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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omorrow Man (2019)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by Rumi


Note: 예전 영화 (pre-2010의 경우는 이미 다 알려진 영화들일 확률이 매우 높아 이야기를 거의 다 해드리지만 2010년 이후 영화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영화는 full spoiler & full photoshots 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매우 긴 포스트입니다 - meaning this movie is so good that I must share the full story with you all. 박스오피스 $350,000 만 거둬들인 영화라 흥행은 실패한 영화지요 - 하지만 this is a masterpiece.




Wikipedia 에는 이 영화에 대해 이렇게 단 한 줄로 설명되어 있군요: "While preparing for the apocalypse, a man meets and falls in love with a woman at the grocery store."

거기에 더해 Rotten Tomatoes에서는 이런 평가를 합니다, "John Lithgow and Blythe Danner are almost enough to save The Tomorrow Man, but their efforts are overwhelmed by a problematic story."


이 영화를 problematic story (세상의 종말) 이라고 전제한 후 주제가 엉뚱해서(?) 두 배우의 연기를 압도한 영화라며 말도 안 되는 조금은 냉소적인 평가를 했더군요. 줄거리도 그저 세상 종말을 준비하는 한 남자가 식품점에서 만난 어떤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라고만 정리해놓았습니다. 한심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의 진가를 모르는 듯하군요. Noble Jones라는 감독의 첫 작품이라 통과의례로 혹평에 비슷한 평을 내린 것인지, 머리를 그저 melon처럼 달고 다니는 fruitcake 들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뉴욕에 있는 친구들이 매우 놀랄 정도의 prepper 이기에 이 영화 주인공인 Ed Hemsler와 동감하는 요소가 꽤 많습니다. 그의 사랑방식도 저와 유사하지요. 이 영화가 2019년작이지만, 이 두 주인공 배우들의 행동, 생각, 문화적 배경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영화라 70-80년대 영화라고 해도 무리는 아닙니다. 영화 중간쯤에 Ed 가 몸에 문신을 잔뜩 하고 있는 어떤 남자를 차의 rear view mirror를 보며 "Raw!"라고 하고 얼굴을 찌푸리는 모습도 온전히 공감하는 부분이지요.



Ed는 60대 중반을 넘어선 남자입니다. Ronnie와 첫 저녁식사에서 그가 "wrong side of the 60s'라고 하지요. The wrong side of the 60s는 없다며 Ronnie 가 가볍게 위로를 하는 장면도 보입니다. 그의 집은 지나칠 정도로 깔끔하지요. 모든 자료가 정리가 잘 되어있고, 지구 종말에 관련된 자료는 모두 파일화 되어있습니다.


예전 같지 않고 이상한 쪽으로만 변해가는 2020년대가 그리고 다가오는 세상이 그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길가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나 듣는 뉴스, 그리고 이 시골 마을의 상황들마저 전혀 마음이 들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를 어떻게 할 수 없는 세상이니 그저 받아들여야 하지요.


지구의 종말을 준비하는 사람인만큼 그는 그쪽 사람들과 인터넷으로 잘 연결되어 있습니다. 서로 간에 팩스를 주고받기도 하고, 이미 보관하고 있는 수치들과 맞는지 비교도 하며, 댓글 등을 통해 의견교환을 하지요. 이쪽 분야에서는 Ed는 마치 새로운 정보와 업데이트를 제공하는 인플루언서인 듯합니다. 그의 의견에는 많은 댓글이 달리며 동의하는 사람이 많아 보이지요.



그의 집 뒤에는 창고가 하나 있습니다. 키 구멍도 보이지 않는 창고 - 이 안에 Ed는 비상용품 및 식량 등을 저장해놓고 있습니다. 이런 지 몇 년째가 되어 가지요. 언젠가는 이 세상이 어떤 이유건간에 종말을 마주할 것이고 그때 사람들은 뉴스를 보고 상점에 가서 필요한 것들을 구하려고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을 것이라고 하지요. 아들에게도 전화를 걸어 이런 일들이 전개되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하지만 아들은 전혀 신경을 주지 않습니다.



이런 생각과 준비를 하는 Ed 와는 달리 세상은 그저 잘 돌아만 갑니다. 자기 혼자만 이런 준비를 하고 있지만 인터넷에서 같은 의견을 공유하는 사람들과는 아주 깊은 연대감을 가지지요. 자신과 같은 준비를 하는 사람이 있겠지 하며 살던 중 슈퍼마켓에서 한 여자를 우연히 보게 됩니다.



이 여자는 누구인가? 구매하는 제품들을 보면 세상에 대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듯한데, 어디에 살고 있을까? 무슨 일을 하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일까?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Ed는 어느 날 그녀를 마냥 가게 주차장에서 기다립니다. 그러던 중 그녀의 차가 다가오고, 그는 그녀가 샤핑을 들어간 후 일부러 그녀의 차 옆에 자신의 차를 바짝 댄 후 자신도 가게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가게 안 어딘가에서 그녀가 주차장으로 나가기만을 기다립니다.



