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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Nov 11. 2021

"Dying Young (1991)"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참조: 이번에는 full spoiler 를 제공합니다.


"제 치마가 제일 짧아서 뽑힌 건가요?"

Hillary:

I had the shortest skirt, huh?

Victor:

Oh, actually, no.

There was one with a shorter skirt

but he was never a candy striper.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 하나, Dying Young (1991) 입니다. Julia Roberts 가 출연한 수십여개의 영화 중 그녀의 초기 작품입니다. 아마도 이 여배우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 영화가 이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연기력은 이 당시 평균정도였을 뿐, 이 영화를 명작이라고 하거나 one of the best movies 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듯 합니다 - 그만큼 예측이 가능한 스토리에 그저 그런 연기력들을 가진 배우들로 구성된 영화였지요 (아, 1978년작 Ice Castles 에서 이미 익숙해진 Colleen Dewhurst 는 예외로 하겠습니다 - 그렇지 않으면 이미 세상을 떠난 이 연기파 배우에게 예의가 아닐 듯 합니다).



이 영화는 Julia Roberts 의 외적인 appeal 이 상당부분을 차지합니다. 영화의 첫 30% 정도까지는 이 여배우의 외모가 지나칠 정도로 두각되어 보여지고, 아마도 이 여배우 또한 이를 마다하지는 않은 듯 합니다. Women as objects 라는 요소 - 여성의 상품화라는 지금은 상당히 예민한 요소를 이 영화에서는 너무 둔할 정도로 감하지 못하게 다룬 듯 합니다. 하지만 이 때는 90년대였고 사람들은 이 여배우의 특별한 외모에 환호했으니, 지금 뭐라 할 수는 없겠지요.


이 영화를 제가 좋아하는 이유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어느 부자집 젊은 남자의 슬픈 이야기가 끌리는 소재였기도 하지만 (비록 예측이 가능했지만), San Francisco 의 가을 배경, 그리고 거기에 아주 잘 어울리는 James Newton Howard 의 Soundtrack 들 - 이 분의 음악은 대체로 상당히 감성적이고 감미롭지요 - 90년대를 풍미한 Kenny G 의 연주곡 (비록 그의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의 노래를 두고 '엘레베이터 노래' 라고 혹평을 했지만) 이 모두 들어있던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영화팬들의 눈물을 뺏어간 작품이지요. 물론 이 영화는 chick flick 의 genre 에 속하는 영화입니다.


암환자 또는 치매환자, 또는 심각한 병에 걸린 사람들을 소재로 한 영화를 자주 봅니다. 이 영화 Dying Young (1992), Awakenings (1990), Beaches (1988), Bucket List (2007), Door to Door (2002), My Life (1993), Wit (2001), 그리고 The Savages (2007) 정도인데, 제가 영화에 많이 attach 되어 그럴까요? 종교가 올바른 생활에 대해 실전이 아니라 어쩌면 너무나도 막연할 수 있는 concept 을 제공한다면, 영화는 만약 그리 살지 못 했을 때에 혹시나 나에게 내릴 현실적인 벌이 있을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영어에 이런 표현이 있지요: 'You keep me honest (또는 "It will keep me honest") - 당신이 나를 정직하도록 해 줍니다 - 라고 해석도 가능하지만 "당신으로 인해 내가 올바르게 살게 됩니다" 가 더 문맥상 맞는 의미일 듯 합니다. 이런 류의 영화를 볼 때마다 마음 속에서 드는 생각들 중 이 문장도 자주 떠오르더군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살고 있는 20대 초반의 Hillary, 어느 날 신문 구직란에서 간호사를 구한다는 광고를 봅니다. 이 광고를 보고 찾아간 집은 San Francisco 의 부촌에 위치한 어느 저택이었고, 이 곳에서 Hillary 는 간략한 면접을 보게 되지만 간호경력이 전혀 없었기에 면접에서 떨어집니다. 다시 길을 나서던 Hillary 를 이 저택의 집사가 다시 불러세우고, 그녀는 집사의 안내를 받으며 이 저택의 지하로 통하는 곳으로 들어갑니다. 이 곳에서 만난 20대 후반의 젊은 남자를 만나게 되지요 - 이 남자의 이름은 Victor 이며, 신문에 광고를 낸 장본인입니다. 짧고 어색한 면접을 진행하면서 Victor 는 다른 간호사보다는 Hillary 가 일을 맡아주길 바라고, Hillary 는 이 일자리가 필요했기에 이를 수락합니다.



암환자였지만 비교적 건강해 보이는 Victor 의 모습도 그랬지만, 그렇기에 그저 간단하고 쉬운 간호업무일 것으로 알았던 알았던 Hillary - 하지만 Victor 를 돌보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밤낮으로 정해진 시간도 없이 환자를 돌보는 일도 가중했지만, 그보다도 Chemotherapy 를 다니며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보는 것이 매우 힘들었지요. 그의 주변에 깔린 어두운 분위기도 매우 견디기 어려웠으며 그의 방에 놓여진 사진들을 통해 그가 살아온 여정을 볼 때마다 얼마 남지 않은 그의 삶을 생각하며 깊은 연민과 아픔을 Hillary 는 고스란히 느끼게 됩니다.



