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훔쳐보는 너는 꽉 찬 바람을 담고 있었어. 멀리 낮게 깔린 회색 차양에 가려 가끔 너는 나를 볼 수 없었지. 하지만 난 또렷이 느껴 네가 다시 나를 보고 있을 거란 걸. 점점 너는 쇠약해갈 테지. 시간에 야금야금 먹혀가는 너는 언젠간 실눈을 뜨고 날 볼 수밖에 없어. 어느 순간, 아무리 네가 나를 보고 싶어 한대도 볼 수 없는 순간은 꼭 올 거야. 하지만 잠시간의 이별이야. 그렇게 너와 나의 시간이 흘러가겠지. 또 너는 금세 욕심을 부려가며 나를 다시 훔쳐볼 테지. 아무리 두꺼운 까만 커튼에 가려도 너의 시선은 절대 날 떠나지 않아. 다시 꽉 찬 바람을 담고 날 바라볼 테지. 시간을 먹고 너는 시나브로 그렇게 차오를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