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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Aug 09. 2022

첫새벽 - 한 강 詩

내가 사랑하는 시들 中 오늘 이 詩 한 편...

첫새벽

             한 강(1970~ )


첫새벽에 바친다 내

정갈한 절망을,

방금 입술 연 읊조림을


감은 머리칼

정수리까지 얼음 번지는

영하의 바람, 바람에 바친다 내

맑게 씻은 귀와 코와 혀를


어둠들 술렁이며 鋪道를 덮친다

한 번도 이 도시를 떠나지 못한 텃새들

여태 제 가슴털에 부리를 묻었을 때


밟는다, 가파른 골목

바람 안고 걸으면


일제히 외등이 꺼지는 시간

살얼음이 가장 단단한 시간

薄明 비껴 내리는 곳마다

빛나려 애쓰는 조각, 조각들


아아 첫새벽,

밤새 씻기워 이제야 얼어붙은

늘 거기 눈뜬 슬픔,

슬픔에 바친다 내

생생한 혈관을, 고동 소리를



- 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中


2022년 8월 9일 오늘 나의 필사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인

한 강,

그리고 좋아하는 詩 <첫새벽>

자꾸 소리 내서 읽게 되는 그런 詩


누구나 한 번쯤 이런 느낌으로 새벽을 맞은 적이 있었으리라.

겨울 새벽, 감은 머리칼과 정갈히 씻은 얼굴에 와 닿던 깨질듯한 바람의 그 감촉을...

그리하여 새벽을 깨우던 심장의 고동 소리를...


김 모(시인, 소설가) 선생님께서 찍은 사진


몇 해 전 김 모(시인, 소설가) 선생님께서 카톡으로 선물하셨던 새벽의 모습이다.

아니, 실은 새벽인지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하는 저녁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물론 선생님께 직접 물으면 답을 들을 수는 있으리라. 그러나 묻지는 않기로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나의 느낌이니까...

왜인지 나는 한강 시인의 <첫새벽>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사진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추신.

https://brunch.co.kr/brunchbook/shuvy1004


추신 2.

https://brunch.co.kr/brunchbook/shuvy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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