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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인영 Mar 06. 2023

마크 퀸과 유전자

<셀프 Self(1991)>

뻘겋고 살벌하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예술사를 전공한 마크 퀸(Marc Quinn, 1964~)이 자신의 두상을 조형물로 만들었다. 이름하여 작품 제목이 <셀프 Self>다. 5개월간 6주에 한 번씩 자기 피를 뽑아 약 4.5 리터를 모았다. 일반 성인의 몸속 혈액량과 비슷한 양이다. 그리고 이를 자기 머리를 떠서 만든 주조에 넣어 냉동시킨 후 특수 제작한 냉동고에 넣어 전시했다. 위는 투명한 특수 유리, 아래 받침대는 스테인리스 일반 냉동고 형태이다. 퀸은 이런 식으로 자기 복제 작품을 5년에 한 번씩 총 4개의 연작을 만들었다. 

DNA 유전자 복제가 가능한 시대다. 그는 복제된 자아, 즉 완벽한 자화상을 만들고자 했다. 찰스 사치가 첫 번째 버전을 1만 3,000파운드(약 2,300만 원)에 샀다. 그러나 관리자의 부주의로 냉동고의 스위치가 꺼지는 바람에 녹아 없어졌다. 앞서 벌어졌던 데미언 허스트 ‘박제 상어’의 재판이다. 하지만 퀸은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의 삶이 특정한 환경에 지배를 받는 유한한 것임을 오히려 강조했다. (2001년에 제작한 세 번째 버전은 우리나라 아라리오 갤러리에 소장)


그는 첫아들 태반으로 아이의 두상을 만든 <Lucas 2001>, 홍채(눈동자) 연작 등 그는 유전자와 관련한 재료를 이용한 작품을 연이어 선보였다. 이렇게 삶의 근원을 탐구하게 된 배경에는 물리학자인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갑자기 이런 의문이 생긴다. “부친은 물리학자인데 퀸은 왜 생물학적 유전자를 소재로 선택했을까?” 순전히 개인적인 견해를 보탠다. ‘우주의 실체는 무엇인가?’라는 물리학적 질문이 있다. 최초의 물리학자 피타고라스는 ‘수(數)’라 했다. 현대 물리학에서는 ‘양자(量子)’가 중심에 선다. 최근 일부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뜨고 있는 것이 ‘정보 이론’이다. 

우리가 흔히 ‘노하우’로 알고 있는 정보(情報)는 이미 추상적 존재가 아니다. 물질적 실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DNA이다. 생명체는 DNA 분자 배열이라는 정보에 따라 자기복제가 되어 번식과 진화가 이루어진다. 양자의 기묘한 특성도 양자를 실어 나르는 정보량의 한계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번엔 오감(五感)의 작동을 보자.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고··· 그것은 눈, 귀, 코, 신체 등의 신경망을 통해 정보 형태로 뇌에 전달된다. 예를 들어, 망막에 맺힌 ‘빨간색’은 그 자체 그대로 뇌에 전달되지 않는다. 전자기력에 의해 정보의 형태로 전달된다. 뇌는 이 정보를 다시 한번 해석하고 나서야 비로소 '빨간색'으로 인지한다는 의미이다. 거꾸로 인간이 내면, 즉 믿음과 욕구에 의해 외부 신체 행동이 작동된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스티븐 핑커는 이 역시 ‘정보’의 전달이라 규정한다. 


듣는 사람, 골치 아프겠다. 이만 끝. 나머지는 "숙제!” (제목 조각은 2005년 9월부터2007년까지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전시되었던 <임신 중인 앨리슨 래퍼(Alison Lapper)>다. 당시 임신 8개월이었던 그녀는 팔다리가 없는 구족화가다. 그녀는 자기 몸을 '현대의 비너스'라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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