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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Mar 28. 2023

2023년 《문학저널》 봄호에 실은 詩

<뇌를 깁다> - 기워진 뇌는 위험한 기억들로부터 안전하다.

2023년 3월 27일 윌요일 밤 11시 58분...


오늘 남편이 집에 들어오면서 우편함에 들어있는 반가운 봄소식을 함께 들고 왔다.

지난 1월 말경 소설가이신 김성달 《문학저널》의 편집주간께 신작시 1편 원고청탁을 받았고, 원고는 2월 초에 일찌감치 메일로 드리고는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3월이 다 가기 전에 《문학저널》 봄호가 선물처럼 내게 당도했다.

선물 같은 봄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실린 詩 <뇌를 깁다>를 다시 브런치에 올려본다.





뇌를 깁다

                       이은희



뇌의 조각조각을 베어낸다

잘 벼린 바람칼로 관통한 뇌는

너무 빠르고도 신속한 움직임에

피조차 맺히지 않았다


잘려진 뇌의 조각조각을 씻어낸다

아무도 오지 않는 깊은 숲 속

흐르는 샘물은 너무 맑아서

뇌의 작은 주름 틈새까지

티끌 하나 없이 말끔히 씻어준다


잘 씻긴 뇌의 조각조각을 깁는다

노련하게 숙련된 바느질 솜씨로

망각의 실을 끼운 바늘이 빠르고 유연하게

조각과 조각의 틈새를 촘촘히 기워낸다


아무렇지 않다

기워진 뇌는

위험한 기억들로부터

안전하다.




추신.

이 詩 <뇌를 깁다>로 지난 2023년 문학저널 창작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추신 2.

지난 나의 브런치에 실었던 <뇌를 깁다>를...


추신 3.


추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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