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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Jun 19. 2023

강하늘 주연 2017년 개봉영화 《기억의 밤》

우리의 기억은 과연 얼마나 정확한 것일까?

2023년 6월 19일 월요일 오후에...


포트에 물을 올리고 여고시절 야간 자율학습하기 위해 저녁으로 종종 즐겨 먹던 직사각형 용기에 든 컵라면 '도시락'의 포장을 뜯으며 넷플릭스에서 영화 한 편을 보기 시작한다.

2017년 11월 29일 개봉작인 영화 기억의 밤》을...


나는 '기억'이라는 단어를 매우 좋아하고, '밤'은 단어뿐만 아니라 그 자체를 사랑한다.

특별히 밤을 좋아하는 내가 '기억'이라는 말과 함께 하는 '밤'이야말로 두말할 것도 없이 좋아하는 제목이리라.

2017년 가을에 이 영화가 개봉했다는 것을 알았다면 분명히 단박에 영화관에 가서 봤을 것이다. 허나 그때는 몰랐으니까...





우리의 기억은 과연 얼마나 정확한 것일까?

행복했던 혹은 기뻤던 그리고 감동으로 여겨진 것들은 충만한 미사여구들을 달고 우리의 머릿속에서 더없이 아름답게 각인다.

좋았던 기억에 대한 각인이 확실한 만큼 끔찍하고 아프고 슬픈 기억 역시 또 그것대로 음습하고 쾨쾨한 괴로움의 양분을 먹고 자라 금세 머릿속에서 곰팡이 꽃처럼 피어난다.  

 

이미 이십 년의 시간이 흐르고 공소시효마저  지나버려 법의 심판대를 비껴간 서울 중심의 한 주택에서 일어난 모녀살인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 위한 최면의 연극이 시작되고...


이십여 년 전 더없이 행복한 1997년의 기억만을 간직한 채로 늙어버린 남자 '진석', 강하늘이라는 배우가 연기했기에 마음속으로 끝까지 설마를 연발하며 본 영화의 후반부에 커다란 덤프트럭에 치어서야 살아나는 스스로도 믿을 수 없었던 살인의 기억...


파리 한 마리 죽이지 못할 것처럼 생긴, 가지런한 앞니를 완벽하게 드러내고 웃는 모습이 너무도 해사하고 선한 배우 강하늘, 그런 그였기에 영화 동주에서도 윤동주 시인의 역할을 충분히 해줬던 최애배우...

확실히 그가 영화 기억의 밤에서 진석을 열연해 줬기에 더 강한 개연성과 설득력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진심으로 자신의 가족을 너무도 사랑했기 때문에 일어나 버린 사건, 공교롭게도 다른 이의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참으로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는 이 살인사건...


누나와 엄마의 주검 속에서 유일하게 살인자의 얼굴을 보고도 살아남은 '유석'(배우 김무열), 그 후 다섯 살 아이가 살아냈을 이십 년은 어땠을지...

이십 대의 청년이 되어 그날의 진실을 알기 위해 몸부림치며 쫓고 또 쫓던 유석이 결국 범인의 입을 통해 정확히 듣고 싶었던 한마디, 그것이 실은 제발 아니기를 바라며 안간힘으로 살아냈던 이십 년 전의 왜곡된 사실이라는 것, 결국은 원하는 대답을 들었음에도 다시 살아갈 희망을 선택하기보다는 극단의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유석의 아픔이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흘렀다.




나는 얼마나 과거의 기억을 확신할 수 있을까? 정말 나의 기억은 무결점으로 솔직한 것일까?

혹여 나를 위해 그리고 나와 가까운 누군가를 위해 왜곡해 버리고 '진석'처럼 그렇게 꿋꿋하고 당당하게 잊어버린 기억은 없을까?


어떻든 자신의 과오를 돌아보며 다시 한번 선한 기억을 채워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면 그런 분께 강추하는 영화이다.




추신.

영화 기억의 밤 스틸컷


추신2.

https://brunch.co.kr/brunchbook/shuvy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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