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좋지 않은 관계는 결국 남는 것이 상처밖에 없다는 것을 절감(切感)하는 요즘이다.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을 하고 바꿔보려 해도 안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지내던 중에 지난 화요일, 3월 이른 봄에 만나서 함께 영화를 보고 헤어졌던 지인을 꼭 4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도 늘 어제 본 것 같은 그 지인에게 너무 커다란 고백 같은 말을 들어서 순간 얼마나 마음이 벅차던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카톡을 보냈다. '이쁜 꽃과 함께 직접 와준 나무가 고맙다고... 그대는 나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니 나무 같은 사람이었다.
먼저 연락 주지 않는다고 서운했던 날들도 있었지만 '나와의 약속이 정해진 지난 일주일 전, 그날부터 이미 나를 만나고 있었다고' 해준 고백.
여행을 가기 위해 계획하면 1년 후 가게 되는 그 여행을 준비하면서 그때부터 그곳의 자연과 사람과 이미 만나고 있다는 사람, 사람을 만나는 것을 극도로 좋아하지 않아서 누군가와 약속 후에 그 약속이 깨어지길 바란 적도 많다던 사람, 그런 사람이 매번 나를 만나러 와준 것은 정말 너무 큰 감동이다.
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비교적 즐기는 편이기에 이런 나로서는 절대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리라.
누군가 나를 찾아온다는 것은 결국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온다는 정현종 시인의 詩 <방문객>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닌가?
돌아보니 나에게 이런 사람이 몇 명 더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그래도 내 삶,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사소하면서도 커다란 기쁨이 넘치는 오전에 정현종 시인의 詩 <방문객>을 필사했다.
아침 외출할 채비를 하는 손이 분주하다. 이후 곧 만날 또 한 사람의 방문객 역시 그런 사람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