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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Mar 22. 2022

아주 오래전 일기 1

 사회의 한 쓴 단면을 보면서…….

사회의 한 쓴 면을 보면서…….

- 2006년 8월 8일 화요일, 밤 9시 25분                  



모 아나운서가 결혼을 한단다.

인터넷에서는 그 이야기로 야단들이다.

사람들은 그녀의 결혼 상대자가 모 그룹이라는 대재벌의 3세이기에 더 관심을 갖는 듯하다.

그런데 그녀의 소식에 왜 내가 우울해지는 것일까? 그리고 나의 남편과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아니, 어쩌면 그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는 남자들의 인생이 왜 이리도 가슴 아프게 느껴지는 것일까?




오늘 입추라는 말이 무색하게 더웠던 한낮,

그 뜨겁던 땅바닥 위에서 깡마른 40대 정도의 한 아저씨가 쓰러져 누워 있었다.

한 시간 동안의 일을 마치고 다시 되돌아오는 길에도 여전히 그 아저씨는 그곳에 누워 있었다. 그도 나의 남편처럼 한 가정의 가장 일진대…….

참으로 비참했다.

왜 우리네 인생은 이렇게도 불공평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부자는 계속해서 없는 자의 것을 갈취해 가며 자신의 재산을 늘려가고, 가난한 자는 계속 사기를 당하고 그렇게 밟혀도 침묵하며 죽은 듯이 살아가고...

세상은 왜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세상은 무엇일까?

궁금하다. 나는 너무도 궁금하다.

그분이 그렇게 완벽하신 그분이 꿈꾸시는 그 세상은 어떤 것일까?

왜 이렇게 없는 사람에겐 계속해서 가혹하신 것인지! 왜 그분은 그렇게 매정하신 것일까?




큰아들이 어릴 때 그린 그림~♡

몇 년 전, 언니에게 들었던 40대 한 가장의 이야기…….


어린이날이라고 대공원에 왔는데 김밥 속에 든 것은 오로지 단무지 하나였고,

커다란 페트병 안에는 수돗물 인지도 모를 물이 있었고,

누군가가 버린 듯한 허름하고 낡은 배낭을 메고 엄마도 없이 아빠와 함께 온 한 아이... 


그 아이는 지금 잘 자라고 있을까?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없지만 그래도 자식에게 특별한 날을 누리게 해주고 싶었던 아빠의 그 마음을 생각하면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 아빠에게서 자란 그 아이는 제발 훌륭한 사람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정말 간절하게…….




하나님 당신은 그런 분이십니까?

가난하고 없는 자의 편에 서기보다는 늘 있고 누리는 자의 편에 서시는 그런 분이신가요?

너무도 가슴이 아파지네요. 당신이 만든 이 세상이 결국은 가진 자들만을 위한 세상이란 말입니까!


그래요. 어차피 인간이란 존재들은 당신의 그 아들까지도 잡아서 못 박았는데…….

결국 그게 인간이란 존재죠.





2022년 3월 22일 화요일, 밤 11시...


2006년 8월 8일 화요일, 밤 9시 25분에 나는 이런 일기를 썼던가 보다.

무려 16년 전이다.

아마도 내가 시인이 된 지 꼭 한 달이 지났었나 보다. 그때 내 나이는 서른세 살이었다.

2006년은 내가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시인에 등단했던 해이기에 아마도 나이를 확실히 기억하는 것일 게다..




시간이 이렇게 흐르고 나의 생각도 실은 많이 바뀌었다. 부자와 가난한 자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많이 바뀌었고,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면 얻어지는 것들이 있다는 진리를 알게 되었으며, 결코 악한 자가 계속 흥하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저 때만 해도 젊은 치기에 그러했던 때였는지도 모르겠다..


또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어떨까?

지금의 2022년 3월의 일기를 써둔 것을 보며 2037년 즈음의 나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오늘은 화요일,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로 나 스스로와 약속한 요일이다.

이렇게 아주 오래전 일기를 들추어내서 글을 쓰는 스스로에게 조금은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과거의 나를 돌아봤던 시간이라서 약간의 만족감도 함께 든다.

그나마 참 다행인 그런 밤이다.



추신.


추신 2.

https://brunch.co.kr/brunchbook/shuvy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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