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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Dec 02. 2021

"The Wrestler (2008)"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1980년대 미국에서 유명했던 스포츠의 한 가닥이 프로레슬링이었습니다. 상당히 유명했었지요. 이 스포츠는 일반적으로 WWF로 알려진 경우가 더 많습니다. 헐크 호건 (Hulk Hogan)이라는 한 레슬러의 경우 미국 프로레슬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그의 이름을 들어보았거나 그의 사진이 걸린 광고 또는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들은 지금의 격투기와는 아주 다른, 이들이 보여주는 쇼 중 상당 부분이 fake 였지요. 하지만 90년대 후반 들어 이들의 인기가 사그라지면 사그라질수록 줄어드는 관중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실제로 피가 나도록 때리거나 접이식 의자로 머리를 치는 등,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 어쩌면 타락한 인간들의 원초적인 성향일 수 있는 폭력성과 잔혹함에 어필하여 그들의 밥벌이를 유지하려는 모습들이 안타까워 보인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그늘 속으로 사라져 간 프로레슬링과 그 선수들을 그린 영화가 2008년작 The Wrestler입니다. 이쪽 분야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조연으로 출연한 Marisa Tomei 때문이었지요. 지금은 56세, 영화를 찍은 당시에는 43세였던 Marisa는 상당히 매력적인 배우이자 여성이기에 (제게는) 이 배우의 영화는 거의 다 봤을 정도로 fan입니다. 자연스러운 표정과 연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밝은 분위기를 발산하는 배우지요 (아래는 작년 사진들입니다). 특히 1992년작 My Cousin Vinny에서의 연기는 참 adorable 했었지요. 이 영화에서 Marisa는 아카데미 여주조연상을 받았습니다.



제 imaginary 여성상은 뒤로 하고 다시 The Wrestler (2008)로 돌아오겠습니다. 나이가 들어 더 이상 레슬링에는 적합하지 않은 퇴물 선수인 Randy 'The Ram' Robinson 역을 한 Mickey Rourke 또한 대단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캐릭터에 대한 안쓰러움과 연민, 그리고 동정심이 한없이 느껴졌지만, 사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이런 tear-jerking의 의도는 없었던 듯합니다. 이 캐릭터의 일상을 mocumentary처럼 그려낸 방식, 그리고 cinematography 또한 보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려는 의도는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 배우의 연기가 상당했음을 알 수 있지요.



이 영화가 당시 받은 수상 및 nomination 은 아래를 보시면 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accolades_received_by_The_Wrestler_(2008_film)


Wikipedia에 올려진 대략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Randy는 쇠약해진 건강과 쇠퇴하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전성기의 성공에 매달리기 위해 계속해서 씨름하는 노령의 프로 레슬러를 연기한다. 그는 또한 소원해진 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스트리퍼로 일하는 여성과의 로맨스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전성기의 성공에 매달리기 위해 계속해서 씨름한다"라는 부분에는 동의하지 않음이, Randy는 성공에 매달리는 것이 아닌,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레슬링뿐이고, 그가 사랑하는 일이자 삶이고, 그리고 그의 꿈과 인생이 최고에 다다랐을 때의 추억이 고스란히 배어있기에 그 험한 일을 계속할 뿐이지, 그의 행동은 성공과는 멀다고 봅니다. Stripper 인 Cassidy와 사랑 같은 관계에 빠진 것도 아니라 오직 그녀와 나눌 수 있는 한 인간과 또 하나의 인간 사이의 정을 사랑이나 육체적인 관계보다 더 소중히 여겨서였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로맨스는 아니었지요.



