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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승원 May 25. 2021

익숙한, 익숙함

너에게 그리고 나에게

익숙함에 속지 말자고 했다.

너와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할 때 했던 말이다.


감정을 무뎌지게 만드는 익숙함에 속아서

소중함을 잃지 말자고 했다.

잃기 시작하면 전부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달라졌음을 느끼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때의 나는 그저 변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익숙함의 양면성을 발견했다.

신발이 발에 잘 맞게 길들여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만큼 익숙함이라는 것도 거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익숙함만큼은 새로움이라고 부르고 싶다.

즐거움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함께하기 시작하면서 같은 미래를 그리고

같은 꿈을 꾸면서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간만

보내온 것 같다. 그 새로움을 즐기기만 했는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흘렀다.


우리가 같은 공간에 같이 있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더욱 진중해지고 서로를 향한 배려는 깊어졌다.

거짓 없고 숨김없이 눈으로도 대화가 가능해졌다.

우리는 평범하게 보내는 하루가 굉장히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무뎌짐 따위는 두렵지 않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끌어안고 하루를 보내,

 하루에 감사할 줄 아는 우리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함은 더 이상 무뎌짐이 아니다.

새로움이자 즐거움이기에  너와 함께라면 걱정이 없다.

앞으로 넘게 될 수많은 산들이 얼마나 높은 지는 상관없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변하게 될 모습까지도 새로울 것이다.

익숙하고도 편안함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

서로를 부단히 아끼고 노력하자.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하던 그날의 널 사랑하는

내 마음은 이제는 더 깊고 더욱 진해져 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늘 새롭게 너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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