Hillary 는 견디다 못해 Victor 를 간호하는 일을 그만두려 합니다. 하지만 Victor 의 진심어린 부탁을 뿌리치지는 못하지요. 병원과 집을 오가며 이 두 사람은 미술, 예술, 그리고 음악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서로의 삶에 대해 그리고 가족에 대해 다소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요. 그 중에서도 이 두 사람은 미술가 Gustav Klimt 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느 한 여성을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사랑했던 이 미술가에 대해 Victor 는 Hillary 에게 자상하게 알려주고, 이런 Victor 의 모습과 마음을 보며 Hillary 는 그를 조금씩 좋아하게 됩니다.



그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Hillary 는 차이나타운 등 여러 곳을 다니며 암을 이길 수 있는 약재와 음식 등을 구합니다. 관련 의학서적도 읽고 집안 분위기도 바꾸기도 하며 그의 상태가 호전되도록 노력하지요. 이런 날들이 지나면서 Hillary 와 Victor 의 관계도 점점 더 가까와집니다.



어느 날 Victor 는 자신의 치료가 드디어 마무리되었다는 소식을 Hillary 에게 전합니다. 그리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멀리 해변가에 있는 집을 빌려 단기간의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하지요. 이를 흔쾌히 수락한 Hillary  - 그와 함께 차를 빌리고 짐을 꾸린 후 해안가의 집으로 갑니다.



하지만 이 여행은 사실 Victor 가 그의 삶을 포기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약물치료로 인한 고통을 피하며 동시에 마지막으로 행복한 날들을 가지기 위해 준비한 것이있지요. 사실 그는 치료를 중단한 상태였습니다.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 채 Victor 와 같이 여정을 떠난 HIllary 는 그 해안가 집에서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게 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지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머지 않아 Hillary 는 어느 날 Victor 가 갑자기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고, 그가 그때까지 숨겨 온 치료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를 설득해서 다시 San Francisco 로 돌아가고자 했지만 Victor 는 완강하게 거부하고, 그의 남은 날들을 자연속에서 살며 병과 싸우며 이겨낼 것이라고 Hillary 를 설득하지요. 그를 사랑하는 만큼이나 그가 고통받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던 Hillary 는 그를 믿기로 합니다.



평범한 연인처럼 한동안 그 곳에서 살던 이 두 사람 - 어느 날 당연히 닥치게 될 운명이었던 순간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치료를 오랫동안 받지 않았던 Victor 의 병세가 갑자기 악화되었던 것이지요. 놀란 Hillary 는 그를 도우려 하지만 이미 이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선 Victor 의 상태는 악화되어만 갑니다. Hillary 는 할 수 없이 그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게 되고, 결국은 Victor 는 아버지의 설득과 동시에 Hillary 가 주는 용기에 힘을 조금이나마 얻어 다시 San Franciso 로 돌아가게 됩니다.



   




Roger Ebert 는 Julia Roberts 의 존재감 외에 이 영화에 대한 평을 좋게만 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남자주연배우에 대한 평을 아래와 같이 했더군요:


What bothered me most of all was the performance by Campbell Scott, who simply never generated enough warmth and sympathy to explain why Julia Roberts would want to love him. And Roberts herself, perhaps falling under the same depressing shroud, lacks the heart and bouncy humor that were so important to “Pretty Woman.” Dying young is one thing. These characters seem to be dying together.


그래서 그럴까요? Campbell Scott 은 이 영화 이후 (그 전에도 그랬지만) 그렇다 할 역할을 한 영화가 없었지요. 평범한 배우가 할 역할은 아니었음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Roger Ebert 가 언급한 그의 부족한 연기력 - not being able to generate enough warmth and sympathy - 라는 것이 현실의 암환자가 보이는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렇게 본다면 그의 식은듯한 그리고 동정을 주기엔 다소 모자란 그의 환자연기는 어쩌면 잘 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Soundtrack 들 중 아래 연주곡들이 참 아름답더군요:


"Theme from Dying Young" / Kenny G

"The Clock" / James Newton Howard

"Love Montage" / James Newton Howard

"I'll Never Leave You (Love Theme)" / James Newton Howard & Kenny G


https://www.youtube.com/watch?v=A8p0w_Ec1NY&t=5s


어쨌거나 가을입니다. 아무리 가볍게 느껴지는 이 영화일지라도 2000년작 "Autumn in New York" 보다는 훨씬 훌륭한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1990년작 Pretty Woman 에서 Julia Roberts 의 상대였던 Richard Gere 가 Winona Ryder 의 상대역으로 나왔던 2000년작 "Autumn in New York" 에서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그때만해도 정말 느끼하게 보였던 Richard Gere 와 애아줌마같이 보이고 연기력도 형편없는 Winona Ryder 를 대하기보다는, 전성기 최고점을 누리고 있던 Julia Roberts 와 연기력이 다소 모자란 Campbell Scott 을 보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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