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씻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 1939년...
초등학교 5학년, 1985년 8월 15일, 모 어린이 문예지에 광복절 특집으로 실렸던 윤동주 시인의 생애와 詩를 읽고 그를 사랑하게 됐던... 열두 살 소녀는 그때부터 그와 같은 詩人이 되는 것이 꿈이 되었다.
여고시절 필통에 윤동주 시인의 사진을 붙여서 다니던 추억을 아직도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고 있다. 아마도 그 시절이 있었기에 오래도록 시를 사랑하며 살 수 있었으리라. 얼마나 오랜 시간 시를 사랑했고, 또 사랑했고, 사랑했고... - 이은희 시집 『 아이러니 너 』 시인의 말 中
2022년 10월 26일 오늘 오후 5시 무렵...
이제 제법 시간이 많이 흘렀다.
처음 詩를 쓰고, 詩人이 되고자 꿈을 꾼 지도 어느덧 서른일곱 해가 흐른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詩人에 등단을 한지도 어느덧 17년이 되어간다.
나의 첫사랑이자 아직도 진행 중인 사랑은 아마도 언제까지나 변함이 없으리라.
한때는 윤동주 시인의 詩 <소년>의 順伊가 너무도 부럽고 되고 싶었던 그 마음을 담아서...
더 이상 가을이 깊어지기를 기다리면 안 될 것만 같은 그 기분으로 오늘 윤동주 시인의 詩 <소년>을 필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