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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Sep 01. 2021

감정선 없는 손가락들

지나가는 생각들

테러 또는 자연재해로 인해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는 일이 나면 모든 소셜미디어에서 이를 추모하고 또는 아픔을 나눈다는 의미로 해쉬태그 또는 아래와 같은 이모티콘이나 프로파일 배경효과 등을 삽입하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이렇게라도 해서 인식을 하고 주변에 알리는 것이 그 목적이겠지요. 처음에는 저도 이에 호응하여 이와 비슷한 이미지를 프로파일 사진 뒤에 걸거나 또는 이모티콘 등을 댓글을 통해 올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는 하지 않습니다. 처음엔 진심 어린 마음으로 한 일임은 확실합니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드는 생각이, 세계 여러 곳에서 불행한 일이 생길 때마다 그저 이런 행위를 한다고 해서 매번 마음 깊은 진실함에서 우러나서 이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지요. 이런 '공감'과 '동정'의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꽤 많이 퍼져 나나서 대유행처럼 거의 모든 SNS 가입자들이 이런 흐름을 따라갈 때 저는 그만두었습니다. 솔직한 마음을 올리면 적절한 해쉬태그나 이모시콘 또는 배경 이미지를 올리면 나도 전 세계적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고, 세계정세에 대해 더 빨리 또는 더 많이 알고 있고, 그저 동정 (sympathy)를 넘어 공감 (empathy) 하는 감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는 목적 외에는 더 구체적인 이유는 없더군요. 사실 저 멀리 떨어진 어느 나라들에서 발생한 그 불행한 사건들에 대해 아주 일반적인 동정심만 가지고 있었지, 공감을 느낀 적은 많지 않았다는 것을 제 자신에게는 속이기 싫었습니다. 부조금 10만원을 내면 그저 끝나는 정도의 동정이라고 할까요? 부조금을 조금 내더라도 장례식장에서 같이 낮과 밤을 슬픔을 당한 사람들과 같이 지내주고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이 진심인 것을, 아무리 SNS 상이라도 이런 가식이 충만한 행위를 더 이상 하기 싫었습니다.




The New Yorker Magazine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이런 일러스트레이션을 올렸었습니다. 2년쯤 되는 듯하군요:



여느 빌딩이나 사무실 또는 비상구에 가까운 곳에 위치하여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이런 비상물품 박스 - 이 일러스트레이터는 사람들의 편리한 공감 또는 동정을 이렇게 냉소적으로 하지만 사실적으로 직설적인 표현을 그림으로 했습니다. 사실 알맹이 없고 진심이 결여된 동정이나 동정, 또는 심지어 "좋아요" 나 "하트" 버튼 클릭도 어찌 보면 상대에 대한 모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읽지도 않고 무조건 누르는 경우도 있는데, 모두 이런 경험 있으시지요?




Trevor Noah 가 "Emojis & Selfies: Cellphones Are Robbing Us"라는 title의 영상에서 이런 말을 했더군요. 인류는 evolve 하는 것이 아닌 devolve 한다고. 이유는 스마트폰이라는 이유입니다. 엄지손가락만 하도 써서 손가락이 굽어져서 결국 다시 원시로 회귀하는, 네안데르탈인이 되어가는 우리라는 말을 하더군요 (영상을 보시면 2:45에서 시작하여 5:00 정도까지 진행되는 부분을 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4:00부터는 이모티콘에 대한 풍자가 나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r3qk7ifgI4&t=307s


대화가 없고, 단어가 없어지고, 감정이 없어져가는 사회를 풍자하는 메시지입니다. 대면이 어려운 Covid-19 시대에서는 이런 악영향이 더 가속화되기에 우려가 됩니다.




온라인 샤핑몰에서 상품 구입을 한 후 상품평도 참 보기가 우습지요. 상품평을 올리면 200포인트, 300포인트 등을 주니까 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의견을 쓰는 란에 다른 사람이 이미 올린 댓글을 그대로 올리거나 아니면 상품명을 복사해서 그 란에 붙이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반면, 불만을 적는 경우에는 과장하면 단편소설 분량만큼이나 쓰는 우리입니다. 좋은 상품을 샀으면 칭찬을 하고 다른 사람들도 이런 좋은 상품을 사서 좋아하고, 판매자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고 몇 단어 적어주면 될 텐데, 왜 이리도 인색할까요? 상품평란에 이모티콘 기능이 있으면 참 볼만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마음에 감정과 감성이 없으니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고, 그렇기에 그런 손가락에서 나오는 것은 그저 악플과 이모티콘일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손가락에 감정선을 넣어보세요. 그렇게 하려면 마음과 생각이 연결이 되어야 합니다만, 지금 사회에서는 이것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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