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유쾌한씨 Jan 14. 2024

나의 배고픔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평소에는 곰처럼 둔한 편인데 배고프면 초예민해지고 송곳처럼 날카로워진다.

나의 단점이자 약점이다.


어제 퇴근 후 남편, 남편 친구와 함께 새로 오픈한 솥뚜껑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7시에 수업 끝나자마자 바로 저녁을 먹으러 가서 배가 너무 고팠다.

한파를 뚫고 삼겹살집에 도착했다.

저녁 시간이기도 하고 연말이라 우리 앞에 3팀이 대기하고 있었다.

너무 배고파서 다른 식당으로 갈까, 기다릴까 잠깐 고민을 했지만 다른 곳도 손님이 많을 것 같아 기다리기로 했다 - 솥뚜껑에 삼겹살과 김치를 구워 먹고 싶었다.

대기자 명단에 남편의 이름을 적고 식당 앞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30분 정도 기다리니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어 입구로 갔다.

그런데 우리 바로 앞 팀이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왜 대기하고 있는 앞 팀의 이름을 미리 지워놓았을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희망 고문이었다.

앞 팀이 들어가고 우리는 입구에 서서 기다리게 되었다.

거기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10분 정도 지나자 식사를 끝낸 손님들이 나가고 직원들은 테이블을 정리하느라 바빴다.

일이 손에 익지 않은 직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정신없어 보였다.

테이블을 다 치웠는데도 우리를 부르지 않았다.

그 순간 이성을 잃었다.


"왜 우리 안 불러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내 질문에 당황한 직원은 겸연쩍은 듯 미소를 지었다.

솥뚜껑 불판과 기본 반찬을 세팅 후 우리를 불렀다.


"현경이가 배고프면 예민해져. 하하하."


남편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려 했다.

‘치익’ 생통삼겹살 굽는 소리가 들리자 이성을 되찾은 나는 얼굴이 불판처럼 화끈화끈했다.


나의 단점과 약점을 적(?)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배고플 때를 대비해서 가방에 초코바 같은 간식을 챙겨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이전글 건강한 피부를 잃고 돈으로 고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