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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Oct 20. 2015

"재회 (2001년 04월)" - 9

아홉번 째 이야기

"꼭 편지할께요 내일 또 만나지만 돌아온 길엔 언제나 아쉽기만 해 - 더 정성스럽게 당신을 만나는 길 그대 없이도 그대와 밤새워 얘길해  -오늘도 맴돈 아직은 어색한 말 내 가슴속에 접어 논 메아리 같은 너 - 이젠 조용히 내 맘을 드려요 다시 창가의 짙은 어둠은 친구 같죠 - 길고 긴 시간의 바다를 건너 그대 꿈속으로 너의 그리움이 닿는 곳까지"


그 날, 소공동 Lotte Hotel 에서 거의 20년만에 처음 마주하게 된 혜련과의 꿈결 같았던 5일간의 추억은, 맑지만 hazy 한 봄날 또는 봄날 비슷한 가을날이 되면 떠오르곤 합니다. 그 때도 이쁜 아이였지만, 29살의 혜련이는 참 매력적인 아름다운 한 여성으로 제 앞에 다시 나타났지요. 남자들은 외모가 뛰어난 여성이 지나가면 직접 쳐다보지는 않지만 곁눈으로 또는 스쳐 지나가듯 그 여성을 본다고 합니다. 반면에 여성들은 이 경우 바로 그 여성을 쳐다본다고 하지요? 그 날 그리고 그 후 4일간의 여정동안 그런 시선들을 많이 느꼈던 기억과 함께, 5일간의 첫 한국여정은 제게는 참 축복된 날들이었으며 제 인생에 있어 highlight 로 기억에 남는 날들로 남아 있습니다.


"또 편지할께요" 라는 노래, 그 애의 차에서 처음 들었습니다. 혜련이의 차에 타고 호텔에서 빠져나오면서 듣던 첫 노래 . . .  가사 그대로 우리는 "길고 긴 시간의 바다를 건너 그대 꿈속으로 너의 그리움이 닿는 곳까지" 편지를 했지요. 남산터널을 지나 한남동을 통해 한남대교를 건너던 길, 그리고 강남의 Ritz Carlton 에서 같이 한 첫 coffee, 우리가 다녔던 국민학교, 우리가 전화를 통해 서로에게 불러주었던 노래들을 불렀던 강북의 어느 소박한 노래방, 그리고 홍대 어딘가에 있었던 일반 가옥을 개조하여 만든 fusion 식 음식점, 그리고 광화문 뒷길 어딘가에 있었던 Book cafe - 우리의 그 날 기억들이며 소품들입니다.


늦은 저녁, 그 애가 대학원 공부를 하던 서강대학교에도 잠시 들렀습니다. 그 아이의 연구실, 그리고 써 놓은 글들을 읽으며 거의 밤 11시가 되는 시간임에도 우리는 이야기를 이어갔으며, 같이 정동의 덕수궁 길을 걷기도 하였습니다. 다시 저를 hotel 에 데려다 준 시간은 다음날 새벽 1시 . . . 잠시 같이 올라가겠다는 그녀 . . . 우리는 제 방에서 또 한두시간을 같이 하며, 때로는 서로의 눈을 말없이 바라보고, 소파에 기대서 음료수를 마시며 자정이 넘은 시간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기도 하였습니다. 다음 날, 아니 그 날 오전 11시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그녀와의 길지만 참 짧았던 하루는 지나갔습니다.

그 때 그 날, 어찌 보면 '위험한' 시간, 이성보다는 감정에 사로잡힌 두 젊은 남녀가 자정이 넘긴 시간에 같이 한 hotel room 에서의 이야기는 돌아보면 참 놀랍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 날 우리가 참 좋아하며 들었던 Jekyll and Hyde Musical 곡이었던 "Once Upon a Dream" 의 가사처럼, 우리의 기쁘지많은 않았던 마지막 날들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이 노래의 서두처럼, 우리의 관계는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어떤 댓가가 있으리란 느낌이 있었고, 서로의 편지에서 이에 대해 언급도 했었지만, 이를 애써 무시한 채 우리의 만남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When it's all began, we knew there'd be a price ...  Once upon a dream, I was lost in love's embrace. There I found a perfect place, once upon a dream. Once upon a dream, you were heaven-sent to me, Was it never meant to be? Was it just a dream?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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