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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Jun 17. 2022

詩 그림자

태양에 가려진 나를 통해서만 숨 쉬는 당신...

그림자

          이은희



뗄 수 없는 시선과 눈 맞춤으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하나임을 압니다

나의 뒤에서 혹은 비스듬한 곁에서

무수히도 나를 쫓던 밤과

빛나던 한낮의 나를 훔치던


태양에 가려진 나를 통해서만 숨 쉬는

그것이 당신의 숙명임을 알기에


우리가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람처럼 지나쳐버릴 맹세에도 순간은 행복했죠

아직도 살아온 날들이 살아갈 날보다 많지 않으리라

영원을 약속하던 당신을 어찌할 바 몰라 흘려보냅니다

그 모든 기대는 바람에 지나쳐간 향기였음을...



이은희 시집 『소소한 일상이 주는 작은 행복 』 中







이 詩는 2020년 2월 6일 목요일 초고를 썼다.


그림자란 사전적 의미로

 '빛이 지나가는 경로 위에 물체가 있을 때 물체 뒤쪽으로 빛이 통과하지 못해 생기는 어두운 부분'을 말한다.

결국 빛이 통과하지 못해야만 실체를 드러내는 것, 그림자의 입장에서 보면 결국 내가 태양에 가려져야만 나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추신.

무수히 스쳐간 바람결에도 나와 늘 함께 였음을 알지만,

결코 나설 수 없었을 당신의 향기가 꿈결 속에서 오늘도 흐릅니다.


2019년 3월 9일 이른 봄날, 오전의 햇빛이 나를 통과하지 못해 생긴 나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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