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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Nov 25. 2021

"Mannequin (1987)"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80년대는 참 멋진 10년이었습니다. 지금의 미국을 이끌어가고 있는 이르게는 40대 후반, 50대, 그리고 이른 60대들의 삶에 문화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준 시기가 바로 1980년대였지요. 이 시대의 영향이 꽤 상당했기에 TV 프로그램에서도 (PBS, National Geographic, etc.) "The '80s: The Decade That Made Us"라는 제목으로 2000년대 후반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지금도 간간히 방영하기도 합니다. 


미국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면 미국의 지난 100년 역사상 지금까지도 그 중요성에서 주목을 받는 시기가 1940년대와 그리고 1980년대이라는 것을 쉽게 알게 됩니다. 하지만 1940년대는 그 시절을 주류로 살았던 사람들이 나이가 많이 들었거나 세상에 없기에 지금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연관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 외 다른 연대는 어땠을까요? 1950년대는 전쟁 후 미국 전체가 막대한 부를 쌓아가기 시작했던 시대라 모두가 바빴는지 대중문화가 사람들에게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았던 듯하고, 1960년대는 이러한 부의 축적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오히려 대중문화가 미국의 가치관에 금이 가게 한 시대라는 견해가 지금은 많으며, 1970년대 초반에는 60년대로부터 넘어온 혼란이 이어지고 그 후반기엔 그 혼돈의 잔재들을 정리했던 시대로 보입니다. 그리고 80년대는 이른바 '상황이 정리된' 상태에서 대중에게 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준 시대였으며, 90년대는 미국적이라기보다는 혼합적인 것들이 섞이기 시작한 시기였지요. 따라서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1980년대의 대중문화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미국적인 때였다고 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80년대만이 유일하게 그리고 독단적으로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 시절의 문화만이 가지고 있었던 novelty (참신함)와 creativity (창의성)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80년대의 모든 대중문화가 그렇지는 않았지요. 명작이 있었던 만큼 졸작도 많았고, 그저 재밋거리 정도였던 작품들도 꽤 많았습니다.


1987년작 Mannequin 은 졸작이고 그저 재밋거리입니다만, 지금 영화에 비하면 폭력적인 장면도 없고 (코미디 영화지만), 당시 꽤 인기 있던 여배우가 출연했지만 벗는 장면도 최대한 최소화하였으며 (15세 소년이 봐도 전혀 문제없다는 생각입니다), 성적인 농담도 없고 상스러운 언어 또한 거의 없습니다 (기억으로는 아예 없던 듯합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어느 한 공주 (Emmy)가 당시에는 갑부로 통했던 낙타 대변을 수출하는 대상 (fuel merchant)과 결혼을 앞두고, 그와 같이 산다는 생각에 근심을 하던 중 태양신에게 여자로서 이런 삶을 살지 않아도 되는 세상으로 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기도를 합니다. 그 기도가 이루어지고 그녀가 도착한 곳은 1987년 미국 - 하지만 마네킹으로 태어나게 되지요. 하지만 태양신은 Emmy에게 그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그를 이 세상에 몸을 가지고 태어나게 해 준 사람만이 그녀를 사람으로 볼 수 있게 해 놓은 것이지요. 그녀를 만든 사람과 단 둘이 있을 때만 그녀가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고, 그 어느 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게 되면 다시 마네킹으로 돌아가야 하는 일종의 curse이지요.



그녀 (마네킹)를 만든 사람은 Jonathan이라는 청년으로, 예술가에 가까운 친구입니다. 하지만 그는 Emmy를 정성 들여 만든 마네킹 공장에서도 해고되고, 피자가게에서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예술적인 피자 디자인을 만든 결과 하루도 안 되어 해고되었으며, 같은 이유로 정원사로도 제대로 일하지도 못하고 해고를 당합니다. 그렇기에 제대로 된 직장도 없고 차도 없지만 (대신 motorcycle을 타고 다닙니다) 마음만은 순수합니다. 그의 여자 친구는 대기업에 다니는 marketing professional로, 그런 그를 좋아하지만 결국은 세속적인 사랑을 찾아가지요.



여자 친구로부터 일방적으로 결별을 통보받은 Jonathan 은 비가 내리는 거리를 고장 난 motorcycle을 끌고 어느 백화점 (The Prince & Company department store) 앞을 지나갑니다. 우연히 자신이 오래전에 해고된 마네킹 공장에서 만든 Emmy를 본 Jonathan 은 그녀와의 재회에 큰 기쁨에 빠집니다. 어떤 마술이었는지 고장 난 motorcycle에 시동도 걸리고, 여자 친구와 이별한 밤이었지만 Jonathan 은 다시 삶에 활력을 얻은 듯 집으로 향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hOIq29R-ck


다음 날 그녀를 다시 보러 온 그는 우연히 그 백화점 앞에서 바로 그 백화점 (The Prince & Company department store)을 소유하고 있는 사장의 목숨을 구해 준 대가로 바로 그 백화점에서 직장을 얻게 됩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정도로, Jonathan 은 그 백화점의 쇼윈도를 꾸미는 일을 하게 되고, Emmy와 사람 대 사람으로 재회를 하게 되며, 이후 그와 Emmy 가 뛰어나게 꾸민 쇼윈도의 덕에 백화점 매출까지 폭발적으로 늘게 됩니다. 



당연히 Jonathan 도 그 지위가 올라가게 되지요. 그 결과 그의 출현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지요. 여기에 더해 경쟁사 백화점도 곧 문을 닫을 The Prince & Company 백화점이 다시 살아난 것을 보고 의아해합니다. 그리고 The Prince & Company 백화점에서 일을 하면서도 자신들의 이익만 착복하려는 직원들과도 마찰이 생기에 되고, 결국은 The Prince & Company 백화점을 사수하려는 사람들과 이를 막으려는 반대쪽 사람들과의 일종의 대결이 펼쳐집니다.

 


영화는 결국 좋은 사람들이 이기게 된다는 obvious 한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말미에서는 Emmy 도 온전한 인간이 되어 Jonathan과 결혼을 하게 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MA5hcn2KeM


뻔한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즐겁고 흥겨운 영화입니다. Soundtrack 또한 이 영화보다 더 유명한 Nothing's Gonna Stop Us Now로, 들을 때마다 신이 나게 하는 노래입니다.




평은 아주 나빴습니다:

"Mannequin is a real dummy, outfitted with a ludicrous concept and a painfully earnest script that never springs to life, despite the best efforts of an impossibly charming Kim Cattrall."


Roger Ebert 도 아주 잔인한 평을 했습니다: "A lot of bad movies are fairly throbbing with life. Mannequin is dead. The wake lasts 1 1/2 hours, and then we can leave the theater."


그래도 저는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당시의 문화와 분위기를 언제나 깔끔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니까요.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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