심장이 매우 약해져서 더 이상은 이런 극도의 스포츠를 하지 않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Randy는 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 멋진 시절을 다시 느끼기 위해서 링 위에 섭니다. 그 예전 수많은 방송사들의 카메라와 기자들의 플래시가 터지는 곳이 아닌, 어느 변두리에 있는 남루한 링 - 술주정뱅이들과 마약중독자들이 와서 흐느적거리고 도박꾼들이 모여들어 레슬링 게임을 두고 돈을 거는 그런 곳에서도 그는 무참하게도 변한 자신의 처지와 환경을 무덤덤하게 외면하며, 그저 그가 좋아하는 경기에 최선을 다 합니다.


아무리 20여 년 전에 최소의 인기를 누린 선수였더라도 나이가 들어가는 퇴역한 레슬링 선수를 고용할 링은 많지 않고, 레슬링도 아무도 찾지 않는 경기가 되었기에 Randy는 여러 일들을 찾아서 합니다.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지만 이런 일자리에서도 그는 나름대로의 흥을 찾고 즐길 이유를 찾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가장으로 그의 무책임함을 참지 못해 그를 떠난 딸도 다시 만난 후 지난날들의 실수를 되돌리려고 노력합니다. Cassidy와 함께 샤핑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며 딸과의 이야기도 하며 넌지시 조언을 구하기도 합니다.



딸에 대한 그의 마음은 진실이었고, 이런 그를 다시금 아버지로 조금씩 받아들이지만, 옛 습관이 그를 사로잡습니다: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어느 여자와 있느라 토요일 저녁 딸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이지요. 아마도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르는 딸과의 화해는 또다시 막연해집니다.



그래도 그가 소중하게 여기는 여자가 그의 평범한 모습이 아닌, 링 위에서 늠름하게 선 그의 모습을 보길 원합니다. 그걸 알기에 Cassidy 도 그녀의 일을 중간에 멈추고 그에게 있어 중요한 경기 - 아마도 마지막 경기 - 를 보러 간 것이겠지요.


그가 이 링 위에서 삶을 마감했을지도 모릅니다. 경기의 상대편인 선수도 그의 심장이 더 이상의 경기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정말로 큰 배려를 해 주지만, 그래도 그는 fake 없이 진짜 그 예전의 모습을, 저급하고 인간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관중들을 위해 보여주려고 합니다.



Roger Ebert는 이 영화에 별 4개를 주었습니다. 2008년의 최고의 영화라고 극찬을 했지요. Marisa Tomei에 대해서도 아주 좋은 평을 이렇게 했습니다:


"And as for Cassidy -- have you ever seen Marisa Tomei play a bitch? I haven't. I don't know if she can. She seems to have something good at the heart of her that endows this stripper with warmth and sympathy. Not that Randy should get his hopes up."


단, 2008년의 최고의 영화라고 했지만 그는 이 영화를 "복잡하고 지루한 이유로 인해" list 에는 올리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이 이유가 무엇인지는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시라 생각합니다:

 

I cared as deeply about Randy the Ram as any movie character I've seen this year. I cared about Mickey Rourke, too. The way this role and this film unfold, that almost amounts to the same thing. Rourke may not win the Oscar for best actor. But it would make me feel good to see him up there. It really would. Note: "The Wrestler" is one of the year's best films. It wasn't on my "best films" list for complicated and boring reasons.


https://www.youtube.com/watch?v=61-GFxjTyV0


마음이 따스해지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애써 피하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지요. Rocky 1과 같이 주인공의 힘겨운 삶에 선물을 가져다주는 해피엔딩이 아닌, 너무나 현실적인 결과를 던져주는 그런 영화입니다.


Bruce Springsteen의 soundtrack 이 또한 감동을 더해줍니다. End Credits에 나오는 이 노래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e7gG6yGhp4


- End


Note: 영화는 이 마지막 크레딧까지 다 봐야 정상인데, 한국 TV에서는 잔인하게도 그리고 무식하게도 마지막 장면이 끝나면 바로 끊더군요.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infomercial 광고와 어느 채널을 돌려도 언제나 듣게 되는 어느 남자의 째지는 목소리 "39,800원!"에 이제는 질리다 못해 초월을 한 상태까지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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