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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Oct 28. 2021

"Men in Black 2 (2002)"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Men in Black 시리즈 단순한 SciFi movie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감독의 의도였는지 극작가의 의도였는지는 모르지만,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맨해튼 내 고독한 구석구석들과 분위기를 참 잘 골라내어 화면에 담아냅니다. 이 비밀스러운 조직, 기억을 지울 수 있는 도구, 모든 요원들이 입고 있는 검은색 suits, 대부분의 장면이 밤을 배경으로 하고,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자'입니다. 심지어는 외계인들도 대부분 외로운 이주노동자들이지요. 가족, 친구, 애인과 같은 관계 설정 속에 존재하는 배역이 없더군요. 심지어는 이 비밀조직의 입구를 지키는 사람도 단 한 명이지요.


Roger Ebert는 이 영화에 별 1개 반을 주면서 간접적인 혹평을 이렇게 했습니다: Some sequels continue a story. Others repeat it. ''Men in Black II'' creates a new threat for the MIB, but recycles the same premise, which is that mankind can defeat an alien invasion by assigning agents in Ray-Bans to shoot them into goo. This is a movie that fans of the original might enjoy in a diluted sort of way, but there is no need for it--except, of course, to take another haul at the box office, where the 1997 movie grossed nearly $600 million. The astonishing success of the original "MiB" was partly because it was fun, partly because it was unexpected.


1편이 준 신선함을 뛰어넘는 어떤 것을 기대했다면 (Roger Ebert는 2편 중간쯤에 나오는 locker room 외계인들을 더 두각 시켰으면 어땠을까? 하는 말을 하더군요) 이 영화는 실패작이었겠지만, 제가 보는 2편은 3편에서 이어지는 Agent J의 어릴 적 이야기와 그의 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 주기 전에 2편에서는 Agent K의 과거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풀어내어 그에 대한 mystery 를 조금이라도 해소하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저 sequel 마다 희한한 외계인들을 등장시키고 그들의 배경 이야기를 더하고, 여기에 추가하여 스케일을 더 크고 넓게 가져갔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뻔한 alien 영화로 남을 뿐,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간 캐릭터 (심지어는 지하철 승객들도 포함하여) 들간에 보여지는 타인에 대한 지독한 무관심과 드러나지 않는 거부, 그리고 아마도 이로 인해 이제는 모두가 익숙해진 고독함과 외로움을 느낄 수 없었겠지요.



The Light of Zartha를 찾기 위해 먼 외계에 위치한 Kylothia에서 지구로 온 evil queen 인 Serleena (Lara Flynn Boyle), Zartha의 princess 였던 Lauranna (Linda Kim)를 희생시키면서까지 이 Light of Zartha를 지켜냈던 Agent K (이 공주가 과연 Agent K의 사랑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Laura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마치 자신의 딸을 지그시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길과도 같았습니다), 그리고 princess Lauranna의 딸이며 자신이 the Light of Zartha를 수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엉겁결에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어 멀고 먼 Zartha로 홀로 떠나게 되는 Laura, 그리고 그녀와 이제 막 사랑을 키워가려 했지만 눈앞에서 그 사랑을 저 멀리 떨어진 외계의 어느 별로 떠나보내야 하는 Agent J - 이 모두가 이 영화 프랜차이즈가 2편에서 그려내고자 한 인간들의 외로움이며 고독함의 초상들이 아닐까 합니다.



영화의 여러 장면들도 이런 느낌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Ben's Pizza에서 일하던 Laura (Zartha 별의 공주)를 담아낸 몇 장면도 그렇습니다. 그중 하나가 아래 장면인데, 제겐 1980년대 후반으로 기억합니다만 Lexington Avenue & 65가에 있던 어느 매우 오래된 2-room 아파트의 화장실 천정이 꼭 이랬었는데, 그때 느꼈던 꽤 묘했던 기억을 연결시켜주더군요.



Agent J 가 Agent T에게 이런 말을 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T, 마지막으로 별들을 본 적이 언제지?

이 우주에서 혼자라고 느꼈던 적 있어?"


Agent J와 K의 아래 대화도 twist 가 있습니다:


"바깥세상은 어때요? 이런 거 매일 안 해도 되고?"

"괜찮아. 주말엔 늦게 일어나고 날씨 채널도 보고."

"이 도시, 그립긴 했네"



Agent K: "네가 슬플 때마다 비가 오는 거란다, 얘야"

Laura: "이건 공평하지 않아요"

Agent J: "언제나 그렇지요"



이 외에도 명대사가 이 영화엔 꽤 많은데, 그중 Laura와 Agent J의 대화가 마음 깊이 박히더군요. 외로움에 대한 언급을 하는데, 사실 이 영화 전체에 외로움이라는 주제가 여기저기 스며들어있는 것을 느낍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인 뉴욕에서 많은 사람들이 남모르게 느끼는 외로움이라고 할까요?


Laura: If I see you again, will I know it's you?

Agent J: I will see you, but you won't know me.

Laura: Must be hard. Must be very lonely.







1편 이야기를 추가로 하면: 화려한 맨해튼 거리를 걷다 보면, 의외로 외롭고 적막해 보이는 거리들을 마주치게 됩니다. 특히 맨해튼 남쪽 최하단, 차이나타운과 14가 사이, 그리고 맨해튼 남서쪽이 그렇지요. 이렇게 고독한 듯 처절하게 따돌림을 당한 듯한 거리를 Men in Black I (1997)에서는 참 잘 찾아낸 듯합니다. 물론 이 영화에 등장하는 두 명의 MIB들이 살아가는 고독한 비밀요원의 삶이 맨해튼의 이런 구석에 참 잘 어울립니다.



Agent K 가 밤거리와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에서도 그만의 외로움과 고독이 느껴집니다.



이 영화를 보며 가끔은 위안을 얻습니다. "이 캐릭터들도 외롭구나"라는 비현실적인 동감이 아닌, 이 영화를 만든 감독과 극작가의 의도가 제 마음이 연결되는 어느 구석이 그래도 존재하는구나 - 라는 동질감에서 오는 위안이지요.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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