그래도 이제는 사라져 버린 지 오래인 미국 남자의 신사적인 젠틀함까지 보여주는 Ed. 이런 계획된 우연한 만남을 통해 그녀의 이름만은 인사를 통해 알아내지요. 그녀의 이름은 Ronnie, 이렇게 저렇게 해서 Ed는 그녀가 일하는 가게를 알게 되고, 저녁식사 약속까지 하는 기회를 잡게 됩니다. 아무래도 Ronnie는 자신과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Ed, 이 두 사람은 Ed에 집으로 가서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면서 소파에서 그대로 잠에 듭니다.



점점 더 가까워진 이 두 사람, 같이 피크닉을 갑니다. 늦은 밤 시간에 이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가 지구의 종말을 기다리는 (아니, 예측하는) Ed의 속생각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Ronnie: What are you laughing about?

Ed: This. Us. Here.

Ronnie: It's so peaceful.

Ed: Mm-hmm.

Ronnie: It's nice.

Ed: I laugh because soon, it's all gonna be over.

Ronnie: What do you mean?

Ed: I mean moments like this. They're going to be few and far between. Most of the time we'll be scrambling to survive.

Ronnie: Ed, I don't understand. What... Survive what?

Ed: Oh, you have to know what I'm talking about. Deep down, you can feel it even if you don't admit it to yourself. It might start with a news bulletin. You're watching a commercial or something, and suddenly, this guy comes on. One of those plastic talking robots telling us the stock market is gonna crash. Then the president comes on. And the people are all waiting for him to speak. And when he does, he says there's a national emergency and he has to declare martial law. So, you can't believe it. So, you go to the local store and you see everyone in the street with a strange look in their eyes because they can't believe it too. So, you get to the store and it's filled with people buying everything they can get their hands on. And up in the sky, helicopters start going whoop, whoop, overhead and you know... you know. The first day, you watch TV trying to find out what's going on, but by the third day, it's nothing but static. And the net's down, too, just like your cell phone. Around about this time, you hear the first gunshot. And at first, it sounds strange and novel. But then, it's everywhere. It starts getting closer. And then, you see a body in the street. Nobody has come to move it. And then, another and another. So you decide to leave, only you're not alone. The streets are choked with cars. And then, the military comes. Only it's not our military, it's some other country's, and you can't believe it. But you know it's true. You know. You know. It's all over.

Ronnie: You really think that's gonna happen?

Ed: Ah. Maybe. I don't know. You're a really special lady, Ronnie Meisner.



아무래도 Ronnie 도 자신과 같은 prepper라는 확신은 들지만 Ed는 이에 대해 한 번도 물어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녀에게 자신이 준비해놓은 비밀창고를 보여주지요. 모든 물건들이 아주 완벽하게 정리되어 쌓여있는 것을 본 Ronnie는 "It's so perfect!"라고 Ed에게 말해줍니다. Ed는 드디어 지구의 멸망이 와도 함께 살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아마도 매우 기뻐했을 듯합니다.



추수감사절이 다가오고, 아들 내외가 Ed를 저녁에 초대합니다. Ed는 Ronnie와 같이 가기로 하지요. 하지만 여기서도 대화의 주제는 결국 지구 종말에 대한 준비 - 아들이 자신이 말해준 것들을 전혀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어 Ed는 매우 화를 내게 되고, 아들의 아내와 손주딸이 아무리 중간에서 두 사람 사이를 다독이려고 해도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날의 저녁은 아마도 이 전에 있었던 Ed 가 동석했던 가족 저녁과 마찬가지로 좋지 않게 끝나지요.



이렇게 끝난 저녁, 이 둘은 계획도 없었지만 Ronnie의 집에서 밤을 지내게 됩니다. 그녀의 집으로 들어선 Ed는 매우 놀라고 실망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자신과 같은 prepper 동지라고 생각했던 Ronnie의 집은 그야말로 종말 준비를 하는 사람의 집으로는 전혀 여겨지지 않는 엉망진창이었지요. 정리가 하나도 되어있지 않고 미래에 대한 준비는커녕 현실을 살기에도 버거워 보이는 Ronnie의 집 - Ed는 이런 말까지 합니다:


Ronnie: Would you like a drink?

Ed: I thought you were a fellow traveler.

Ronnie: I am a fellow traveler!

Ed: No! I mean a prepper. The way you shopped, the stuff you bought. You used cash! Not that I go in for that level of paranoia personally, but, hey, you can see how I could have come to that conclusion.

Ronnie: Cash is easier. You don't have to remember numbers.

Ed: You might try checks.

