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와 두 번째 시집에도 싣지 않은 아주 오래전에 쓴 시들 중에도 마음이 아려서 버리지 못하는 시들이 있어서 그것만 5부로 10여 편을 함께 묶으려고 정리를 했다가 아무리 아깝고, 마음이 쓰여도 시간이 너무 지나버린 것들은 어떻게 퇴고조차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더 깊이 깨닫는 시간이었다.
시집을 준비하며 최근 2주 정도는 줄곧 새벽 두세 시까지 깨어있는 시간이 많았다.
어제 28일 새벽 2시 무렵에 결국은 출판사에 詩 72편을 메일로 넘겼다. 마음먹은 것은 미루기가 싫은 성격이라 결국은 완벽하진 않지만 일단 잠들기 전에 꼭 넘겨버리고픈 마음이었달까... 그렇게 보내놓고도 세시가 넘어서까지 잠들지 못해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시를 넘기고도 늦게 자는 습관은 여전해서 어젯밤은 또 왼쪽 임파선이 부어오르고 살짝 아픈 느낌이 들어서 미리 소염제와 수면제를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물론 정확한 날짜로 따지면 어제가 아닌29일 오늘 새벽 한시쯤이었으리라.
곧 새로운 시집을 맞을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렌다. 물론 많은 부족함도 있을 테고 아쉬움 또한 왜 없겠는가?
늘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 때면 모든 것이 벗겨지는 느낌마저 들기도 하고, 그렇기에부끄러운 생각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단 지금의 심정은 심히 홀가분한 마음이다.
오늘은 이런 마음을 담아 이재훈 시인의 詩 <벌레 신화>를 필사했다.
이재훈 시인께 친필 사인을 받은 지가 벌써 5년가량이 흘렀나 보다.
시도 좋지만 글씨를 너무 예술적으로 쓰시는 이재훈 시인님은 과거에 내가 사는 도시의 모 문학회에서 詩 수업을 하셨다. 그렇게 인연이 된 선생님이시기도 하다.
새 시집이 나오면 오랜만에 시인님께 안부라도 전해야겠다.
그리고 종종 브런치에 소개했던 작가지망생인 지인 g가 이번에 좋은 소식을 전했다.
어제 모 중앙지 신문 지면에 그의 詩가 실렸다. 참으로 기쁜 소식이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문학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기에 그의 노력이 빛을 본 것 같다. 이제 곧 그도 진정한 문인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