그럼 일단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까 내일 퇴근하면서 드럭스토어에서 임신검사기를 사 오자. 그리고 저녁에 테스트를 해보는 것 어때? 아직 확신할 수는 없으니까. 결과가 나오면 그때 다시 이야기해 보자. 알겠지? “
“응 오늘 너무 늦었지? 그럼 슬슬 잘 준비할까?”
옆에서 조용히 B가 숨죽여서 자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밤이 깊어져도 평소와는 다르게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나는 눈만 감은 채 B의 작은 숨소리를 듣고 있었다.
만약 정말로 임신했다면 계속 이 집에서 살 수 있을까. 이사 가야 하는 거 아닐까.
준비가 하나도 되지 않았고 모아둔 돈도 적은데.
지금은 양가 부모님에게 도움을 받기도 어려운데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닐까.
내 앞가림도 아직인데 내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그래도..
만약 아이가 생기면 해주고 싶은 것이 산더미같이 있었다. 한일 혼혈로써 한국어와 일본어를 자유자재로 쓰게 가르치고 싶다.
내 욕심으로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아이 욕심에 따라서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유복하게는 힘들지 몰라도 마음은 풍족하게 잔뜩 사랑을 주고 싶다.
많이 웃게 해 주고 울고 싶은 때는 실컷 울게 해 주고 스스로에게도, 남에게도 솔직한 아이가 되도록 도와주고 싶다.
힘내라는 말보다는 고생했어 힘냈구나 라는 말을 해주고 싶고 유능한 사람보다 상냥한 사람이 되도록 옆에서 응원해 주고 싶다.
그리고
B와 같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나에게 등 돌린 채 침대 가장자리에서 자고 있는 B의 작은 등을 바라보았다.
아무 말 없이 양손으로 그녀를 끌고 와서 꽉 안아주었다.
비몽사몽인 채로 그녀는 작은 신음을 흘리며 나에게 한동안 안겨있었다.
책임을 져야지. 눈앞에 현실에서 눈 돌리지 말고.
이유가 어떻든 사랑하는 사람이 불안에 떨고 있고, 그녀가 설령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제일 먼저 알아주고 편이 되어주어야지.
그 어떤 말보다 먼저
걱정 말라고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고
말해주어야지.
그렇게 마음먹고 나서야 나는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
마음먹고 나니 내 마음도 행동도 훨씬 더 가벼워졌다.
당장 힘들 수도 있고 괴로운 일들도 많겠지만 걱정보다는 기대가 되었다.
B의 말대로 임신이라면 오히려 마음이 더욱 편해질 것 같았다. 아직 나도 B도 젊기 때문에 더 힘낼 수 있다고 둘이서 잘 해쳐나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퇴근 후 여느 때처럼 역 앞에서 만나 우리는 드럭스토어에 들러 임신테스트기를 3개 정도 샀다.
B는 출근하고 나서도 하루 종일 집중이 잘 안 되고 걱정이 되었는지 일하는 시간 내내 핸드폰으로 여러 가지를 검색해 본 것 같았다.
B는 먼저 임신 테스트는 기간을 두고 테스트하는 게 좋으니 여러 개를 사두자고 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근처 레스토랑에서 B가 먹고 싶다고 한 함박스테이크를 간단히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B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손발을 씻고 테스트를 하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금 후 기운 없는 목소리로 나오며 말했다.
“오빠… 이거 봐... “
“응, 결과 어떻게 나왔어?”
B는 아무 말 없이 임신테스트기를 보여주었다.
결과는 한 줄, 그 의미는
‘음성’
임신이 아니었다.
A군과 B양이 이혼하기까지 앞으로, 2년 6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