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겨룰 수 없는 것들

by 혜윤

그렇게 우울과 정면으로 마주한 나는 결국에 나아짐을 얻게 되었다.


나의 성실로 이루어진 노력들로부터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하게 되었고, 더 좋은 원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열심히 살았던 것들이 내게 모든 도움이 되어 다시 돌아왔다.

치과에서 제공하는 기숙사가 아니라, 내 힘으로, 내가 가진 경제적 여유로 집을 얻었다.

열심히 일하고 모았던 나의 성실이었다.


남들이 봤을 때 엄청나게 좋은 조건은 아니었지만, 스스로에게 충분히 만족하는 조건으로 이직을 했다.

마음이 편한 환경에서 더욱더 많이 예쁨 받는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막내가 되었다.

그렇다. 나는 4년 차가 코앞에 있었던 순간에도 여전히 막내로 일했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5년 차가 된 지금도 막내로 남아있긴 하지만 말이다.


내가 원하는 일을 기어코 해내었고, 노력과 성실로 일했던 시간들을 잊지 않는다.

누군가는 내게 돈과 겨룰 수 없는 것들이 참 좋다고 했다.

내게 있어서 돈과 겨룰 수 없는 것들은 내 삶이었던 것 같다.


경제적 바탕을 이유로 나는 스스로의 경험과 노력을 하대하지 않고, 내가 자라온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돈과 겨룰 수 없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한계는 만드는 사람의 것이지, 그곳에 여전히 있는 한계라는 것은 절대 없다.


엊그제는 내가 25년의 끝자락에서 할아버지에게 보냈던 편지의 답장이 왔다.

할아버지의 글은 한 자 한 자 마음을 꾹 꾹 눌러 담은 듯했다.

할아버지는 내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고, 된다는 굳은 신념만 있으면 이루어진다고 말씀하셨다.


25년의 나는 수없이 많은 불가능과 맞서 싸웠다.

그렇게 맞서 싸워서, 불가능을 가능케 했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었을거라고 손사래를 친다.

내가 싸웠던 불가능은 여전히 불가능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무한히 싸울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과 또 그 불가능에 뛰어들 수 있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다는 것은 장담할 수 있게 되었다.


한강이 날 오고 싶게 했고, 종종 사랑했던 곳에서 불가능을 봤을 때처럼

그리고 한강이 다시 날 건너게 했던 것처럼. 여전히 그 가운데에서 난 나아짐과 절망을 느낀다.


더 나아지는 세상이라는 것은 내가 발을 구르지 않으면 결코 내게 오지 않는다.

나은 삶은,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아는 자에게 온다.

다른 욕심이 아니라, 내 삶을 잘 알고 나를 잘 가꾸고 잘 지어나가는 지혜가 내게 있길 바란다.


내 삶 넘어진 곳에서 무릎을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건 스스로 밖에 없다.

두 다리로 일어나는 것은 나의 몫이기에, 난 내 두 다리에 더욱 힘을 실는다.


부디 나의 기행이 한강에서 시작해서 서울에서 끝나지 않는 기행이 되길, 더 많이 싸우고 더 많이 절망하고 더 큰 나아짐을 보는 내가 되길, 포항을 출발로 서울까지 발을 굴러온 내가 또다시 서울에서 출발하는 기행을 시작할 수 있는 힘 있길 기도하며 '나의 기행' 끝을 낸다.





* 각자의 수많은 기행들을 응원하며. 읽어주신 독자분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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