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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Oct 20. 2015

"재회 (2001년 04월)" - 10

열번 째 이야기

(계속) "정원아, 오늘은 분당에서 오후 6시에 만나자."


4월 4일 오후 4시, 혜련이의 전화였습니다. 일이 생각보다 빨리 끝나고, 5일 오후 일정으로 한국에서 뉴욕으로 가야하는 일정이라, 크고작은 선물을 준비하고자 옆에 있는 백화점에 갈 예정이었지만, 혜련이의 조금은 의아한 제안으로 인해 한시간 후에 분당으로 향했습니다. 약속장소는 분당 정자동 이마트 정문앞이었습니다. 예전, 즉, 20여년 전 재래시장만 있던 한국에서의 기억이라, 이마트 또는 비슷한 대형 매장은 미국의 Target 에 견줄 수 있을 만큼 제겐 신선했습니다. 4층 주차장에 차를 두고 1층에 도착하니 혜련이는 이미 도착해 있었습니다.


"궁금하다 . . . 강남도 아니고 왜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거야?"

"응, 그냥 . . . 오늘 너하고 같이 쇼핑하고 싶어서. 자, 가자."


이 말을 한 후 혜련이는 제 팔을 잡고 팔짱을 끼고, 몸을 제게 기대었습니다. 혜련이가 저와 샤핑을 하고 싶었다는 말에 잠시 머릿속이 하얗게 되더군요. 미국에서도 한 번도 여성과 함께 하지 않았던 식료품 샤핑을 한국에서 20여년만에 만난 국민학교 동창과 함께 하다니 . . . 그 날 만큼은 우리는 신혼부부와 같았습니다. 그녀는 내일 작은 소풍을 준비중이라며, 저와 같이 갈 소풍이라고 하였습니다. 제게는 아직 알려주지 않은 그녀의 계획였지만, 한국에서의 마지막 날, 혜련이를 위해 몇 시간을 비우는 것은 당연히 감수해야 할 기쁨이었습니다. 지하 1층으로 간 우리는 김밥에 필요한 재료들을 하나 하나 골라가며 비교해가며 cart 에 담았고, 간간히 보이는 sample food 도 먹어가며 그리고 먹여주며 1시간 이상 같이 다녔습니다.


다음 날 오전, 식목일 . . . 오전 9시에 혜련이와 저는 도산공원에 우리들만의 소풍을 갔습니다. 누군가가 저를 위해 음식을 준비했다는 감동과, 그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닌 제 첫사랑이었던 혜련이가 직접 어젯밤에 정성들여 만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지요. 거기서 우리는 우리가 처음 한 5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지난 2001년 4월 초 5일간의 기억 . . .  4월 1일 오전 6시부터 4월 5일 오후 6시까지 순서대로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노력하지 않아도 제 마음속의 시간을 그 때로 돌려놓으면 다시 돌려보는 영화처럼 그대로 언제나 동일하게 진행됩니다. 물론 그 5일간, 우리는 서로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마도 필요 이상이었지 않을까? 생각했을 정도로 많은 부분들을. 서로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였을까요? 6개월정도 같이 연애한 사람들처럼 많은 이야기와 생각들, 계획들을 공유하였습니다. 그 이야기들 속에는 밝음도 있었고 어두움도 있었으며, 자랑스러움도 있었으며 질투심도 있었습니다. 희망도 있었으며 절망도 느꼈고, 동질감도 느낀 반면 거리감도 상당히 존재함을 인식하였습니다. 문화적인 차이와 미래에 대한 차이, 특히 결혼에 대한 관점이 많이 달랐습니다.


그 날 오후, 지사 직원이 바래다 준 길로 저는 다시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수속을 한 후 뉴욕발 대한항공에 몸을 실었습니다. 항공기 내에서도 저는 그녀에게 전화를 하며 뉴욕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변함없음을 확인하며 도착한 JFK Airport 는 여전히 그대로였습니다. 달라진 것은 하나 없는 주변상황, 그저 우리 두 사람만 20년이라는 시간을 그렇게도 수 차례 왕복했나봅니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정은 5월 1일로 잡였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온 그 날 밤, 캘린더에 5월 1일을 동그랗게 그려 놓았습니다. 앞으로 약 한달 간의 시간 . . . 서로에게 서로를 위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이겠지요.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지 저 또한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아니, 제 마음이 어떤지 저도 모르는 상태가 되었기에,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일이 필요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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