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함부로 살아버린 걸까? 나를 사랑하지 못했고, 소중히 여기지 못하고 진심으로 보듬어준 일 없어 가엾어라. 바보가 되어 벙어리가 되어 장님이 되어 보낸 허접한 보틀 속 무수한 시간들... 무엇을 소망하며 스스로 그 보틀 속에서 침전한 것일까?
아주 오래전 깊은 구덩이 속에 묻어둔 채 잊어버린 타임캡슐 속 꿈들은 어느 행성 어느 도시에서 혹시 이루어졌을까? 영겁보다 멀게만 느껴지던 진심은 실은 종이 한 장의 차이였음을 이제는 안다. 한 순간 디딘 발끝이 낭떠러지였음을 그 끝에 비루(鄙陋)의 탈을 쓴 악마가 미소 짓고 있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