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한국에 돌아왔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날은 아직 저물지 않았다. 하지만 금방 저녁을 먹어야 하는 시간대가 되어 우리는 공항 안에 있는 편의점에서 김밥을 하나씩 사서 먹었다.
그리고 다행히 우리는 금방 집으로 가는 공항버스표를 살 수 있었다. 김밥을 먹으면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부모님에게 몇 시쯤 도착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코로나의 영향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 때문인지 공항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버스 짐칸에 이민용캐리어 두개를 실은 후 버스를 타니 자리가 널널했다. 버스 안에는 즐거운 여행을 끝나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잔뜩 가지고 온 사람들로 몇 자리 채워져 있었다. 즐거운 시간이 끝나고 이제 피곤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쉬운 듯 다들 눈을 감고 조용히 자리에 앉아있었다.
우리는 이제부터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몇 시간 이동을 하고 공항버스에서 내리니 부모님이 공항버스 정류장 근처에 차를 대고 기다리고 계셨다. B와 부모님의 첫 대면. 너무나도 어색한 그 광경에 나는 어색함을 무마하기 위해 말을 꺼냈다.
“잘 지내셨어요? 여기는 B에요. 여기는 우리 부모님. ”
“안녕하세요, B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어머 한국어 정말 잘하네. 앞으로 잘 부탁해요. 내 집이다 생각하고 편하게 지내요. 밥은 잘 챙겨 먹었지?”
“네, 감사합니다.”
“그래, 그래. 피곤하지? 빨리 돌아가서 오늘은 푹 쉬어요.”
돌아가는 차 안은 조용했다. 나와 B가 피곤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배려해 준 것인지 부모님은 별 다른 질문은 하지 않고 조용히 운전만 해 주셨다. 덕분에 우리는 짧게 한국까지 돌아오는 여독을 풀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부모님 집 위 층 거의 창고로 쓰고 있던 방이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있었다. 책상은 내가 고등학생 때 쓰던 책상이 그대로 놓여있었고, 침대는 조금 작았지만 깨끗하게 침구류가 정리되어 있었다. 그 방은 내가 일본에서 살던 집보다 조금 더 넓었다.
“너랑 동생 나가고 창고로 썼던 방인데 이 정도면 깨끗하게 잘 정리했지? 청소하는데 며칠이나 걸렸어.”
어머니는 깨끗해진 방을 보고 뿌듯하게 말하셨다.
“둘이서 지낼 곳 구하기 전까지 편하게 지내. 우리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알겠지?”
그리고 아버지가 덧붙이셨다.
“침대는 큰 걸로 하나 이미 시켜두었다. 곧 올 거야. 그리고 B야, 그 외 필요한 가구나 전자제품 있으면 나한테 편하게 말하렴. “
“아, 네 고맙습니다, 아버지…”
“우리 내려갈 테니까 그럼 오늘 편하게 쉬렴. 먼 한국까지 오는데 고생했어.”
한국에서의 첫날밤. 부모님이 자리를 비우고 나니 드디어 우리 둘 다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아마 부모님도 많이 긴장하신 것처럼 보였다.
아직 없는 게 많은 집에서 우리는 짐 정리를 하면서 마주 보았다.
“어때, 잘 해낼 수 있을까. 우리?”
“응 당연하지.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해야 하는 것부터 하나씩 하나씩 해 나가자. 우리 부모님도 진짜 어색해하시는 것 같아 보였어.”
“정말? 너무 친절하게 잘 대해주셔서 전혀 몰랐어.”
“당연하지, 나도 오랜만에 만났지만 아마 지금쯤 아래에서 한숨 돌리고 계실걸? 걱정은 그 두 분이 더 많이 하고 있을 거야. 잘 지낼 수 있을까, 부담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하고. “
“… 그렇구나.”
서랍장을 몇 개 열어보니 우리가 짐을 넣을 수 있게 안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우리는 가져온 옷들만 정리하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고생했어.”
“응 진짜 피곤하다 이제 씻고 자자.”
“내일은 우리 짐 정리마저 끝내고 놀러 가자. B가 제일 먹어보고 싶은 요리 있어?”
“응! 나 한국에서 육회 먹어보고 싶어! 싱싱한 걸로!”
“좋아, 내가 맛있는 가게 찾아볼게. 그럼 나 먼저 씻고 올게?”
둘 다 간단히 목욕을 하고 나니 졸음이 폭포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간단히 피부관리만 하고 우리는 쓰러지듯 침대로 들어갔다. 갓 세탁한 이불은 푹신하고 좋은 냄새가 났다. B는 정말로 피곤했었던 것인지 이불에 들어가자마자 잠이든 것 같았다.
옆에서 새근새근 잠든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나는 걱정 때문에 쉽게 잠들 수 없었다. 부모님에게는 우리가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다고는 말은 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부모님은 결혼을 너무 급하게 하려는 것이 아닌지, 조금 시간을 두고 봐야 하는 게 아닌지 걱정을 하고 계셨다.
반대로 B는 비자 때문이라도 최대한 빨리 혼인신고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녀는 혼인비자를 받아서 빨리 한국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 사이에서 그들을 중재하고 의견을 조율해야만 하는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 혼자 아무리 고민해 봐도 소용없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머리를 깨끗이 비우고 나서야 겨우 잠을 청할 수 있었다.
A군과 B양이 이혼하기까지 앞으로, 1년 10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