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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Dec 14. 2022

"Die Hard (1988)"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이 작품이 스크린에 처음 올려진 후 34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1988년 여름에 상영되기 시작하자마자 그 해 하반기 미국 극장가를 이 영화가 독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이후 여러 액션 영화들이 있었지만 Die Hard franchise, 특히 Die Hard 1 (1988) 은 이후 등장하는 모든 Hollywood 액션물의 frame of reference 가 되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최근에는 - 21세기 들어 - Christmas 영화 genre에 들어가기도 할 정도입니다. 이 영화가 언급될 때마다 대작이다, 명작이다, 언제나 봐도 새롭다 등 호평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 왜 이리 특별할까요?


1. 전통적 미국 남성상의 부활

미국 cowboy 영화의 부활, 또는 전통적인 미국의 남성상을 이 영화에서부터 볼 수 있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Roy Rogers 또는 John Wayne의 미국 남자다운 그것, 즉, 몸 사리지 않고 정의구현을 위해 바로 행동하는 것들이지요 - 정의구현이 꼭 아닐지라도 땅에 구멍이 있으면 더 파고, 고집스럽고, 돈이 있으면 쓰고, 트럭이나 말이 있으면 거기에 당연히 짐을 실어야 하고, 옷에 흙이 묻어도 개의치 않으며, 오만하리만큼 자신감이 넘치지만 순진하고, 때로는 외롭고 아파도 그걸 드러내지 않으며, 사랑이라는 것도 있고 여자를 예의를 갖추어 대하나, 그것 또는 그 사람이 자신의 삶에 있어 절대로 우선순위가 되거나 '남자라는 위치에 조금이라도 흠이 가지 않도록' 그것을 추구하지 않는, 그런 이미지를 이 영화가 오래간만에 그려냈다고 합니다.


이 영화 이전에 나왔던 작품들 - 60년대와 70년대의 찰스 브론슨 (Charles Bronson)의 Death Wish series와 클린트 이스트우드 (Clint Eastwood)의 Dirty Harry franchise를 통해 이어진 The ㅡmodern American Cowboys의 image를 이 영화가 80년대로 연결했고, 이후 만들어진 영화들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Die Hard on a bus (Speed), Die Hard on a ship (Speed 2: Cruise Control, Under Siege), Die Hard on an airplane (Passenger 57, Executive Decision), Die Hard on an ice cream truck that must stay under 50 degrees Fahrenheit at all times (Chill Factor). 하지만 이 영화들 이후 그 legacy는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2. 악당의 매력

Alan Rickman 이 그려낸 terrorist (또는 grand thief)의 새롭게 해석된 이미지 또한 이 영화가 특별하다는 이유가 됩니다. Alan Rickman 이 그려낸 영국 발음의 독일인 테러리스트는 Hollywood 가 그려낸 악당들 중 아마도 가장 매력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미국 영화들 중 영국 배우 (남자)가 독일 남자 (악당) 배역을 맡았던 경우가 Battle of the Bulge (1965)가 기억나는군요. 2차 세계대전 중 일어났던 실화를 다룬 영화로, 무적의 독일 팬저 탱크군단을 이끈 Col. Martin Hessler 역을 맡았던 Robert Shaw 가 그 배우입니다. 1975년작 Jaws에서도 날카로운 seaman의 모습을 참 잘 보여준 배우였고, Battle of the Bulge에서도 그의 차가운 눈매와 각 있는 행동은 실제 독일 장교의 모습을 보는 듯했었지요.



흥미로운 점은 이 두 영화를 본 후에도 Robert Shaw의 Hessler는 독일 Nazi의 악당이었지만 그래도 그의 군인정신은 존경스러웠으며, Alan Rickman의 Hans Gruber는 독일의 테러리스트였지만 영화 내내 정장 차림을 고수하는 모습과 그의 목소리 때문에라도 꽤 매력 있는 사람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물론 이 두 배역은 악당이었기에 죽어야 했지만, '멋지게' 죽지 않은 그들의 마지막 모습들은 저의 이런 bromance에 찬물을 끼얹기는 합니다.



3. 피냄새만 찾는 언론

미국에서는 70년대부터 이런 성향이 시작되었고, 한국에서는 2010년정도부터 (아마도 YTN 과 안합뉴스 TV 가 등장한 후부터) 같은 모양새를 보인 듯 합니다. 언론사가 사건 사고를 다룰 때 이를 객관적으로 보도는 하지만 오락성 또는 자극정도가 높은 이미지와 영상들, 그리고 심지어는 선정적인 내용들을 불필요하게 추가해서 rating 을 높이는 보도방식을 이 영화에서 꼬집어내고 있지요. 비전문가들이 나와서 패널로 떠들거나, 해당 이슈에 대해 딱히 전문가라고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방송에 등장하는 경우도 이 영화에서 집어내고 있습니다. 집필한 저서 등으로 그 패널이 할 말의 신빙성을 미리 올려놓는 방식도 이제는 식상이 나지요. 2014년작 Nightcrawler 란 영화가 이런 언론사들의 피를 쫓는 보도행위를 적나라하게 그려낸 것도, 이 고전영화를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들 중 하나입니다.



4. 무능한 정책당국

원래 LAPD 는 무능했지만, 여기서는 이에 더해 FBI 의 무능함과 오만함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FBI 도 80년대까지는 그나마 유지했던 그 명성이, 이제는 부끄러울 만큼 미국 내 여러 작전들을 망쳐놓고 있지요. CIA 는 악의 축, 그리고 FBI 는 그 축을 지지하는 받침대로 여겨지는 이유가 확실히 있는 듯 합니다.





LA 에 도착하면서 옆자리 승객이 John McClane 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착륙할 때 긴장이 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발을 벗고 양말도 벗은 다음 비행기 바닥 카펫에 발가락을 문질러봐요. 발가락으로 주먹을 만든다고 할까? 그러면 훨씬 좋아집니다. 믿어봐요. 십여년 여행경력자의 조언이오"


 


어처구니없어하던 John 도 나중에는 이를 시도해 봅니다. 하지만 될 리가 없지요. Cowboy 는 언제나 cowboy일 뿐, 미꾸라지같은 city clicker 가 될 수 없습니다.



이제는 여기나 저기나 (한국이나 미국이나) 남자같은 남자가 잘 안 보이더군요.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도 대체 성별이 뭔지, 그리고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도 남녀구분이 안 됩니다. Cafe 에서의 대화나 태도, 웃음소리나 말소리 등도 남자가 여자같은, 그리고 여자가 남자같은, 또는 그 중간인 사람들이 많아지는 지금입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이 영화가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마지막으로, and for the memories, 아래는 Die Hard 1 (1988) 의 장면들입니다.




December 1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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