Ronnie: Everybody doesn't take checks. Everybody takes cash. When my daughter died, it started up in her room, and it just... came down here.

Ed: But... I don't understand how you could...

Ronnie: Please.



다음 날 아침, Ronnie의 집에서 깨어난 Ed는 Ronnie 가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봅니다. 하지만 그는 정신을 잃고 쓰러집니다.


병원으로 실려 온 Ed, 의사는 Ed 가 평소 먹던 약을 아껴서 먹어왔기에 그 결과 약한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이라고 Ronnie에게 말해줍니다. 아마도 Ed는 약이 비싸서 부담이 많이 가던 상황이었던지, 아니면 세상이 얼마 지나지 않아 끝에 다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결과 지구 멸망 후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고 이에 거의 모든 돈을 쏱아부은 것이었지요.


Ronnie: You poor dear. No. No, no, no, no. Don't. Don't try to speak. Shh.

Ed: I'm not a poor dear.

Ronnie: No. No. You're strong. The doctor told me you weren't taking your medication. Yeah, it's the money, isn't it? I know how expensive it gets. I know. But you? It make no sense. You spend all your money on that... on that stuff. For something that may not even happen. You only think about tomorrow when I'm here. I'm here right now! And all I think about is you.


Ronnie의 대사가 감동 그 자체입니다: "당신이 이러는 건 이해가 안 돼요. 돈을 그런 것들에 다 쓰다니.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을 위해서 말이에요. 내가 당신 옆에 있어도 당신은 앞으로 일어날 일만 생각하잖아요! 내가 여기 있잖아요! 난 당신 생각만 한단 말이어요!"



퇴원을 한 Ed는 아들과 함께 집에 옵니다. 아들에게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창고를 보여주고,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이제야 이해하게 됩니다. 며칠 후 Ed는 회심을 한 듯 비상용품을 사다 놓은 창고에서 적지 않은 양의 물건들을 꺼내 yard sale을 합니다. 어쩌면 일반적인 생활로 돌아간다는 제스처겠지요.



"이거, 얼마여요?"


익숙한 목소리입니다. Ronnie 였지요.


이 둘은 다시 친한 친구가 되려나 봅니다.


"You are by BFF - my granddaughter told me what it means."

"Best friend forever."



이 두 사람은 키스를 합니다. 그 순간, 번쩍 하는 섬광, 마치 이 둘이 입을 맞추는 모습을 촬영이나 하듯. 하지만 이 강렬한 불빛은 사진기의 플래시가 아닌, 저 멀리, 예전에 Ed 가 수상쩍은 눈으로 쳐다보던 그 하늘에서 핵폭발이 일어난 것이지요.


이 두 사람은 이래도 걱정이 없습니다. 이미 이 두 사람은 이 상황을 위해 준비를 해 두었으니까요. 이 두 사람은 조용히 그리고 차분하게 sunglasses를 꺼내서 씁니다. 그리고 두 손을 잡지요.


아마도 이 둘은 이 재난에서 살아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남들이 몰라주었던 이 모든 생필품들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과 준비를 못한 사람들에 대한 슬픔, 그리고 미래에 대한 걱정과 희망 등을, 아마도 Ed 가 창고 아래 준비해두었을 지하 벙커에서 느끼고 있을 듯합니다.


핵폭발에서 살아남지 않더라도, Ed의 수고는 헛된 것이 아니었고, 사랑하는 친구와 손을 잡으며 마지막을 보낼 수 있기에, 그만큼 행복한 남자도 없겠지요.



중년과 노년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영화들은 편안합니다. 이미 많은 경험을 삶을 통해 한 사람들이라 쉽게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고 여유로우며, 간혹 상대가 일정 범위에서 벗어난 말이나 행동을 할 경우, 또는 짓궂음이 있어도 노련하게 대응함으로 관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사이를 유지합니다. 상대의 옷이 좀 이상해도, 최근 이슈나 용어들을 몰라도 그저 문제없고 오히려 더 편합니다. 톡톡 튀고 테니스처럼 주고받는 사랑 장난과는 격이 다른 폭넢은 아량과 이해를 포함한 사랑 어린 우정이지요.




John Lithgow (75세)는 한국에서는 아마 생소한 배우일 듯합니다. 이 분은 정말 다양한 역을 한 배우로, stage는 물론 screen character actor로 알려져 왔지요. 중년에 이를 때까지는 그의 extreme versatility 가 그의 주된 스타일로, 아주 mild 하고 매너 있는 사람부터 cold-blooded killer 역까지 다양했습니다. 노년기에 들어서는 여전히 그 색을 유지하면서 이 영화에서와 같은 무게 있지만 특별한 캐릭터도 자주 선보이고 있습니다. Harvard University (BA)를 졸업한 후 London Academy of Music and Dramatic Art (MA)에서 stage art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간 분이지요.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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