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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Aug 29. 2023

벌레 신화 - 이재훈 詩

내가 사랑하는 시들 中 오늘 이 詩 한 편...

벌레 신화

                  이재훈(1972년~ )



눈물을 흘리지 않는 육체이고 싶어요.

내 몸을 위해 가련해지는

네 몸을 위해 가증스러워지는 밤들.

바닥 여기저기 팔랑거리는 목숨들.

머릿속에서 흐르는 피로 글자를 쓰겠어요.

어떤 두려움도 없어요.

악마의 책을 만난다면

내 살의 무늬를 들어 보이겠어요.

채찍이 내 피부에 감겨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가시가 박혀 걸을 때마다 발바닥이 갈라져요.

뱃가죽이 찢어져 창자가 흘러내려도

나는 기쁘겠어요.

내 몸이 곪아 칼로 피부를 도려내는 기쁨.

잠자는 육체는 딱딱하고 차가워서 늘 황홀해요.

비감한 게 문제라면 문제지요.

풍습을 거스르고 바람을 거스르고

스승을 거스를 수 있다면 그렇게 하지요.

헤진 뱃가죽이 갈비뼈를 비벼 댈 때

나는 늘 목적 없이 웃었어요.

수줍어하며 웃었어요.

그러다 강력히 기었어요.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기 위해

검은 장막을 걷고 딱딱한 길을 넘었어요.

발목은 시려웠지만 뱀의 소리를 흉내 냈어요.

심장처럼 시간을 지켜 주었으면 해요.

나는 다시 이 땅으로 올 거예요.

새로 태어난 우상들.

땅을 호령하는 지배자들에게 말하겠어요.

대지의 증인은 흙이며

흙의 몸은 바로 우리의 시체라고.



- 이재훈 시집 《벌레 신화》 中



2023년 8월 29일 오늘 나의 필사






2023년 8월 29일 화요일 저녁 7시 49분...


지난 3주가량 나의 세 번째 시집 출간을 준비하며 시간을 보냈다.

가장 최근에 쓴 시들부터 차츰 시간을 거슬러서 써놓은 시들을 1차적으로 모았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시집에도 싣지 않은 아주 오래전에 쓴 시들 중에도 마음이 아려서 버리지 못하는 시들이 있어서 그것만 5부로 10여 편을 함께 묶으려고 정리를 했다가 아무리 아깝고, 마음이 쓰여도 시간이 너무 지나버린 것들은 어떻게 퇴고조차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더 깊이 깨닫는 시간이었다.

 

시집을 준비하며 최근 2주 정도는 줄곧 새벽 두세 시까지 깨어있는 시간이 많았다.

어제 28일 새벽 2시 무렵에 결국은 출판사에 詩 72편을 메일로 넘겼다.  마음먹은 것은 미루기가 싫은 성격이라 결국은 완벽하진 않지만 일단 잠들기 전에 꼭 넘겨버리고픈 마음이었달까... 그렇게 보내놓고도 세시가 넘어서까지 잠들지 못해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시를 넘기고도 늦게 자는 습관은 여전해서 어젯밤은 또 왼쪽 임파선이 부어오르고 살짝 아픈 느낌이 들어서 미리 소염제와 수면제를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물론 정확한 날짜로 따지면 어제가 아닌 29일 오늘 새벽 한시쯤이었으리라. 


곧 새로운 시집을 맞을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렌다. 물론 많은 부족함도 있을 테고 아쉬움 또한 왜 없겠는가?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 때면 모든 것이 벗겨지는 느낌마저 들기도 하고, 그렇기에 부끄러운 생각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단 지금의 심정은 심히 홀가분한 마음이다.





오늘은 이런 마음을 담아 이재훈 시인의 詩 <벌레 신화>를 필사했다.

이재훈 시인께 친필 사인을 받은 지가 벌써 5년가량이 흘렀나 보다.

시도 좋지만 글씨를 너무 예술적으로 쓰시는 이재훈 시인님은 과거에 내가 사는 도시의 모 문학회에서 詩 수업을 하셨다. 그렇게 인연이 된 선생님이시기도 하다.

시집이 나오면 오랜만에 시인님께 안부라도 전해야겠다.


그리고 종종 브런치에 소개했던 작가지망생인 지인 g가 이번에 좋은 소식을 전했다.

어제 모 중앙지 신문 지면에 그의 詩가 실렸다. 참으로 기쁜 소식이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문학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기에 그의 노력이 빛을 본 것 같다. 이제 곧 그도 진정한 문인이 되리라.

함께 같은 방향을 보며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사실이 참 다행이고, 기쁨이다.




추신.


추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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