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spoiler는 있습니다. 1996년 영화라 대부분의 사람들의 관심범위에서 30년 가까이 벗어나있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로맨스, 살인, 강간, 스릴러, 아니면 최신 Marvel 영화가 아니니 상관하지 않을 분들이 대부분이겠지요. 그래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영화의 내용을 알고 보셔도 훌륭한 작품이니까요.
이 영화 "Phenomenon (1996)"이 critics 및 audience 들로부터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물론 box office에서는 그럭저럭 잘 되었고, 평균 이상의 평을 받았지만, 이 영화의 casting 및 score를 감안하면 구멍이 많은 영화였습니다. 아무래로 screenplay 가 조금 약한 이유였겠지요.
이 영화가 주는 theme 이 있다면 아마도 friendship 일 듯합니다. 이 영화의 핵심에는 Joh Travolta 가 연기하는 Malley의 캐릭터와 그의 love interest 인 Lace의 관계가 있고, 미국의 작은 마을 (세태에 영향을 받지 않는 그런 마을)이라면 목격할 수 있는 삶의 독특한 방식과 흐름, 그리고 도시에서는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깊고 가까운 우정의 가치를 이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Malley의 '독특한 경험'이 이런 요소들을 잘 끌어내었는지는 의문이지요.
별아교세포종이라는 뇌종양 (암) 이 있습니다. 뇌에 발생할 수 있는 종양의 한 형태로 성상세포라는 별 모양의 뇌세포에서 기원한 종양이라는군요. 영어로는 "astrocytoma"로, 손 모양 또는 문어발처럼 머릿속 전체로 퍼지는 암이랍니다. 심한 어지러움을 유발하며 강렬한 빛 (light)을 보는듯한 착시 또한 자주 경험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암은 암이지요.
이 영화는 astrocytoma라는 병에 걸린 극도로 평균이자 순박하며 작은 시골마을에 사는 남자의 이야기로, 이 병으로 인해 염력 (telekinetic powers)을 지니게 되고 이후 그와 그의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작품입니다. 주연 캐릭터인 George Malley 역으로 John Travolta 가 출연했으며, 그의 love interest 인 Lace Pennamin 은 Kyra Sedgwick 이 나왔습니다. 이 외 Malley의 친구인 Nate Pope 역으로는 주연 및 조연 그리고 캐릭터 배우로의 변화가 자유자재로 가능한 Forest Whitaker, 그리고 동네 의사 선생님 Doc Brunder로는 Hollywood의레전드인 Robert Duvall 이 나온 영화지요. 오리지널 음악은 Thomas Newman 이 작곡했습니다. 이 정도면 대단한 영화가 가질 수 있는 조화는 모두 지닌 작품이겠지요.
John Travolta라는 배우를 최근까지는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Scientology라는 괴이한 종교에 심취한 사람이라는 이유가 가장 크고, creepy 한 배우라면 top 3에 꼭 드는 배우인 데다가 (아래 사진 왼쪽처럼 '만행'을 자주 저지르는 배우였지요. 모두 연기였다고는 합니다만 근거는 없지요), 여기에 더해 80년대와 90년대, 그리고 이 여배우가 세상을 뜨기 전까지도 많은 남자들의 로망이었던 Kelly Preston (아래 사진 오른쪽)을 아내로 둔 사람이라 제게 더 미움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연기력은 뛰어난 배우임은 부인할 수 없었지요.
하지만 1998년작 A Civil Action 이후 이 배우에 대한 견해가 조금은 바뀌었고, 제게는 이 영화로 인해 비호감보다는 호감이 조금 더 가는 배우가 되었지요. 물론 다른 작품들을 통해 보는 이 배우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만 이 두 영화로 인해 감점요소는 상당히 많이 사그라진 듯합니다.
