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영화 "In Time"을 다시 보았습니다. 지금쯤 나왔다면 그 충격이 더 신선하고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영화였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이 영화의 genre를 보면 American dystopian science fiction action thriller film으로 나오는, 참 긴 genre 군요. 일반적으로 이 작품에 대한 평은 좋지 않았지만, 저는 만족한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미래의 어느 시점 (2169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만, 스크린에서 보게 되는 실제 backdrop 은 마치 1950-60년대의 근대 산업화가 마무리되어가는 미국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어찌 보면 pre-WWII era 같다는 느낌도 드는 것은 아마도 1940-50년대 Edward Hopper 가 그린 적막한 도시의 풍경을 그려낸 그림들과 유사한 느낌을 주는 쓸쓸하고 외로운 배경들도 많이 보이기 때문인 듯합니다. 차량들은 40년대보다는 조금 더 앞선 1960년대를 연상시키기도 하지요. 미래의 이야기인지 또는 parallel world 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지난 시대의 요소들이 특정한 이유 없이 섞여서 묘한 이질감과 동시에 익숙함을 느끼게 합니다.
영화에서 보이는 세상은 genetically designed 된 인간들이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이 세상에서 사는 사람이면 그 누구 건간에 25살이 되는 생일이 되면 각각의 오른팔에 앞으로 남은 수명이 digital clock의 형식으로 표시가 되도록 되어있는 세상이지요. 노화도 그 순간부터 중단되며, 이 세상에서는 그 후로부터 그 팔에 나타난 수명대로 살아가게 됩니다. 삶에 수명을 더하기 위해 사람들은 일을 하지만 삶을 더해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반면 부자들은 일을 하지 않아도 풍족한 시간 (수명 또는 돈)을 누리며 살아가며 그들만의 도시에서 안전을 보장받으며 거주합니다. 이들 중에서도 가장 부유한 time zone 은 New Greenwich 이란 곳입니다. 이들보다 못한 시간 (돈)을 가진 사람들은 각자에 맞는 time zone에 속해 살아가지요. 이렇게 가진 정도의 기준으로 구성된 time zone 은 여러 곳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현재의 세상과 아주 흡사한 구조라고 볼 수도 있지요.
모든 상거래 매매 또한 오른팔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회사에서 하루의 업무가 끝이 나면 회사를 나서면서 오른팔에 주급을 주입받습니다. 일한 만큼의 봉급이 시간으로 환산되어 수명으로 (즉, 시간으로) 입력되는 것이지요. 즉, 시간이 currency 인 세상을 참 묘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영화지요.
주연배우들에 대해 혹평들이 많았지만, 저는 그래도 Justin Timberlake과 Amanda Seyfried의 casting 이 참 잘 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especially Amanda Seyfried의 경우가 그러한데요, 이 영화에 어느 다른 여배우를 cast 했더라도 어울리지 않았을 듯합니다. 높은 구두를 신고 돌길과 산길 그리고 수십 개가 넘는 계단들을 어떻게 그리 자연스럽고 발랄하게 뛰어다닐 수 있는지, 아무리 아버지가 납치된 자신을 구해주지 않았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잘 살고 있던 20대의 후반의 여성이 한 낯선 남자에게 아주 짧은 시간에 반해 (또는 그가 추구하는 '정의(?)'에 반해) 가족에게 등을 돌리게 되는지, 그리고 Will과 함께 아버지가 소유한 은행들을 털 때 생전 다루어보지 않았을 그 무거운 권총을 자유자재로 다루는지에 대한 의문은 아직 남아있지만 눈을 즐겁게 해 주는 요소가 참 많은 영화입니다.
그래도 Roger Ebert는 Justin Timberlake에 대한 평을 나쁘게만은 하지 않았습니다:
"Justin Timberlake continues to demonstrate that he is a real actor, with screen presence. But after the precise timing and intelligence he brought to "The Social Network," it's a little disappointing to find him in a role that requires less. He has a future in the movies."
하지만 그도 screenplay에 대해서는 지적을 했군요:
Unanswered questions abound. The cars look like customized luxury boats from the 1970s; there's a Lincoln Continental with the slab sides but no nameplate. The time is said to be "the near future," yet Henry has already lived a century. Don't even think to ask about the mechanism of the timekeeping, or how human life is stored up in what look curiously like VHS cassette cases. And what of etiquette? Is allowing people to see your forearm as vulgar as flashing a big roll of cash?
이 영화가 내내 보여주는 오락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마냥 즐겁지는 않았던 영화였습니다. 돈이 시간으로 환산되고, 이 시간이 생명으로 환산되는 세계가 2169년이 아닌 지금과 별 다름이 없다는 생각을 한 까닭일까요? 지금을 살고 있는 사람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매일같이 일을 해야만 하고, 그 대가로 받은 돈의 가치마저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과, 자산가치의 하락 또는 일을 할 수 있는 남은 날들이란 것들이 시차는 있겠지만 어느 시점에서 우리 각각에게 tipping point 가 되어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위협적인 존재가 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지금의 세상을, 대부분의 우리는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매일같이 일을 하는 것 외로는 그저 대책 없이 그날을 기다리는 처지인 듯하여 씁쓸한 생각을 내내 주는 영화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