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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카리

B는 생리통이 심한 편이었다.

그녀는 생리통이 심해지면 바닥에서 고양이자세를 한 채로 통증이 약해지길 기다리 곤 했다.

고양이자세는 무릎을 꿇은 채로 양손을 쭉 펴서 바닥에 손바닥과 가슴을 바닥에 붙이는 자세이다.

허리를 쭉 펴고 엉덩이를 살짝 들어 올리는 자세인데 B는 그 자세를 하면 통증이 많이 가라앉는다고 했다.


B는 평소에도 생리주기가 불안정하여 매일 아침 구강용 온도계를 사용해서 체온을 정확하게 어플에 기록을 해놨었다. 배란기 때에는 체온이 평소보다 올라간다고 했고, 생리가 오기 직전에는 올라갔던 체온이 확 떨어진다고 했다. 임신이 되면 생리 전 떨어져야 하는 체온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조금 더 올라간다고 했다.




B가 임신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던 날 이후 우리의 관계는 브레이크가 고장 나버린 것 같았다.

B와 함께라면 결혼해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고 난 후 우리는 더 이상 피임 같은 걸 생각하지 않고 관계를 가졌다.


우리는 서로 임신이 되어도 상관없어,라고 막연히 생각하게 되었다.

오히려 나는 언제든 아이가 생겨도 괜찮도록 더 저금에 신경을 쓰게 되었고 그것은 B도 마찬가지였다.


사귀고 있더라도 서로 어디를 바라보는지 알 수 없던 우리는 이제야 하나가 되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일상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니었다. 평소처럼 열심히 일하고, 퇴근시간이 비슷할 때는 근처에서 서로를 기다리다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퇴근 시간이 늦어지면 같이 집 근처 정식집에서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고, 일찍 돌아오는 날에는 내가 요리를 하고 B는 청소와 빨래를 했다.


자기 전 B가 인스타그램에서 맛있어 보이는 식당이나 가보고 싶은 관광지를 나에게 태그 하여 보냈고 침대 속에서 우리는 그걸 같이 보면서 이번 주말에는 어딜 가볼지 계획을 세웠다.


생리가 심한 날이면 나는 조금이라도 B가 편해지길 바라며 마사지를 해주었고 B는 진통제를 먹으며 생리가 끝나길 기다렸다.


“임신하면 10개월 정도는 생리 안 할 수 있으니까 좋을 텐데. “

B가 웃으면서 농담을 해왔다.


나는 그것도 그렇겠네,라고 말하며 B의 등을 두들겨주었다.


평소보다 다르게 생리가 늦어지는 달이 몇 번 있었고 그때마다 B는 혹시나 하여 체온이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더 꼼꼼히 체온을 측정하였다.

B는 매일매일 알람이 울리면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는 구강용 체온계를 입에 물고 다시 잠들었다.

몇 분 후 체온이 끝나고 체온계에서 알람소리가 들려오면 기록된 체온을 어플에 기록하고 나서야 침대에서 일어났다.

침대에서 일어나거나 움직여버리면 체온이 올라가 버리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몇 주씩 생리가 늦어지더라도 결국 체온이 떨어지는 날은 찾아왔고 그런 날은 서로 말 수가 줄어든 채 잠에 들었다.

“이번에야말로 임신한 줄 알았는데..”

B는 나에게 등 돌린 채로 그렇게 읊조리며 방울방울 눈물을 떨어뜨리며 잠을 청하고 있었다.

나는 그 작은 등을 그저 아무 말 없이 힘껏 껴안아주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B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다고 한다. 항상 생리통 때문에 고생하여 심한 날에는 조퇴를 했다고 하고, 원인 모를 격통 때문에 몇 번씩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다고 했다.

나도 어렸을 때 병에 걸려 몇 주 간 입원했던 적이 있었다. 병명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병이 나은 뒤 오랜만에 초등학교 반으로 돌아가 한동안 어색했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또 서로 고향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홀로 살며 바쁘게 지냈기 때문에 평소에도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자신은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을 누구의 탓으로도 돌리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냈다.


그래도 우리는 언제든 아이가 찾아오든 기쁘고 반갑게 맞이해 주기 위해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서로 스트레스받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 보면 반드시 아이가 찾아와 줄 것이라고, 그러니까 우리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자고 다짐했다.


“우리 불꽃놀이 축제에 가자! 불꽃놀이 보면서 소원 빌면 이루어질 수도 있대! “

몇달 전 B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었다.



A군과 B양이 이혼하기까지 앞으로, 2년 3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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