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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Jun 24. 2022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詩

내가 사랑하는 시들 中 오늘 이 詩 한 편...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1960~1989)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기형도 유고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中


새벽까지 들이치던 비에 함께 어디선가 날아온 잎새, 이 잎새를 지탱하는 힘은 무엇일까?오늘 아침 생각이 많아졌다.


2022년 6월 24일 오늘 나의 필사




2018년 6월 23일 밤 11시 10분의 나의 일기...


너는 참 여전히 아름답구나...
무엇이든 시작하고 배워도 좋을 그런 모습이다. 나도 그런 때가 있었을 텐데... 왜 그때가 나의 기억 속엔 없는 걸까?
어차피 너도 언젠가는 누군가를 보며 나와 같은 생각에 사로잡힐 어느 날이 분명히 오겠지...
또 누군가는 나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겠지? 슬프지만 그런 게 人生이니까...





기형도 시인의 <질투는 나의 힘>을 읽으며 울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의 생애가 슬퍼서이기도 하지만 그가 이 詩를 썼던 나이, 꼭 그만큼을 살았던 시절의 나를 돌아보며 또 지금의 나를 생각한다.


무엇이 그리도 서러울까? 시인의 마음은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았을 터..

시대가 그러하였고, 자신의 삶이 그러하였을 터..

나를 돌아본다는 것은 늘 부끄러운 일이다.

늘 온전하지 못한 내가 있을 뿐이다.

사랑하지 못해서, 마음이 넓지 못해서, 정의롭고 싶으나 그러하지 못해서...



무엇이 나를 지탱하는지 생각해보는 날,

무엇이 그를 지탱하게 했을지를 생각하는 날,

나는 그의 詩를 읽는다.

그리고 때로는 서럽게, 때로는 속으로 그렇게 울어본다.

내게는 울고 싶은 날 읽으면 가장 좋은 詩이다.




추신.

오늘 오전 산책에 찍은 집 근처 나무계단의 틈새에서 저리도 곱고 아름답게 자신을 살아내는 작은  풀들...


추신 2.


추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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