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모두 지나갔다. 그리고 지나간 것은 추억이 되는 것...
끝도 없는 다툼, 우리 사이에 낀 것은 과연 무엇일까?
더 이상 떨어질 정이 없게 만들지는 말기를...
서로 돕고 때론 함께 때론 따로 그렇게 살아갈 수 있기를...
내 안의 모든 욕심도 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냥 지나버린 모든 것은 어차피 다시 잡을 수도 없으니.
지나는 대로 버려버릴 수 있기를...
이제 내일 하룻밤이 나와 그에게 남았다. 부디 화해할 수 있기를...
바람소리 요란타.
비님 오시는 소리인가 창밖을 보니
그저 헐벗은 잔가지들이 흔들리는 소리일 뿐
아니 밤이 짙어 안 보일 뿐
저 밑에서 용솟음치는 온천수 입김인지도...
남의 나라,
윤동주 그가 시를 쓰며 아파하던
그곳에 더 가까이 와 있는 나 역시
이곳저곳 아픈 곳을 더듬으며 밖을 본다.
오로지 보이는 건
헐벗은 나뭇가지 울음이 담긴 몸짓과
간간이 불 켜진 연주황 창문들
하늘은 보이지도 않는다.
그저 온천수를 먹고 자란
걸친 것 없어 알 수 없는
헐벗은 나그네뿐...
그 밤 나는 양치를 하며 피가 쏟아졌다는 말이 맞을 만큼 브릿지를 해놓은 어금니에서 출혈이 있었다. 다행히도 지혈을 겨우 하고, 평소 주치의 선생님께 처방받아온 잘트론을 물과 함께 삼켰다.
타국의 밤 갑자기 피를 본 후 정신이 혼미했다. 이에서 피가 난다는 말 따위를 그에게 할 수는 없었다. 아프다는 말을 그는 아주아주 듣기 싫어하니까.
추신.
이은희 시인의 연재 브런치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