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희 : 드림캐처
드림캐처
이은희
머리맡에 가까이 걸어둔 그것으로도
매일 다른 듯 같은 꿈을 꾼다.
나는 왜 함부로 살아버린 걸까?
나를 사랑하지 못했고, 소중히 여기지 못하고
진심으로 보듬어준 일 없어 가엾어라.
바보가 되어 벙어리가 되어 장님이 되어 보낸
허접한 보틀 속 무수한 시간들...
무엇을 소망하며 스스로 그 보틀 속에서 침전한 것일까?
아주 오래전 깊은 구덩이 속에 묻어둔 채
잊어버린 타임캡슐 속 꿈들은 어느 행성
어느 도시에서 혹시 이루어졌을까?
영겁보다 멀게만 느껴지던 진심은 실은 종이 한 장 차이였음을 이제는 안다.
한 순간 디딘 발끝이 낭떠러지였음을 그 끝에
비루의 탈을 쓴 악마가 미소 짓고 있었음을...
잠들기 전 머리 맡을 확인 하지만
매일 다른 듯 같은 꿈을 꾼다.
A Dreamcatcher
Lee, Eun-hee
Even with it hanging over my head
I dream everyday the seemingly different but same dream.
Why have I lived such a life in vain?
Never did I love nor cherish,
Nor care for my self. What a pity!
Those countless hours in a cheap bottle
Spent as an idiot, dumb and blind...
For what have I settled myself down in that bottle?
Those dreams in a forgotten time capsule
Buried in a deep hollow long time ago
Perhaps came true in any planet, or in any city?
Now I know that the true heart, which looked farther than eternity,
Is not heavier than a little piece of paper,
And that just under my step at a moment lies a cliff
Where a demon wearing a mean mask smiles at me...
Seeing my pillow-side every night before going to bed,
I dream everyday the seemingly different but same dream.
‘인생을 한갓 헛된 꿈이라 말하지 말라’ 던 롱펠로우의 시는 분명 젊은이들을 위한 것이었을 겁니다. 제법 살아보니 우리의 삶은 그저 일장춘몽이라, 꿈꾸듯 살다가 꿈꾸듯 가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꿈속에 무슨 대단한 즐거움과 두려움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깨어나 땀으로 젖은 잠자리를 보면 악몽은 여전히 끔찍했던 모양입니다. 사는 것이 꿈이라면 그 악몽은 피하고 싶겠지요. 그래서 우린 늘 꿈꾸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다른 색깔, 다른 모양의 꿈이지만 달아날수록 옥죄는 똑같은 꿈을 매일 밤 꾸는 것이지도 모르죠.
* 드림캐처: 머리맡에 걸어두면 악몽을 피하게 해 준다는 인디언들의 주술품.
*위의 영문은 브런치 작가인 이은희 시인의 2023년 4월 4일 자 시 ‘드림캐처’를 영역한 것입니다. 시의 행들은 편의상 임의로 구분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본문은 이은희 시인의 브런치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