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수단이 그 기능을 넘어 어떤 statement 가 된 지도 오래되었습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차를 탄다거나, 가진 재산이나 신분(?)을 나타내기 위해 사서 타고 다니는 차도 있습니다. 반면 이런 흐름을 초월한 듯, 아무리 멋지거나 아무리 돈이 많은 경우라도 아주 싸거나 평범거나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최근에는 많이 그리고 자주 보게 됩니다.
저와 같은 경우는 후자인데, 그렇다고 멋지지도 않고 돈이 많지도 않지만, 차라는 운송수단에 어떤 정도 이상의 의미를 두기 싫어 그렇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소유했던 차는 이미 25대가 넘어가는데, 그중 가격이 가장 비쌌던 차로는 Porsche 911 이 있었고 가장 쌌던 차로는 Hyundai Sonata 가 있었지요. 지금은 한국에서는 Kia Carnival을 타고 다닙니다. Cargo space 가 정말이지 대단하기 때문인데, 마음 같아서는 Winnebago를 매일같이 타고 다니고 싶을 만큼 van 종류를 선호합니다.
뉴욕에서는 아주 멋진 여성이 아주 멋지고 어울리는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자주 있는 일인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충분히 의식하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인 듯, 타인들의 시선을 전혀 부담스러워하지 않더군요. 보는 사람들도 (최소한 저는) 이 멋진 사람과 그 멋진 차에 일종의 경의를 보내는 마음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뉴욕이라는 도시에 사는 merit 들 중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그 사람이 남자일 경우라도 그저 순수하게 그의 멋과 그가 타고 있는 멋진 차의 조화에 감탄하는 경우도 있지요. 멋진 조화는 시기심이나 위화감도 사그라지게 하는 듯합니다.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한 느낌을 받게 하지 않는 그것이지요.
비교를 또 하게 되지만 한국에서는 멋의 조화로운 결합을 접하기가 어렵습니다. 강남이라는 지역에서 보게 되는 요란한 류들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음이 좋음이,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으니까요. 비싼 수입차를 타고 다닌다고 해서 멋지다고 생각하는 운전자들과, 또한 그들을 바라보며 멋지다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이기 때문이니까요. 외적인 멋은 조화에서 나오는 것이지, 가격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거기에 더해 내적인 면까지 보이게 되는 경우에는 그 외적인 조화를 아예 무너뜨릴 수도 있거나 또는 더 공고하게 만들기도 하니까요.
다만 지난주에 목격한 어느 여성 바이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마주친 의아한 특이함과 조화인데, 사실 당시의 주변 환경이나 조건을 감안한다면 제가 본 이 biker는 주변과는 전혀 어울리지는 않았습니다. 평택으로 가는 난잡한 2차선 길가였으며 콘크리트 트럭이 주로 다니기에 먼지가 언제나 자욱한 길이었기 때문이지요. 길에는 나무마저 부실했고 그 어디를 봐도 눈길을 끄는 요소는 없었습니다.
앞서 가던 차들이 옆길로 하나둘씩 빠지고 난 후 길이 좀 뚫렸습니다. 속력을 내서 쭉 직진을 했지요. 그러던 중 저 멀리 두 대의 motorcycle 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경주용은 아니고 Harley 도 아닌, 그냥 어중간한 레저용 bike 같은 것이었는데, biker의 체구가 상당히 작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 여성이었지요.
여성이 bike를 타는 모습은 남자가 그것을 타는 것에 비해 눈길을 끕니다. 그것이 자세에서 나오건 또는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것이건 간에, 시선을 끄는 데는 충분하지요. 보통 여성들이 앞으로 기대어 bike를 타는 자세를 성적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것이 소위 '매력포인트'라고들 하지만, 이 여성이 제 관심을 끈 요소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저 헬멧 위에 달린 리본이었지요.
미국에서도 볼 수 없던 biker 헬멧에 리본장식이라니. 그것도 한국에서, 그리고 서울이나 특히 강남도 아닌, 평택으로 가는 먼지 자욱한 길에서라니.
이후 들게 된 생각은 다양했습니다, "따라가서 어딘가에 정차하면 음료수를 같이 나누자고 해 볼까?" "저 헬멧 속에 있는 얼굴도 저 리본처럼 매력 있을까?" "저 리본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데, 신호정차시 옆으로 가서 물어볼까?" "나이는 몇이나 된 사람일까?" "평택 미군소속일까?" 등 다양했고 복잡했습니다. 상황극 상상도 몇 개 떠올려 보았지요.
이런 것도 잠시였을 뿐, 그녀들은 오른쪽으로 길을 잡았고, 저는 왼쪽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이별의 순간이었지요. 유턴을 할까도 생각했음을 고백하지만, 짧은 5분간의, 기억에 진하게 남는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의 bike와 그녀의 외모 (실루엣으로 추정하는 것이지만), 그리고 그 빨간색 리본의 조화는 충분한 매력을 발산했음을 고백합니다 - 최소한 제게는 말이지요.문신이나 괴이한 치장이 아닌, 상큼한 경험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