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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Oct 09. 2024

Famous Original Ray's Pizza

일상 속 뉴욕여행


Yelp review 에는 그다지 좋은 평을 받지 못하는 pizzeria 입니다만, 그렇다고 모두에게나 나쁜 경험은 아니었겠지요. 제게는 미국의, 아니, 뉴욕의 pizza 맛을 제대로 알려 준 가게이며, 처음으로 'American'처럼 또는 New Yorker처럼 16살 때 영어로 아주 자연스럽게 주문을 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민 첫 해가 지나가던 때였고, 영어야 할 수 없이 쓰고 있었지만, Manhattan의 중심에서 (그것도 East Side) 바쁜 점심시간에 주저하지 않고 'cool하게' 여느 뉴요커들과 다름없이 영어를 처음 쓴 곳이라 기억에 남아 있지요.



이곳은 제 과거 Brunch Book 중 하나인 https://brunch.co.kr/@acacia1972/52 에서 배경으로 나온 Manhattan Lexington Avenue (East 62가) 바로 옆에 있는, 811 Lexington Avenue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26세의 백인여성 Holly 가 저를 이끌고 점심을 같이 한 곳이고, 그녀의 도움으로 (그녀가 옆에 서 있어 주었기에) 주저함 없이 주문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 "Two slices and a Coke."

직원: "To go?"

나: "Naah, to stay."


고작 저 두 문장이었지만, 아직도 이 방식으로 주문을 하고 있지요.




Famous Original Ray's Pizza는 Manhattan 전역에 꽤 많이 있습니다. 열 개는 넘게 있지요. 제가 선호하는 811 Lexington Avenue 에만 있는 곳이 아니고, 다른 '동네'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맛은 조금씩 다르지요. 메뉴는 거의 비슷합니다.



역사는 이렇답니다: Ralph Cuomo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1959년 Little Italy (맨해튼의 한 동네)의 27 Prince Street에 자신의 별명인 'Raffie'에서 이름을 딴 Ray's Pizza를 처음 열었습니다. 1960년대에는 두 번째 Ray's Pizza를 잠시 운영했지만 1964년에 다른 사람에게 매각했답니다. 이 소유주는 그 이름을 유지했고 나중에 자신의 이름이 최초라고 주장했지만,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지요. 이후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1991년까지 뉴욕에 있는 수십 개의 피자집과 다른 미국 주에 있는 피자집의 이름에 'Ray'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곳의 맛이 다른 피자가게와는 다르긴 했습니다. 적어도 1990년대 후반까지는 그랬지요. 최근에는 2년 전에 가 보았는데, 그 맛에서는 다른 곳과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별로였지만, 이곳도 제가 좋아하는 여러 다른 뉴욕시 내의 장소들과 같이, 지난 40여 년 동안 변하지 않은 exterior와 interior 가 제 발길을 자주 이곳으로 이끌게 하더군요.


변하지 않는 것들 중 저 종이접시가 하나랍니다. 싸구려 종이접시인데, supermarket에 가면 500개, 1000개에 몇 불 안 되는 가격에 팔리는, 이름만 접시인 종이접시지요. 하지만 pizza를 먹는 데 있어서는 아주 제격인 것이, 기름이 잘 배기 때문에 pizza에서 나오는 기름으로 인한 어려움을 꽤 많이 덜어줍니다.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Table 도 여러 개 있고, 급하면 counter 맞은편에 있는 stool에 앉아서 빨리 먹고 나갈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안쪽은 예전 사진들이 많이 걸려 있고, 얼핏 보면 지저분해 보이지만 청소상태 좋고, seasoning 병들도 잘 닦여져 있습니다. 사실 fork와 knife는 안 쓰는 게 피자를 먹는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십여 년 전부터는 이 plastic utensil을 사용하는 경우도 자주 봅니다. 덕분에 저도 좀 눈치가 덜 보이게 이들을 사용하고 있지요.



늦은 밤에 가면 아주 한산해서 여유롭게 음식문화를 즐길 수 있기도 합니다. 옆에 앉은 사람들도 하루 내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곳에서 간단히 끼니를 때우려고 하는 사람들이겠지만, 대강대강 때운다는 모습이 아닌 (예를 들어 한국 편의점에서 늦은 저녁시간에 라면 등을 '대충스러운 태로'로 먹는 모습과는 다른), 그 순간을 아주 즐기는 모습이 이들의 얼굴 (씹는 모습, 눈을 감은 정도 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식사 후 거리로 나와서 느끼는 건조하지만 선선한 맨해튼 브리즈까지 하면 그 어느 식당도 부럽지 않지요 (왠지 듀엣 "사월과 오월"의 '장미'의 가사 - "동화 속 왕자가 부럽지 않아요"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59가 Lexington Avenue에 있는 The Bloomingdale's 백화점에 가서 shopping을 하고, 세 블럭만 올라오면 찾을 수 있는 이곳, 가신다면 찾아보시기를 추천합니다. 12월 중순에 행여 가신다면 연락 주시고, 제가 갈 수도 있을 듯합니다.


- October 0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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