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캘리포니아 북쪽의 어느 한 마을의 풍경은 평화롭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없지요. 경쟁이나 위협 등이 느껴지지 않는, 또한 마을 사람 대부분이 서로를 알고 지내는 그런 마을입니다. 자동차 정비소의 주인이자 메카닉으로 일을 하는 Malley는 순하고 소박합니다. 드러나지도 않고 별난 성격도 아니지요. 이 마을에서 태어나서 자라난 후 계속 살고 있습니다. 집에서는 정원일을 취미로 하지만 잘 되지 않고,담장을 둘렀지만 토끼가 어디로부터 인지 들어와 애써 키워놓은 야채를 먹기도 합니다. HAM을 취미로 하는 절친한 친구인 Pope 도 정겨운 사람이지요. Radio를 통해 "Diana Ross"라는 가명의 어느 여인과 대화를 하는 것을 최고의 낙으로 삶고 지내는 친구지요. 마을의 의사인 Dr. Brunder는 어떻게 보면 Malley에게는 아버지 같은 사람입니다. Malley의 37살 생일잔치 장면에서는 Dr. Brunder 가 "내가 너 포경수술도 해 줬지?" 라며 놀리기도 하지요.
그리고 Lace라는 여인,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single mom이지요. 이 여자에 대한 Malley의 마음은 애틋합니다. 그의 정비소 앞에 그녀가 만든 공예가구들을 팔게 하기도 하고, 몰래 이 가구들을 자신이 사들인 후 마을 사람들이 다 사갔다고 하기도 하지요. 시골 남자지만 예의를 갖추어 데이트를 신청하지만 매번 Lace는 그를 포함한 다른 남자들에게로부터 거리를 둡니다. 아마도 아이들 때문이겠지요.
그의 37번째 생일 파티가 진행되던 밤, Malley는 잠시 술집 바깥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우연히 하늘을 바라보다가 저 멀리 밤하늘에서 조그맣게 반짝이는 밝은 별로 보이는 무언가를 보게 되지요. 이 별과 같은 형태는 잠시 후 마치 그에게 다가오듯 점점 더 커지고, 결국 그의 눈이 거의 멀 정도로 갑자기 밝게 빛나며 그의 머리 위로 떨어질 듯이 다가오게 됩니다. 깜짝 놀란 Malley는 기절을 하게 되지요.
UFO를 본 것이라 생각하던 Malley는 다음 날부터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Dr. Brunder의 만년필을 손도 대지 않은 상태로 잡아끌기도 하고, 전혀 알지 못하던 포르투갈 언어도 유창하게 하게 되어 절친인 Pope 가 새롭게 사랑에 빠진 동네의 어느 포르투갈 출신의 여인에게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간단한 포르투갈어를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거기에 더해 서툴던 스페인어는 아예 native 보다 더 잘하게 되었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이지요. 마을 여기저기에 피는 모든 꽃들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고, 고전문학은 물론 우주과학, 물리학, 그리고 자연과학에 대한 지식까지 섭렵하게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책을 읽는 대로 모두 기억하게 되었고, 실종된 아이도 그의 힘으로 찾기도 했지요.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하룻밤 사이에 초능력자로 변한 Malley를 바라보며 두려운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그의 능력이 마을에 알려지게 되자 갑자기 또는 점차 그를 서먹하게 대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일도 있었지요. 어느 날 그의 친구인 Pope의 HAM을 통해 우연히 수신된 이상한 code를 풀어내고 송출된 주파수로 이 코드를 다시 보냅니다. 그런데 이 code는 미 정보국에서 송출한 것으로, 민간인은 절대 풀 수 없는 것이었지요. Malley와 Pope는 그저 장난으로 한 일이지만, 이 일 때문에 FBI가 이 마을에 와서 그와 그의 친구를 취조하는 일까지 생기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을 너무 갑자기 경험하게 된 Malley 또한 두려움과 충격에 빠지게 되지요. 이 와중에 마을사람들은 그가 UFO에 납치되어 세뇌를 당했거나, 머릿속에 칩이 박혔거나, 실제 Malley는 외계인들이 죽였고 그들이 보는 Malley는 외계인이 심어놓은 가짜인간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FBI는 그를 조사하고 연구합니다. 하지만 그들 또한 Malley의 초능력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지요. 놓아줄 수도, 계속 붙잡아 둘 수도 없는 그를 두고 FBI는 일단 구금하고, 그가 지진예측과 관련하여 만나기를 희망한 Professor Ringold 와의 접촉도 막습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Malley는 이 모든 것을 언론에 알리겠다고 FBI에게 말하게 되고, 결국 FBI는 그와 그의 친구를 풀어주게 됩니다.
