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의 친구를 일별하고 발인 전에 돌아오는 아침차창 밖으로 늦여름의 나무들 햇빛 속에 서 있었다 나무들은 내가 지나간 것을 모를 것이다지금 내가 그중 단 한그루의 생김새도 떠올릴 수 없는 것처럼 그 잎사귀 한 장 몸 뒤집는 것 보지 못한 것처럼 그랬지 우린 너무 짧게 만났지 우우우 몸을 떨어 울었다 해도 틈이 없었지 새어들 숨구멍 없었지 소리 죽여 두 손 내밀었다 해도 그 손 향해문득 놀라 돌아봤다 해도
-한 강 시집『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中
한 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中 <여름날은 간다>
2024년 10월 11일 금요일 오전, 오늘 나의 필사~♡
어제 지인의 초대로 오랜만에 음악회 공연(이 비르투오지 이탈리아니-비발디 페스타)을 감상하고 나오는 길 '비발디의 사계'를 풀로 듣고 나오는 감동이 채 식기도 전에 폰을 여는 순간 어마어마한 기쁜 소식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작가한 강, 대한민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이기도 한 기쁜 소식, 내가 평소 너무 좋아하고, 존경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인 한 강, 진심으로 당신이 자랑스럽고 감사합니다.
그런 마음을 가득 담아서 아침 그녀의 시집을 펼치고 그 시집에서 내 마음에 오늘 더 와닿아서 이 詩 <여름날은 간다>를 아름다운 가을 오전에 필사했다.
추신.
한 강(시인, 소설가)의 詩 중에서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사랑하는 詩 <첫새벽>도 다시 한번 감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