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바로 혼인신고하는 건 좀 아니라고 본다.”
“… 엄마도 마찬가지야. 일단 이번에 같이 한국 온 건 서로 인사하고 얼굴 보러 온 것이라고 하고, 비자 끝나기 전까지 집에서 편하게 지내다가, 일본으로 돌아가는 건 어떨까? “
“….”
“그리고 다음에 다시 또 한국에 오면, 그때 혼인신고 생각해 보는 것으로 하자. 응? “
“아직 우리도 B가 무슨 사람인지 아무것도 모르기도 하고. 이렇게 갑자기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다. 잘 생각해 봐.”
”… 제가 일본에서 혼자 지내고 코로나로 너무 힘들었을 때, 누구한테도 도움 받지 못할 때, 가장 큰 의지가 되어 준 친구예요. 제가 가장 힘들 때 힘이 되어주고 아플 때 언제나 옆에 있어주고 기쁨을 나눠준 친구예요. “
“그건 몇 번 들어서 알지만…”
“제가 장남으로써 부모님에게 이렇게 부탁드린 것은 처음이잖아요. 한 번만 저를 믿고 허락해 주세요. 정말로 행복하게 잘 지내볼게요. 어머니, 아버지, 정말 부탁드려요.”
“네가 뭐가 급하다고… 이제 안정적인 직장에서 열심히 일할 거고, 새로운 사람들도 앞으로 많이 만날 수 있는데… 더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을 텐데, 왜 그렇게 서두르려고 하는 건지 엄마, 아빠는 잘 모르겠어서 그래. “
“저에게 아무것도 없을 때도 제 옆을 지켜주었던 아이니까, 앞으로 저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제 옆에 있어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둘이서 서로 사랑하고 믿어주고 같이 힘내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혼인신고하면 이제 되돌릴 수 없는 것도 알고 있지? 이제 영원히 기록에 남는 거야. 그래도 괜찮아?”
“알고 있어요. 저는 B와 앞으로 함께 있고 싶어요. 같이 있으면 매일매일을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어휴… 너는 정말 일본에서 잘 지내다가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니… 여자친구가 동영상이라고 보낼 때만 해도 그냥 귀엽게 만나는 여자친구가 있다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데려와서 혼인신고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제가 더 잘할게요. 귀여운 딸이 하나 생겼다고 생각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 애가 왜 새로운 딸이냐. 네가 없었으면 안 받아들였을 거다.”
“아버지…”
“너니까, 평생 부모한테 부탁이란 걸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너니까. 그러니까 받아들이는 거다. 누구 닮아서 고집만 세고 부모말도 안 듣고,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어휴. “
“… 아버지가 그러면 엄마도 더 말 안 할게. 둘이서 싸우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겠어? B도 먼 한국에서 새롭게 일하면서 살기 쉽지 않을 거야.”
“당연하죠, 제가 더 잘할게요. 부모님에게도 꼭 효도할게요. 걱정 마세요.”
“우리는 됐다. 너희 둘이 잘 행복하게 사는 게 효도야.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둘이서 잘 지내는 것만 생각해.”
“밤도 늦었다. 앞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도 많을 텐데 들어가서 쉬어라. 빨리 준비해서 혼인신고서류도 가져와 증인도 필요할 거다. “
“…네, 갑자기 이렇게… 정말 죄송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저 정말 행복하게 잘 살아볼게요… 그럼 저 들어가 볼게요. 주무세요. “
“그래 잘 자라.”
“… 외국인 며느리를 들일 팔자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앞으로 일본어 하고 일본 문화를 조금 공부해야겠어.”
“그러게요… 평생 힘들어도 불평불만 한 마디 안 하던 애가 저렇게까지 말하니까 어쩔 수가 없네요. 당신 말처럼 자식 이길 부모 하나 없네요.”
“앞으로 쉽지 않을 텐데. 잘 해내갈 수 있을련지…”
“우리가 잘 도와줘야죠. 이번 한 번 만이잖아요. 평생 속 썩인 적 없었던 아이인인데요, 뭐. “
“… 그냥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하는 거지 뭐. 내가 뭐 다른 걸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렇죠…”
A군과 B양이 이혼하기까지 앞으로, 1년 9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