마을로 다시 돌아온 후 Malley는 이런 의심과 두려움의 시선들을 뒤로하고 자신이 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서 찾습니다. 강력한 비료를 개발하고, 태양 전지판 설계를 개선하고, 장비 없이 지진을 예측하기도 하며 이렇게 저렇게 자신의 능력을 타인을 돕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평생을 알고 지내던 마을사람들은 Malley와 점차 더 거리를 두고, 그의 주변에는 그의 절친한 친구와 아버지 같은 의사 선생님만 남게 됩니다. 갑자기 외톨이가 된 것이지요. 그가 평생 몸담은 삶은 더 이상 그의 것이 아닌 것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이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던 Lace는 그의 선한 마음과 의도를 보고, 그를 더 신뢰하게 되고 그를 사랑으로 보듬기 시작하지요.
Malley 가 가진 초능력은 UFO 도 또는 그 아무것으로부터도 아닌, 그 자신도 몰랐던 병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지요. 별아교세포종 (astrocytoma)이었지요. 그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를 지켜본 한 사람, 그에게는 아버지와 같은 Dr. Brunder는 FBI 가 그를 구금하는 동안 진행했던 그의 medical test 결과를 들여다보던 중 그가 이 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되었고, 다른 경우와는 달리 Malley의 머릿속에 손가락 모양으로 여기저기 퍼진 암세포가 그의 뇌세포를 죽이기보다는 오히려 활성화시키고, 심지어는 일반적으로 활성화되어있지 않은 뇌세포조차 자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Malley 가 본 섬광 같은 불빛 또한 이 질병이 주는 한 현상이었던 것이지요. Malley는 불행한 질병의 결과로 Einstein의 수준은 아니겠지만 초인적인 지식과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었습니다.
Malley는 그의 병세가 심해지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기에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게 되지요. Dr. Brunder 하고도 마지막 나날들을 보내고, 그의 제일 친한 친구인 Pope에게는 그가 가지고 있던 많은 것들을 선물로 줍니다. Lace의 아들과 딸과도 짧게나마 그의 마음을 나누지요. 삶의 마지막 순간을 그렇게 그는 준비합니다.
그가 사랑했던 여인 Lace 와고도 작별의 날들을 가집니다. 마음속에 간직해 오던 이야기들을 모두 해 주지는 못하지만 그의 방식으로, 소박하게, 심지어는 수줍게 그녀에게 그의 마음을 전하지요. 사랑한다는 말도 없이 그저 눈빛과 마음으로 그의 사랑을 전하고, 그녀는 이에 대해 마음으로 화답합니다. 그날 밤 Malley는 그녀의 품 안에서 세상을 뜨게 되지요.
Roger Ebert는 이 영화를 평가하면서 마지막에 이렇게 말합니다:
“Phenomenon” could have been more, I think. It might have pushed the edges of its story a little harder, and found out things that would be more challenging, or threatening, to George and the world he lives in. But that's not what it's about. It's about change, acceptance and love, and it rounds those three bases very nicely, even if it never quite gets to home.
"변화, 수용, 받아들임, 그리고 사랑에 대한 영화입니다. 이런 주제들을 효과적으로 그려내는 데는 충분치 않은 영화였지만, 이런 요소들의 그 근본만은 잘 살려낸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