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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by 지흐

이제는 어디를 가도 막내였던 나이는 훌쩍 지나, 무리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경우도 허다하다.

내일모레면 서른, 말 그대로인 나이가 된 것이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걸어오다가 돌아가기에는 이미 늦었고 앞으로 가기에는 무서운 나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렇게 지금 나는 허허벌판 같은 공허한 공간에 우두커니 혼자 서 있는 기분이다.


어떤 친구는 차를 바꾸고 주말마다 여행을 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어떤 친구는 20만 원짜리 술도 집들이 선물로 사 온다. 나는 오늘도 장을 보면서 가격표를 보고 집었던 걸 다시 내려놓는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건 일상이 되었고 보조배터리는 필수가 되었다.


요즘 교복을 입고 교실에서 친구들과 떠드는 꿈을 자주 꾼다. 꿈의 막바지에 꿈이라는 걸 인지하고는 깨지 않으려 도망가보지만 소용없다.


나는 사춘기도 겪지 않고 무난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런 내가 10년이 지난 지금 이십춘기를 겪을 줄은 몰랐다.


무언가를 도전하기에는 늦은 나이, 그렇다고 현실에 안주하고 포기해 버리기에는 젊은 나이.

정신병원에 처음으로 방문해 보는 나이, 친구와 연인에게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보는 나이.


10대 사춘기 시절에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욕 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들의 나이에 자연스럽게 겪는 현상으로서 인지하고 선생님, 부모님 들이 품고 도와준다.


하지만 '제2의 사춘기', 이십춘기를 겪는 사람들은 혼자와의 길고 험난한 싸움을 지속한다.


20대 후반에 사춘기를 겪는 현상이 부끄러우면서도 당황스러울 수 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처지의 사람으로서 그들의 선생님, 부모님이 되어주지는 못하지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사춘기보다 더 날카롭고 외로운 성장통을 겪고 있는, 나를 비롯한 모든 청춘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우리의 10년 후, 20년 후는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울 것이다. 지금 아름다운 시기를 보내는 이들을 보면서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행보를 그저 참고하고 쿨하게 손뼉 쳐주면 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가장 아름다울 시기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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